꿈은 기적을 믿는 사람에게 찾아오고,
기적은 꿈을 믿는 사람에게 찾아간다.
-꿈디자이너
벌써 강산이 두 번 바뀔 정도의 까마득한 옛이야기가 되었다. 첫 직장인 은행에 입사했을 때였다.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당시에는 유독 무슨 회식이 많았고 팀별, 부서별 회의가 잦았다. 특히 회식을 하는 날이면 늘 나는 눈앞이 캄캄했다. 회식 일주일 전부터 이른바 '회식스트레스'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인기피증이 있거나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해서가 아니었다. 바로 알콜기피증 때문이다. 술을 기피한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실 수 없는 체질이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형님과 남동생이 있지만 역시 술에 관한 한 나와 별반 차이가 없다.
집안 내력이겠거니 하면서도 이유가 궁금했다. 한의사의 진단으로는 몸속에 알콜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단다. 우리 국민의 10% 정도가 나와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술이 대세를 이루는 우리의 인간관계와 조직문화에서 나와 같은 비주류(非酒類)들은 늘 찬밥 신세다. 술로 인해 회식도 회식이었지만 직장생활 자체도 순탄치 않았다. 몇 잔 마시면 화장실로 달려가는 나에게 선배와 동료들은 한결같이 "술은 마시면 는다."는 말로 다른 모든 개인적인 이유들을 무시해 버렸다. 대학과 직장생활을 거쳐 지금까지도 술을 마시는 흉내는 내고 있지만 마시고 싶어 마셨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술에 관해서만 비주류로 살아온 것이 아니라 어쩌면 사회인으로서도 비주류(非主類)의 삶을 살아온 것 같다. 대학 때도 친구들이 술집으로 향하면 난 기타를 메고 바닷가를 가거나 배낭을 메고 산으로 향했고, 직장 다닐 때는 술친구보다는 업무와 관련도 없는 성공학이니 자기계발이니 하는 소위 유명 강사들의 강의를 들으러 다니곤 했다. 따라서 일상의 삶에 있어서도 주류에 들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주류(主類)가 무엇인가? 한 마디로 대세라는 말이다.
우리는 자주 '대세를 따르라'는 말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나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을 손가락질 하거나 비웃곤 한다. 그럼 왜 대세를 따르라고 하는 것일까? 대세를 따르면 손가락질이나 비웃음을 받지 않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대세라는 것은 결국 머리 숫자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머리 숫자가 많다는 것이 결코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 기준은 될 수 없다. 물론 대세를 따르면서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당신의 꿈을 이루는 데 있어 꼭 주류이어야 할 이유도, 대세를 따라야 할 이유는 없다. 대부분의 경우 대세는 남들이 많이 가는 길이고 그 길은 평범하다. 그곳에는 특별함이 발을 붙이기 어렵다. 어찌됐던 이제는 주류와 비주류의 이분법적 구분은 필요치 않다. 보통의 경우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대세를 따르면 그만이니까.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받기 힘든 이유를 풍자한 황주홍 전남 강진군수의 <저녁 6시 이후가 달라져야 한다>는 글의 일부이다.
대한민국은 ''소모임의 박람회장''이다.
한국인의 모임 성격은 딱 두 가지다.
친목모임 아니면 접대모임이다.
친목모임은 과거지향적이다.
같은 곳에서 태어난 이들의 향우회,
같은 해 태어난 이들끼리의 동갑계,
교문을 같이 드나든 사람들의 동문회,
미국 같이 다녀온 직장인들의 찬미회,
시청 총무과를 거친 공무원들의 총우회,
배낭여행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배사랑회.
우리들의 소모임은 과거 어느 한때의 인연을 매개로 한다.
당연히 주된 활동과 이야기도 미래보다는 과거를 향한다.
반면 접대모임은 안면 터서 청탁하는 것이다.
고위험 사회에서의 일종의 "보험들기"다.
공식적으론 안 되는 일을 사사롭게 해결하는 모임이다.
거의 매일 저녁 접대를 하고 접대를 받는다.
밥 먹고 술 먹고,
1차 가고 2차 가고,
노래방 가고 찜질방 가고
폭탄주 마시고 건배하고.
공무원이건, 직장인이건, 사업가건, 교수건,
법조인이건, 예술인이건 예외가 없다.
찾아다녀야 할 모임이 너무 많고,
만나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진짜일"을 할 시간이 없는 나라가 한국이다.
문제는,
다른 선진국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퇴근해서 집으로 직행하는 한국인 드물고,
퇴근해서 1차 2차로 직행하는 선진국 사람 드물다.
발렌타인 한번 안 마셔본 교수가 드문 게 한국인 반면,
발렌타인 한번 마셔본 교수가 드문 게 일본이고, 미국이다.
그 차이에서 승부가 크게 갈린다.
언제 읽어도 가슴 찡해지고 반성하게 하는 글이다. 그러나 술은 여전히 모임이나 접대에서 빠질 수 없는 약방의 감초와 같은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문제는 술이 아니라 술을 마시는 사람이다. 술을 마시면서 나누는 이야기의 질이다. 술을 마시며 미래를 이야기하고 꿈을 이야기한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술자리는 지나간 과거에 대한 추억 찾기와 인연 만들기 자리다. 경우에 따라서는 남이라는 공짜안주로 세상을 탓하는 시간이다. 대안을 만들기보다는 비판에 열을 올리는 시간이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인연 만들기 역시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나쁘다면 정상적이지 않은 것을 이루기 위한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경우이다. 즉 편법을 동원한다는 말이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들을 통해 보완하려는 것이다. 나를 나로 평가하고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평가하고 또 평가받으려 하는 것이다.
여전히 주류(主類)가 큰소리치는 이 땅에서 비주류는 외롭고 힘든 것이 사실이다. 보편적인 상식에서는 결국 주류가 승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민주주의 최후의 의사결정 역시 숫자가 많은 쪽이 유리하다. 삼국지나 무협지를 봐도 대부분 병사가 많은 쪽이 승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있어 숫자의 많고 적음은 의미가 없다. 꿈은 숫자놀음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에 근간을 둔 마음놀이다.
그동안 술자리에선 술을 마시지 못해, 일상생활에선 그들과 같은 길을 걷지 않아 비주류로 살아왔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나만의 꿈이 있으니까. 그러나 가끔은 주류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그들은 승자가 되라고 한다. 지름길이 있다고 한다. 주류가 말하는 승자란 또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보다 똑똑해야 하고 목소리가 커야 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누군가를 딛고 일어서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다.
그래서 난 여전히 그러한 형태의 주류를 꿈꾸지 않는다. 주류는 늘 숨을 헐떡이며 뛰어야 하고 끊임없이 샘솟는 에너자이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방향성이 없는 에너지는 열정이 아니다. 비주류지만 가치관과 열정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음주가능 연령을 기준으로 올 한 해 동안 마신 소주의 양은 1인당 95병이라고 한다. 유독 술자리가 많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집단주의적 조직문화 역시 최근에는 전 직원들이 함께 연극이나 영화를 보는 등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어떤 분야에서든 다른 사람들과 다른 행동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다른 말을 한다는 이유로 비주류들의 삶은 고단하다.
하지만 더 이상 주류와 비주류의 구별은 무의미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이 주류가 아닌 세상이다. 남의 꿈으로 다른 사람들의 뒤꽁무니를 따라 간다고 해서 더 이상 주류가 아니라는 말이다. 진정한 주류는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한 삶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으로 자신의 길을 가는 삶 말이다.
40세의 비교적 늦은 나이로 출발하여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자리를 굳힌 소설가 박완서의 말이 생각난다.
"소설은 허가받은 거짓말이고, 작가는 자신이 직시한 현실을 비틀며 그 특권을 누린다."는.
우리 사회의 주류 역시 그동안 허가받은 거짓말을 하며 현실을 왜곡하며 특권을 누려온 것은 아닌지. 이제 주류는 과거에 머무는 사람들이 즐겨 써먹는 말이다. 과거의 주류가 더 이상 미래의 주류일수는 없다. 바야흐로 비주류가 주류인 세상이다. 여기서 비주류란 자신의 '끼'를 살려 자신의 길을 외롭게 가는 사람들, 군중의 무리를 뛰쳐나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이다.
'청춘경영 > 꿈과 비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가라 (0) | 2010.01.02 |
---|---|
몸이 아닌 꿈을 다이어트 하라 (0) | 2009.12.31 |
당신에 대한 최종평가자는 당신 자신이다 (0) | 2009.12.29 |
누구나 실수를 한다 (0) | 2009.12.28 |
긍정이 꿈을 완성한다 (0) | 2009.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