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를 너무나 그리고 싶어하는 한 화가가 있었다.
그는 모델로 쓸 만한 적당한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수도원의 수사를 모델로 삼으면 그럴싸한 그림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직접 수도원을 찾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천사의 그림을 완성했다. 그의 그림은 화랑에 선보이자마자 세인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고, 화가는 하루아침에 돈과 명예를 얻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수입 중 상당 부분을 모델이 되어준 수사에게 나누어주었다. 훗날 화랑을 찾은 어느 고객이 화가에게 말했다.
"천사는 이미 그렸으니 이번에는 악마를 그려야 하지 않을까요?"
화가는 무릎을 치며 동의했다.
"듣고 보니 그렇군요!"
화가는 악마를 그리는 데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을 교도소에서 찾기로 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로 한 날, 모델이 될 수감자와 만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수감자는 화가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화가는 뜻밖의 상황에 매우 당황했다.
"아니,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수감자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저는 당신이 예전에 그린 천사 그림의 모델이었습니다. 기억하시겠습니까? 제가 또다시 당신의 모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전엔 천사가 아닌 악마의 모델이군요."
화가는 수감자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저는 당신에게 돈을 받은 뒤 수사로서의 도리를 완전히 잊었습니다. 그리고 수도원을 나와 생각없이 흥청망청 돈을 쓰며 살았지요. 수도자의 초심을 잃은 채 온갖 쾌락에 물들어 정신없이 살다보니 금새 무일푼의 빈털터리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쾌락에 대한 욕망을 좀처럼 통제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남의 돈을 훔치고, 사람을 해치고 속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교도소에 있더군요."
화가는 그림을 그리려다 말고 연필을 내려놓고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선함과 악함은 정말 한 끗 차이로군. 결국 천사와 악마도 결국 한 발짝 떨어져 있을 뿐이야."
2009년 개봉했던 론 하워드 감독의 미스터리 액션 블록버스터 <천사와 악마 Angels & Demons>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다빈치코드>를 능가하는 액션블록버스터물로 평가받았던 이 영화는 신을 믿는 집단인 카톨릭 교회와 과학을 위해 결성된 일루미나티를 통해 인류의 숙명적 과제로 손꼽히는 과학과 종교간의 대립을 묘사했습니다. 일루미나티는 18세기 갈릴레이, 코페르니쿠스 등 저명한 과학자들이 과학의 위상을 높아고자 비밀리에 결성했으나 카톨릭 교회의 탄압으로 사라진 비밀결사대였습니다. <천사와 악마>는 500년 만에 부활한 일루미나티의 카톨릭 교회를 향한 복수를 소재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사건들로 구성되어 반향을 불러 일으킨 바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천사와 악마의 양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이 아니고 인간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천성은 천사의 모습으로 태어났을 것입니다. 만약 악마의 모습이 있다면 그것은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배신을 당하고 실패를 하고 좌절을 겪으면서 꺾이고 뒤틀린 결과물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힘, 그것이 곧 인간의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천사의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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