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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고통, 지식, 사랑이 사는 섬

김부현(김중순) 2010. 3. 31. 12:27

옛날 어느 작은 섬에 행복, 고통, 지식, 사랑 등 많은 감정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섬이 곧 바다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감정들은 재빨리 섬을 떠나기 위해 서둘러 배를 준비했다.

"안 돼! 섬을 지켜야 해."

 

'사랑'은 끝까지 섬에 남고 싶어했지만 섬이 조금씩 가라앉는 바람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흑흑흑! 미안해, 섬아. 나도 떠나야겠어."

하지만 그동안 섬만 바라보면서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사랑이 막상 섬을 떠나려고 보니 다른 감정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바로 그때, 사랑은 이제 막 출항하려고 하는 '부유함'의 배를 발견했다.

"부유함아! 나 좀 태워줄 수 있겠니?"

 

사랑이 소리쳤다. 하지만 사랑의 간절한 부탁에도 부유함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냉정하게 대답했다.

"아니! 내 배에는 금은보화가 가득 실려 있어서 네가 탈 자리가 없어!"

부유함의 냉혹한 거절에 사랑은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이윽고 부유함의 큰 배 뒤를 졸졸 쫓아가는 작지만 화려한 '허영'의 배를 발견했다.

 

"허영아! 나 좀 도와줘!"

"미안해! 네가 그렇게 젖은 채로 내 배에 탔다가는 내 예쁜 배가 망가지고 말거야."

그때 다른 쪽에 있던 '괴로움'의 배가 출발했다. 사랑은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어 괴로움을 불러보았다.

 

"괴로움아, 제발 나 좀 데려가줘! 응?"

"어, 어... 사랑아, 나 지금 너무 많이 힘들거든. 날 그냥 혼자 내버려뒀으면 좋겠어."

괴로움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대답했다.

마음이 다급해진 사랑은 '즐거움'에게도 도움을 청해 보았다. 하지만 즐거움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잔뜩 흥분한 나머지 사랑의 말은 듣지도 못했다.

그때 갑자기 사랑의 귀에 그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사랑아, 빨리 오렴! 나랑 같이 가자!"

사랑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 다급한 나머지 아무 생각 없이 그의 배에 타긴 했지만 사실 그가 누구인지, 그의 이름은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그는 생김새가 길쭉길쭉하고 키도 굉장히 컸다.

이윽고 배가 다른 섬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는 사랑이 다가갈 틈도 주지 않고 홀연히 그곳을 떠났다. 사랑은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그 배에 함께 탔던 '지식'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지식 할아버지, 절 태워준 길쭉길쭉한 아저씨가 누군지 아세요?"

 

"허허허! 사랑이는 아직 몰랐구나. 그가 바로 시간이란다."

 

"시간이요? 그런데 시간이 왜 절 도와줬을까요?"

그러자 지식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왜냐하면 너와 시간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지."

"저하고 시간이요?"

"그래,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야 사랑이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지를 깨닫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