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경영/예술-기업문화

법정스님 신드롬의 그림자

김부현(김중순) 2010. 4. 18. 12:59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종합순위를 보니 1~20위에서 13종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법정 스님이 쓰신 책입니다.

스님이 남기신 책들이 서점가를 덮친 듯합니다.

이를 보고 있으니 많은 생각이 듭니다.

어찌 해석하면 스님이 지향했던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우리네 일상에 대한 질타로 읽힙니다.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삶을 스님의 책을 도움 삼아 위안이라도 얻어보려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 법정 스님께서 무소유를 그렇게 설파하셨건만 독자들은 '혹시라도 이다음에…'라고 생각하며 책을 사들이고 출판사들도 거기에 편승하지 않나 하는 걱정 아닌 걱정도 이어집니다.

스님의 책이 무슨 투자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출판담당 기자로서 가장 마음이 불편한 것은 우리 출판계의 빈곤함입니다.

아무리 위안을 받고 싶고 또 아무리 투자 목적 구입을 한다고 해도 '20종 중의 13종'이 저자 한 분의 책이라는 이 기(奇)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물론 출판계의 빈곤함은 출판계만의 책임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독자들의 책임이 더 클 수도 있지요. 이런저런 사건들 때문이기는 하겠지만 요즘처럼 "우리나라 사람들 책을 안 봐도 너무 안 본다"는 출판인들의 호소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벚꽃놀이도 가야 하고 자전거도 타야지요. 아이들 데리고 놀이공원도 다녀와야겠지요. 그렇더라도 나들이하는 부모와 아이들 손에 책 한 권은 들려 있었으면 합니다. 출판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조선일보, 편집자 레터, 이한우 출판팀장>, 2010.04.17.

 

저 자신부터 반성해 봅니다.

점심먹고 커피 한 잔 하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서점은 사라지고 커피숍만 넘쳐납니다.

커피 두 잔 값에 불과한 책은 지독히도 팔리지 않습니다.

20종 중 13종이 작가 한 사람이 차지한다는 것,

물론 작가의 능력이기도 하겠지만 우리의 문화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요.

'아바타'라는 영화가 불과 1달 만에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한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세계 영화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영화를 보지 않기 때문에 아바타를 본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납니다.

평소에는 영화를 보지 않다가 소위 대박나는 영화는 봐야한다는 집단주의적인 문화때문은 아닐까요.

평소 책을 사지 않다가 소위 대박나는 책은 사야한다는....

"아바타 영화 한 편을 보고 영화를 이야기 하고, 베스트셀러 한 권을 읽고 책을 이야기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라는 자조섞인 어느 기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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