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경영/꿈과 비전

잡동사니 꿈을 정리하라

김부현(김중순) 2011. 12. 14. 23:00

'구두의 여왕!', '사치의 여왕!'

20년 동안 필리핀의 독재자로 군림하다 '민중봉기(People Power)'에 밀려 미국으로 망명했던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영부인 이멜다의 별명입니다. 미인대회 출신으로 남편에 버금가는 권력을 누린 그녀는 엄청난 보석에다 구두만 3000켤레였다고 합니다. 필리핀은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의 입까지 벌어지게 만든 장본인 이었지요. 오죽했으면 미국에서는 '이멜다픽'(Imeldafic, 극도로 사치스러운)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기도 했지요.

 

그렇다면 보통 여성들은 구두를 몇 켤레나 가지고 있을까요?

미국의 <Shop & Smart>라는 잡지에서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갖고 있는 건 열일곱 켤레, 신는 건 세 켤레'였다고 합니다. 물론 이것은 평균이 그렇다는 이야기고 13%는 서른 켤레 이상 가지고 있다고 답했답니다. 여성분들 '참 많이도 사 모았네!'라고 의구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지금 신발장을 한 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나아 그들 중 19%는 단지 기분전환용으로 구입했다는 사실입니다. 충동구매라는 이야기지요.

 

이처럼 필요하지 않는데도 사 모은 결과로 신발장은 넘칠 수밖에 없습니다. 비단 구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합니다. 신발장은 물론 거실과 방 나아가 집안 전체가 거대한 잡동사니 천국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이러다간 잡동사니를 치워주는 직업이 생겨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잡동사니들로 인해 우리의 마음까지도 잡동사니로 가득찬다는 사실입니다. 잡동사니는 물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잡동사니를 처리해주는 직업이 있다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무슨 파출부도 아니고 그렇다고 거리의 청소부도 아니고 잡동사니를 처리해준다? 그것도 직접 청소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돈을 주고 산 물건들을 버릴 것인지, 말 것인지를 내 스스로 정하지 못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는 모양새가 생각만 해도 좀 우스운 일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에서는 잡동사니를 치워주는 직업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 최고의 잡동사니 처리 전문가 브룩스 팔머, 그는 10년 넘게 집과 사무실, 차고, 그리고 인생에 쌓인 잡동사니를 버리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의 저서 <잡동사니로부터의 자유>에서는 집안에 있는 물건의 75%는 잡동사니라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이 잡동사니는 바로 마음을 차지한 심리적 잡동사니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혹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 우리가 생활하는 집 나아가 우리 마음속의 75%는 잡동사니로 어질러져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우리가 사는 집은 거대한 쓰레기통이 아니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이른바 잡동사니 중독에 빠져 있다고 주장합니다.

 

- 우리는 중독됐다. 우리는 소유물과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데 혈안이 돼 있으며, 그 물건이 자신의 참모습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 과거, 소유물, 커리어, 타인의 시선이 만든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것은 뿌리 깊은 습관이다. 인생에서 그런 것들은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

- 여러분은 어떤 물건을 갖고 싶을 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무의식적으로 그 물건이 선물하는 느낌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느낌 속에 들어 있는 마약 같은 성분을 찾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물건 안에 행복, 즐거움, 열정이 녹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 잡동사니는 감각을 무디게 한다. 잡동사니는 마약이나 알코올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차단한다. 술처럼 잡동사니도 바닥이 나면 더 많은 잡동사니를 긁어모으게 되고 우리의 감각은 다시 마비된다. 잡동사니 속에서는 숨 쉬어도 숨 쉬는 게 아니다.

- 어떤 물건을 간직하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여러분은 그 물건이 주는 느낌을 그리워 하는 것이다.

 

버릴지 말지 고민하는 우리에게 그는 테러가 발생했을 경우 어떤 물품을 가지고 나올 것인지를 상상하는 등의 강하고 독한 방법도 알려줍니다. 학교 때 우리가 배웠던 방법은 집에 불이 났을 때 무엇을 가지고 나올 것인지를 생각해보라는 것과 유사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비싼 쓰레기통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집이든 회사든 쓰레기는 우리의 소중한 공간을 장악한 채 삶의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지요.

 

물건을 버리는 것은 단순히 '청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내면에 숨겨져 있는 버리지 못하는 잡동사니와 얽힌 사연과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내면의 상처가 치유되면 외적이고 물질적인 '잡동사니'를 정리하는 것, 그로부터 자유는 그리 멀지 않을 테니까요.

몇 달 전, 이 책을 읽고 하루 종일 방을 정리한 적이 있었습니다. "버릴지 말지 고민되는 것은 버려라."는 책 내용만 믿고 죄다 버리고, 꼭 필요했던 책까지도 버려 다시 샀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같은 공간인데도 숨 쉴 공간이 많아졌다는 데 위안을 받습니다. 이 책이 더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잡동사니의 근원이 마음에 있다는 주장 때문이었습니다. 잡동사니 버리기의 출발점은 마음을 비우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외형적인 잡동사니는 내면적인 잡동사니에 의해 생산되는 것이지요.

 

"잡동사니는 전염병을 퍼뜨리는 바이러스다. 잡동사니는 당신의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 당신의 에너지를 갉아먹고 산다. 그러므로 사람도 잡동사니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의 인간관계 역시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우리의 인간관계나 꿈의 75%도 가짜라고 하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요?

 

잡동사니를 정리해주는 직업이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정리컨설턴트 베리굿정리컨설팅 윤선현 대표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의 향수와 추억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나간 추억이 기억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과거의 물건 때문에 과거라는 공간에서 살아서는 곤란합니다.

과거란 '이렇게 했더라면'하는 약간의 후회와 반성으로 그쳐야지 그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현재와 미래를 향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합니다. 어쩌면 진정한 꿈의 시작은 과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물건은 물론 마음까지도 말입니다. 우리는 지금 한편으로는 3초에 한 명씩 굶어 죽는 사람이 사는 지구에 다른 한편으로는 인류 역사상 물질적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풍요를 누리는 지구에 살고 있습니다. 한 개의 지구에 극단적인 두 삶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지요.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eader0113&logNo=60113153890

 

물질적 풍요의 정점을 뒷받침 해 주는 것이 바로 "오일 피크'(oil peak)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몇 년 전, KBS에서 ‘호모 오일리쿠스’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호모 오일리쿠스는 말 그대로 인간은 석유의 동물. 즉 석유 없으면 안 되는 극단적인 사회구조에 이르렀다는 뜻입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도 반신반의 했던 기억이 납니다. '설마 저렇게 까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다'라는 일말의 생각을 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이것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던 지구는 지금 물질적 풍요의 정점에 와있고 그 한가운데 석유가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상대적으로 값싼 석유 때문에 엄청난 물건들을 사모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집이라는 거대한 쓰레기통에 살고 있는 것이지요. <잡동사니로부터의 자유>에서는 우리 생활의 75%가 잡동사니라고 하는 것이 지나친 비약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필요해서 모은 물건들이 이제는 물건에 우리가 예속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정리부족으로 인해 회사 임원들이 물건을 찾는데만 42일이라는 시간을 보낸다는 어느 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잡동사니로부터의 자유는 바로 몸과 마음의 정리에서 시작됩니다. 외형적인 모습이 잡동사니로 가득찬다면 결국은 우리의 마음도 그렇게 쓰레기통으로 변해갈 것입니다.

 

<잡동사니로부터의 자유>에서 제시하는 '잡동사니 버리기 10계명'입니다.

 

1. 육체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무엇인가 어색하고 거북하다고 느껴지면 그 물건을 버려라.

2. 어떤 물건이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결정하는 데 우물쭈물한다면 그것은 잡동사니다.

3. 1년 동안 한 번도 쓰지 않는 물건은 잡동사니다.

4. 물건이 비싸다는 이유로 버리지 못하고 붙들고 있다면 그것은 잡동사니다.

5. 사진들은 대부분 잡동사니다. 살아있는 순간으로 가득한 사진들만 간직하라.

6. 만일 어떤 물건이 잡동사니라는 첫인상을 받는다면 그것은 잡동사니가 확실하다. 첫인상은 틀리는 법이 없다.

7. 트로피처럼 '소중하다'는 이유만으로 간직하고 있는 물건들은 눈 딱 감고 버려라. 다른 사람의 주목을 끌기 위한 물건을 간직하는 것은 시간낭비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8. 과거가 지금 이순간보다 특별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물건, 그때만큼 좋은 시절이 없었다고 옛날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물건은 무엇이든 버려라. 현재의 인생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일깨워주는 물건만 남겨라.

9. 망가져서 고칠 수 없는 것이나 고치고 싶지 않은 물건은 무엇이든 버려라.

10. 잡동사니는 접착성이 탁월하다. 겹겹이 쌓여 있거나 뒤엉켜 있는 물건들을 주목하라. 그런 물건은 전부 잡동사니일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눈에 보이는 잡동사니 뿐만 아니라 마음의 잡동사니들을 버려야 할 때입니다.

나아가 우리의 꿈에도 잡동사니가 많을 것입니다.

이것저것 모두 잘하려고 하는 것은 꿈잡동사니로 가득찰 뿐입니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사고방식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대표강점 하나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면 꿈도 삶도 아주 단순해집니다.

대표강점을 찾는 시작은 마음을 단순하게 하는데서부터 시작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정리와 메모를 잘하고, 단순하게 산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1년 12월은 5번의 금요일, 5번의 토요일, 그리고 5번의 일요일이 모두 들어있는 달입니다.

이것은 823년만에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명함첩 중 올 한해 나를 행복하게 해 준 8명과 2번 만나고 3번 감사함을 전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참에 덕지덕지한 '잡동사니꿈'을 정리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