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의 선도기업, 구글과 파라다이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라”고 하면 주식전광판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지탄받을 이야기다. 전통적 재무적 관점에서 보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이른바 포트폴리오 전략이 대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이 아니라 바구니에 담긴 계란을 깨트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빌 게이츠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 깨지지 않도록 잘 간수하라.”고 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 깨지지 않게 잘 간수하는 기업이 있다. 구글(google)이다.
구글이 검색엔진으로 세계1등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한 우물을 팠기 때문이다. 구글을 창립할 무렵 알타비스타, 야후 등과 같은 검색엔진 기업들이 무려 100개가 넘었다. 처음에 검색엔진으로 출발했던 다른 포털 업체들은 매출액이 떨어지자 중도에 포털로 방향전환을 했다. 뉴스, 오락, 커뮤니티, 이메일 등 백화점식 온갖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 업체로 거듭나면서 홈페이지는 날이 갈수록 현란해지고 복잡해지고 광고 투성이로 변해갔다. 국내 포털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주 메뉴인지 알 수가 없고 광고로 가득 찬 메인화면은 정신을 산만하게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구글을 선호한다. 구글의 메인화면을 처음 보는 사람은 홈페이지가 문제가 생긴 것으로 착각한다. 예술적이고 심플하다. 너무 심플하다. 그야말로 덩그러니 검색창 하나만 뜬다. 요란한 광고도 없다. 검색엔진에 필요한 것은 검색창, 그것이면 충분하다. 이러한 심플함은 구글의 파격적인 창의력과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예술적 감성 덕분이다. 예술적 감성으로 무장된 ‘검색의 제왕’ 구글이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는 7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구글을 ‘신화’로 부른다.
구글보다 앞서 예술경영을 강조하고 실천하는 국내 기업이 있다
.호텔과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선도기업, 파라다이스(paradise) 그룹이다. 파라다이스의 경우 핵심사업을 보면 구글처럼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집중화 전략을 펴고 있다. 호텔과 카지노를 주력으로 하는 서비스업종에 핵심역량을 쏟아 붓는 집중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폭은 좁지만 깊다. 대기업들이 두부에서 비행기까지 만들겠다는 전통적인 문어발식 경영을 펼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파라다이스는 창립 이래 줄곧 한 우물을 파고 있다. 그러나 한 우물만을 파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기업이라면 경기침체로 고객들의 요구가 변화되거나 경쟁이 치열할 때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다른 업종을 기웃거리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지금도 많은 CEO들이 경영학원론 첫 페이지에 나오는 이른바 '경영은 종합예술이다.'라고 말은 하지만 경영현장에선 먼 나라 이웃나라 이야기에 가깝다. 그런데 파라다이스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경영에 예술을 입히려는 노력을 한다. 자세히 보면 파라다이스의 ‘예술경영’은 일회성 유행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유독 사회공헌과 문화와 낭만을 사랑했던 창업주 전락원 회장의 철학이 체화된 결과다. 개인 사재를 털어 현대문학관을 설립하고 각종 문화재단들을 줄줄이 만든 것을 보면 그의 예술사랑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월간 경제풍월>은 ‘드높은 이상향을 꿈 꾼 도요새’라는 전락원 회장의 추모집을 통해 “예술과 와인을 사랑한 경영자, 전락원 회장”이라고 강조하면서, ‘고인은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현금과 빌딩에 집착한 기업인이 아니라, 예술과 문학과 자연을 사랑하고 와인에 도취하고 순수한 사람들을 좋아한 낭만주의자로 살다 갔다’고 추모했다.
기업문화를 전공한 내가 파라다이스그룹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유별나게 '예술경영'을 강조하는 파라다이스의 독특한 기업문화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이 성과와 숫자에 집착할 때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한 그룹이다. 기업문화가 수학공식처럼 누구나 공감하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익히 알았지만 ‘파라다이스웨이’로 대별되는 파라다이스 그룹의 기업문화를 들여다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 말했듯이 파라다이스의 기업문화는 ‘파라다이스 웨이’로 대별된다. 파라다이스 웨이는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기업이념, 비전, 경영원칙, 공유가치’다. 경영에 예술을 더하는 것은 숫자와 외형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경영학적 틀을 깨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기업들이 필요성은 알면서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고 지금도 엄두를 못내고 있다.
파라다이스 기업문화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창조, 상상, 예술’이다.
물론 창립 이래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한 기업이기는 했지만 다른 기업에 비해 예술사랑은 지나칠 정도다. 홈페이지부터 압권이다. 심플하다. 예술적이다. 일반적인 기업들의 홈페이지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구글의 홈페이지가 부럽지 않다. 메인 화면을 보면 박물관이나 역사 깊은 예술관련 회사로 착각할 정도다. 파라다이스 기업문화를 이해하려면 경영 이전에 예술을 알아야 한다. 예술적 감성 없이는 파라다이스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먼저 경영과 미술, 경영과 감성, 경영과 창조, 경영과 상상력 관련 책들, 미술관으로 간 CEO 등등 경영예술 관련 서적들을 두루 섭렵했다. 그리고 나서 파라다이스의 주력산업이자 파라다이스의 혼이 담겨 있는 카지노산업을 이해하기 위해 관련 책들을 읽고 수차례 현장을 방문하고서야 제3자의 눈으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파라다이스의 기업문화는 한 마디로 ‘문화예술 경영의 파라다이스'다. 상상력, 창조, 예술의 삼박자가 기업문화를 지탱하는 예술경영의 천국이자 생생한 현장이자 모범적인 선도기업이다. 경영에 예술을 더하려는 시도가 국내기업에서 가장 앞서있고 모범적인 기업이다. 국내 관광업계에서 독보적이고 선도적인 리딩 기업으로 성장해 가는 이유는 그들의 유별난 예술사랑 덕분이다.
나는 20여 년 전 1992년 대학원에서 기업문화를 전공했고 “우리나라 기업문화의 개발 전략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쓴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산업사회의 수학공식 같은 경영전략들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기업문화는 외톨이였고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나아가 기업문화는 배부른 기업이나 하는 것으로 평가절하 되기 일쑤였고 심지어 뜬구름 잡는 소리로 치부될 만큼 경영현장에서 대우를 받지 못하던 시기였다. 오죽했으면 논문 담당 지도교수님께서 “기업문화를 전공해서 취업할 수 있겠냐!”고 우려했겠는가. 그러나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기업의 존재이유가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팔고 돈을 버는 차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경영학의 큰 획을 그었던 테일러의 과학적관리법이나 메이요의 인간관계론은 산업사회의 경영학 산물이다. 이제 지식사회를 지나 창조사회로 접어든 것이다. 산업사회는 기술, 지식사회에서는 지식이 말을 했지만 창조사회는 감성이 경영의 승패를 결정짓는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산업사회의 전략이나 경험을 버리지 못한다. 그 방식으로 경영을 해왔고 그 방식으로 어느 정도 결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산업사회의 기술력은 지식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먹혔지만 창조사회에서는 먹히지 않는다. 연결성이 사라졌다. 산업사회와 지식사회의 경험이나 기술은 창조사회로 이어지지 않는다. 창조는 단절이다. 창조는 연속성이 없다. 그것은 변화가 아니라 혁명이다. 사람으로 치면 창조는 몸뚱아리가 아니라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심장이다. 심장은 사람의 마음이자 사물의 중심이다. 구성원들의 심장을 울리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기업문화다. 이것은 기업의 심장이자 정신이다. 심장이나 정신을 움직이는 동력은 예술적 감성이다.
그러나 예술적 감성은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조직에서의 예술적 감성은 유연함에서 나온다. 유연함은 공식조직보다는 비공식조직에서 싹튼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산업사회의 공식조직시스템으로 일을 처리한다. 직무규정, 직무기술서, 업무 프로세스 등과 같은 외형적, 물리적인 것들로 상황을 판단하고 일을 처리한다. 그렇다고 이런 접근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직에서 일어나는 일의 90%, 즉 비공식적인 인간관계, 문화적 규범, 감정, 알력과 같은 모호한 일들(비공식조직)은 공식조직으로 처리하기 어렵다.
비공식조직의 대표적인 것이 인간관계와 문화적 특성이다. 비공식조직은 마술과 같다. 영업팀에서 깜짝 놀랄만한 성과를 만들어 냈는데 도대체 그 방법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비공식조직의 힘이다. 문화의 힘이자 가치의 힘이고 예술의 힘이다. 공식조직은 논리로 움직이지만 비공식조직은 감정으로 움직인다. 톰 로빈스는 “논리는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주어지고, 마술은 원하는 사람에게 주어진다.”고 했다. 이 말을 다음처럼 각색해 보고 싶다. '경영전략은 필요로 하는 기업에게 주어지고, 기업문화는 원하는 사람에게 주어진다.'로.
그런데 만나는 CEO들도 비공식조직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공식조직시스템의 한계도 인정한다. 그런데 왜 이성적 접근을 좋아하고 상의 하달식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공식조직의 메카니즘은 명확히 전달되고, 문서화되고,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대면 미팅, 대화와 잡담, 사회적 네크워크, 특정 행동과 같은 것들은 금방 사라지지만 공식화 된 문서들은 정확성과 영속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공식성이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공식성은 기계를 연결하는 볼트와 너트 간은 존재다. 공식적인 메커니즘으로 생성된 자료들은 계속 후임자에게 전달된다. 공식조직은 효율성을 만들어내고 권위를 명확하게 표명하는 동시에 일의 우성순위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그래서 대다수 CEO들은 공식적인 것에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공식성은 변화에 직면할 경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진정한 변화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어야 가능하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등장한 것이 철학, 비전,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기업문화다.
기업문화는 비공식적 메카니즘이다. 기업문화는 공식성 그 너머에 있다. 공식조직처럼 쉽게 객관화되지 않는다. 감정처럼 명확한 경계를 나누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도식화하여 측정할 수 없다. 리더가 아무리 ‘충성심을 가져라’, ‘주인정신을 가져라’고 한들 직원들의 마음을 객관화시켜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공식적 요소들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이고 효율적이지 않다. 객관화, 강제화 하기 어렵다. 비공식조직에서 일어나는 일을 공식조직 시스템으로 처리하려고 하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공식조직의 일은 비공식시스템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비공식조직의 일을 공식조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사장이나 회장이 구두 지시사항을 비공개로 처리하면 공식조직의 일을 비공식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여기 비슷한 가치를 내 건 두 조직이 있다.
A-의사소통, 존경, 정직, 탁월함
B-명예, 용기, 헌신
조직 A는 회사홈페이지, 회사 수첩, 그리고 회사 달력 등에 인쇄되어 있다. 그러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직원들이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겉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업무 처리나 의사결정 기준으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B조직의 가치는 A보다 더 특별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A와는 차이가 있었다. B는 추구하는 가치 그 자체보다는 가치가 조직 내 구성원들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큰 영향을 주고 상호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A는 엔론이고, B는 미국 해병대다.
엔론은 2001년 회계부정 사건으로 파산됐고, CEO는 수감되었다. 미국 해병대는 군인 중 가장 뛰어난 요원들로 구성되어 있고 불리한 전투에서도 승승장구 했다. 두 조직의 승패는 조직의 가치를 구성원들에게 불어넣은 비공식채널의 활용에서 판가름 났다. 엔론의 가치는 액자 속의 가치, 인쇄된 가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명함에, 수첩에 인쇄한다고 가치가 활용되고 확산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가치는 공식적인 과시용에 불과했다. CEO의 신년사, 회의 때 가끔 등장하는 형식적인 가치였다. 그러나 해병대는 가치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이었다. 그들의 가치는 살아숨 쉬며 서로 긴밀히 공유되고 모든 업무처리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던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엔론 같은 보여 주기식, 전시용 가치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그런 겉치레는 진정한 가치가 아니다.
‘가치’는 무엇이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믿음과도 같다.
아무리 좋은 가치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경영자가 구성원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A부터 Z까지 지시하고 간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치는 공식적인 동시에 비공식적인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가치는 문서화되어 액자에 담아 조직 내에 게시되며 규범으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는 공식적이다. 공식적인 가치는 CEO에게서 시작되어 공식적인 수직 구조를 통해 지시된다. 그러나 가치에 대한 겉치레식 찬양을 넘어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비공식조직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럴 때 가치는 구성원들에 의해 공유된다.
어느 조직이든 조직 내에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정보’가 존재한다.
컨설팅이나 강의차 기업체를 방문하면 나만의 색안경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방법이 있다. 사무실과 화장실의 청결여부다. 사무실과 화장실이 깨끗하면 그 기업의 가치가 공유되고 있고 발전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사실 사무실과 화장실이 조금 지저분하다고 해서 일하는 데 별 지장은 없다. 문제는 의식이다. 사무실이 지저분하면 자신도 모르게 더러움에 익숙해지고 그것은 전 구성원들에게 금방 퍼진다. 사무실이나 화장실이 깨끗하면 제품도 깨끗하고 일처리도 깔끔하다. 물론 한 가지만 보고 기업 전체를 결정짓는 것은 오판의 가능성도 있다.
처음 컨설팅을 하고 강의를 다닐 때 만난 CEO들에게 나는 많이 속았었다. 그들의 모습은 대개 비슷하다. 푹신한 쇼파, 화려한 언변, 그리고 로렉스 시계로 표명된다. 이런 모습에 주눅이 든 나는 “이 CEO의 회사는 틀림없이 성공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답이었다. 차츰 경험이 쌓이자 ‘로렉스 시계=성공’이라는 등식은 사라졌다.
정신과 의사들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는 멀쩡한 가짜환자들을 몇몇 데리고 가 진찰을 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대부분의 의사들은 같은 진단을 내렸다. 여러 가지 정신병적인 병명을 부여한 것이다. 정신과를 찾아 온 이상 뭔가 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5년 전 큰 수술을 한 적이 있다. 세계 10대 병원에 들어간다는 광고에 그냥 A병원으로 갔다. 우연히 동네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다 혹이 생겨 시간이 지날수록 크기가 커지자 종합병원으로 가게 했다. 진단 결과는 모호했다. 1.5cm정도의 종양이 생겼는데 양성인지 악성인지는 수술을 해봐야 안다는 것이었다.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이 끝나고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의사에게 왜 병이 생겼는지 물었다. “담배와 스트레스” 때문이란다. 담배는 피지도 않는다. 그리고 ‘스트레스’라는 처방은 의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아주 유용한 처방이다. 코에 걸면 코 거리 귀에 걸면 귀 거리와 같은 고무줄 진단의 표상이다. 의사들은 발병 원인이 애매할 경우 십중팔구는 술, 담배, 그리고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튼 제3자의 눈으로 특정 기업의 가치를 구별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 때는 나쁜 것들을 고르면 된다. 두부 만드는 소규모공장에서 삼성전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업은 ‘고객제일주의’를 지향한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고객제일주의를 외치는 기업들의 나쁜 것들은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먼저 회사에 전화를 걸었을 때 “담당자가 회의 중입니다”라는 회사는 감점이다. 회사의 매출은 회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고객으로부터 나온다. 오죽했으면 혹자는 망하는 기업의 공통점을 2M 때문이라고 했을까. Manager & Meeting(매니저와 상사)이다. 회의 하는 것을 고객에게 떳떳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뻔뻔한 기업이다. CEO라면 자주 외부에서 고객의 입장이 되어 직원들이나 콜 센터에 전화를 해 봐야 한다. 그리고 입구에 들어서면 안내데스크에서 “약속은 하고 오셨습니까?”라고 묻는 회사도 별 볼일 없다. 고객은 약속을 하고 갈 수도 있지만 무작정 갈 수도 있다.
각설하고, 파라다이스는 분명 경영에 문화와 예술의 옷을 입히려는 노력을 유독 많이 하는 그룹이다.
파라다이스를 이해하고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를 알려면 예술적 감성과 창의적 상상력을 가져야 가능하다. 본디 기업이념이나 비전은 글자그대로 읽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글자 너머의 예술적 감성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벼락치기를 해서라도 관련 책을 몇 권이라도 읽은 연후에 경영학적 사고가 개입되어야 한다.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파라다이스는 유독 감성, 문화, 창조, 상상력을 강조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비전은 ‘무한상상력 창조기업’이다. 창조는 상상력을 통해 나온다. 창조는 놀이를 통해 나온다. 창조는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의 세계다. 논어에도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하고 좋아해도 일을 놀이처럼 즐기는 자를 당할 수 없다고 했다. 인간은 본래 놀기 위해 태어났다. 창조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원으로 한 발짝 다가서는 것이다. 근원으로, 뿌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을 놀이처럼 하려면 창의적 상상력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창조가 상상력을 먹고 산다면 상상력은 몰입을 먹고 산다. 상상력은 몰입을 통해 나타난다. 몰입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충실하는 것이다.
파라다이스가 경영에 예술적 감성을 더하려는 노력을 하는 이유는 경영은 머리를 쥐어짜지만 예술은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사로잡기 때문이라는 CEO의 철학 때문일 것이다. 예술은 손재주나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라 시선의 문제이다. 세상과 사물을 그리고 경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 얼마나 열린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의 차원이다.
내가 파라다이스 기업문화를 공부하면서 느낀 결론은 이것이다.
"경영은 예술이다. 예술은 사람을 통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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