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자료(2017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땅덩어리는 46,968㎢이고, 필지는 2,200만 필지에 전체 토지가액은 2,740조 4,650억 원에 이른다. 이 중 민간 토지 소유현황을 보면, 전체 인구의 상위 1%인 50만 명이 전체 개인토지 55.2%를 소유하고, 이를 상위 10%인 500만 명으로 확대하면 이들이 97.6%를 가지고 있다. 국민 70%는 평생 땅 1평도 보유해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급 외제차 옆에서 종이박스를 이불삼아 잠을 자는 노숙자가 증가하는 건 별다른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끼리도 땅따먹기가 전쟁 수준인데 그 와중에 외국인들도 우리나라 땅을 꾸역꾸역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 면적은 243.25㎢를 넘어섰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83.9배,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30조 원이 넘는다. 무덤에 있는 <진보와 빈곤>의 저자 헨리 조지가 통탄할 일이지만 자본주의와 경제 규모가 성장할수록 인간은 더 이기적이고 치사해지고 한정된 땅은 몇몇 사람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헬조선', 헬부동산', '아파트공화국'으로 명명되는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란 무엇일까? 사회는 진보하고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하면서 인권을 넘어 동물권을 논하는 지금, 민주주의가 자리잡아 간다고 자부하는 지금도 부동산만큼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보다 우선시 되고 있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개인과 국가, 집단과 집단,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도 토지는 독자적이고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며 자본과 신성한 노동을 빠르게 잠식해 나간다. 자본주의의 요상한 괴물인 부동산이라는 콘크리트 덩어리가 인간의 욕망이라는 본능과 결합하면서 어느새 부의 상징으로써 힘과 권력을 완성해 나간다.
바나나 100개를 두 마리의 원숭이에게 주면 바나나 때문에 서로 다투지는 않는다. 그러나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다르다. 100억 원을 가진다 해도 만족하지 못한다. 1,000억 원을 가진 부자가 부럽기 때문이다. 1,000억 원을 손에 쥐어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1조 원을 가진 재벌에 비하면 자신은 턱없이 초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1,000억 원이나 1조 원이나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다.
인간의 역사가 욕망의 역사이듯 부동산의 역사도 욕망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다. 때로 비도덕의 원흉이 되기도 하지만 욕망은 인간 사회의 진보와 발전의 원동력임을 간과할 수 없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의 <소유냐 존재냐>를 들추지 않아도 욕망의 정점을 찍는 것은 존재가 아니라 소유다. 존재로서의 피조물에 만족하지 못하고 무엇이든 소유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소유할 수 없는 정신적인 것까지 소유의 대상인 것처럼 하나의 물건으로 환원시키려는 것이다. 프롬은 이러한 소유욕을 정신병의 한 부류라고 했다. 부동산 소유욕이 강하다 보니 이제는 사람도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은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정부 정책으로는 본래의 효과를 내기 어렵다. 부동산은 인간 심리와 욕망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심리나 욕망은 수치화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 태생적으로 통계와 수치로 객관화될 수 있는 피조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9년 8월 <매일경제>가 각계 부동산 전문가 50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를 보면, 집값 잡기 정책의 핵심인 서울 집값은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른바 '규제의 역설'이다. 현 정부 역시 철지난 정책들을 재탕 삼탕하면서 전문성이 떨어지고 변화된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향후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동산이라는 응답이 60%에 달해 저금리 등으로 갈 곳 잃은 유동성은 결국 부동산으로 몰릴 것이다.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지구촌 경제도 크게 술렁이는 상황에서 여차하면 '쪽박'을 찰 수 있는 유가증권보다 실물자산인 부동산이 낫다고 보는 것이다.
부동산 중에서는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해야 한다는 응답이 3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8.12대책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재건축 아파트에 정조준했지만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오히려 투자가치가 높다고 보았다.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적정 투자시기로는 무려 84%가 2020년 상반기까지라고 답했다. 따라서 규제보다는 공급량 자체를 늘려야 집값을 잡을 수 있는데 공급은 3기 신도시 등 서울 밖에서만 하고 서울, 특히 도심의 공급은 막고 있어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화되면서 이젠 월급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부동산과 담을 쌓은 채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한다면 자본주의의 바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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