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데는 엥겔지수, 자는 데는 슈바베지수, 소득 불평등은 지니계수]
1. 엥겔지수Engel's Coefficient
독일의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Ernst Engel)의 논문 발표에서 유래되어 붙여진 명칭인데, 저소득층일수록 가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고소득층일수록 가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음을 수치로 표현했다. 인간이 먹는 양은 일벙부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소득이 낮다고 음식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득에 관계없이 전체 소득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금액은 별 차이가 없다.
엥겔지수 = (식료품비/가계 총지출액) × 100
즉 가계소득이 올랐다고 해서 필수 소비 품목인 식료품비의 지출은 크게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식료품비가 소득에 비례해 늘어나지는 않는다. 따라서 소득이 높을수록 모수가 커지기 때문에 엥겔계수는 낮아지고 소득이 낮을수록 엥겔계수는 높아진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과 통계청에서 엥겔지수를 산출하여 공개하고 있고, 한국은행은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를 하나 통계청은 도시근로자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산출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소득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엥겔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7년 3분기까지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은 573조6688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 증가했으며, 그 중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 지출은 78조9444억원으로 4.7% 늘었다. 전반적인 식료품 물가 상승으로 엥겔지수가 2000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로 나타났다. 엥겔지수는 가계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로 가계의 실질적인 생활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다. 소득이 증대되는 속도보다 식료품비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한다면 엥겔지수는 높아지고 생활수준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엥겔지수는 꾸준히 낮아져 2007년엔 11.8%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08년 12%로 오르며 이후 14% 가까이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2008년 1인당 국민소득이 최초로 2만 달러를 돌파하며 식료품에 대한 소비 인식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보고있다. 웰빙 푸드와 고급 식품에 대한 선호가 늘어나는 등 식품 소비 트렌드가 바뀌는 영향일 수 있다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근 식료품 물가 상승이 가파르고 다른 소비지출은 늘리기 어려운 환경 탓이라는 주장도 나오며 게다가 최근 가계소득이 늘지 않은 점도 그 이유라는 설명도 있다.
2. 슈바베지수 Schwabe Index
가계 소득 대비 주거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인데 독일 통계학자 슈바베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저소득층일수록 주거비 비중이 커져 주택 부담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여기서 주거비는 집세, 상하수도비, 냉난방비, 주택 유지수선비, 주택 관리비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슈바베지수(Schwabe Index)'는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주거비 비중으로 엥겔지수(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식료품 비중)와 함께 빈곤의 척도를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일수록 주거비 비중이 커 주택부담능력이 떨어진다는 원리로 현재 미국에서는 슈바베지수가 25%를 넘으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즉 25%가 넘으면 빈곤층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다. 슈바베 지수의 상승은 젊은층에게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슈바베지수는 주거·수도·광열 지출을 가계소비지출로 나눠 산출하고 있다. 최근 슈바베지수의 상승은 실질소득의 증가세 둔화와 비소비지출 비중의 상승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슈바베지수는 2007년 9.7%였다. 국민소득은 계속 증가했지만 슈바베지수도 전짐적으로 증가하여 2017년에는 11.2%까지 높아졌다. 가장 큰 이유는 1인가구 특히 청년1인가구의 증가 탓이 크다. 1인가구인 경우 상대적으로 주거비용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거기다 청년층 실업률 증가도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경기침체로 실질소득이 감소하는데도 부동산가격은 계속 상승하여 주거비용 부담을 가중시킨 것이다.
사실 경제 활동을 처음 시작하는 젊은 층의 경우 대부분 집을 살 형편이 못 된다. 그래서 우선은 몇십 만 원 정도의 월세를 내면서 어느 정도 돈이 모아지면 전셋집으로 이사를 간다. 전세는 만기 시 다시 돌려받기 때문에 월세보다 지출 비용이 줄어든다. 전세에서 자금이 모여 집을 살 형편이 되면 주택을 구매하게 되고 그러면 지출비용은 더 줄어든다. 문제는 소득 증가 속도보다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월급을 저축해서 집을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도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간혹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팔아도 대출금 상환과 세금에도 미치지 못하는‘하우스 푸어’가 생기기도 한다.
최근 서울의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20대를 중심으로 한 청년층(16~34세)은 여전히 서울시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유입되기도 하지만 대학진학 탓이 크다. 강준만 교수는 <바벨탑 공화국>에서, 대기업과 대학이 서울 초집중화의 빨대로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추진한 대학 정원 감축의 75%가 지방대에서 이루어졌다. 입학 정원이 3천 명 이상인 서울의 대규모 대학 9곳(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홍익대)은 2013년에 견줘 2018년 365명의 정원을 줄여 감축률이 1.1%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지방에서 큰 반발이 없는 이유는 ‘내 자식은 서울로 보내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대기업 중 본사를 서울 외곽에 둔 곳이 없다. 50대 기업 중 단 1곳도 서울을 떠나지 않았다. 이처럼 힘겹게 서울에 발을 디딘 청년들 중 다수는 엄청난 주거비부담과 낮은 주거환경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크나큰 곤란을 겪게 된다. 따라서 청년세대의 주거 빈곤에 대한 총체적 파악과 그에 기반한 대안의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가 측면에서도 전월세 가격 상승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연료비 부담 등이 원인으로 작용해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청춘들을 보면 즐풍목우(櫛風沐雨)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바람에 머리를 빗고, 비에 몸을 씻는다’는 의미로 오랜 세월을 이리저리 떠돌며 갖은 고생을 다함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도시연구소의 최은영∙이봉조 연구원이 저술한 ‘서울시 청년 주거 빈곤 실태’(한국지역지리학회 학술대회발표집, 2014)에서는 이에 대한 지적이 날카롭다. 임대주택의 수요가 많을 때에는 낮은 질의 주택에 들어가서라도 들어가려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럴 때 임대인들은 주택의 질을 개선할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된다. 한국의 청년주거문제도 근본적으로는 이런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주택법에 규정된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에다가 지하∙옥상∙비닐하우스∙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가구들을 더해서 나오는 가구의 비율을 ‘주거빈곤율’이라고 정의하자. 주거빈곤율의 시계열변화를 살펴보면, 서울 전체가구의 주거빈곤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서울 1인 청년가구의 주거빈곤율은 2000년대 이후 계속 증가세였다.(2000년 31.7%에서 2010년 36.6%로 상승) 같은 시기 서울 전체가구의 주거빈곤율은 20%대였다. 한편 청년층의 최저주거기준미달 가구 비율보다 주거빈곤율은 이상 높은데, 이것은 지하∙옥상∙비주택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청년의 주거비부담(RIR:Rent/Income Ratio)을 보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보증금을 포함한 RIR은 2006년 34.0에서 2010년 54.5까지 상승했다. 2012년 49.3으로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2008년 세계금융위기라는 끼친 영향은 역전되지 않고 있다. 슈바베지수의 경우, 2006년 30.8에서 2012년 41.6으로 일관되게 증가해왔다. 요컨대, 청년들은 돈을 벌면 반 정도는 집세를 내는 데 쓰고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선택하고 싶지 않은 선택을 하는 청춘을 그린 영화 <성혜의 나라>, 요란한 컬러가 세상을 뒤덮고 있지만 영화는 거무티티한 흑백 일색이다. 흑백은 때로 추억과 과거를 연상시키곤 한다. 영화 속 흑백은 성혜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어둡기만 하다. 그녀는 4년 전 대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했지만, 성추행당한 일을 상부에 고발하면서 반강제로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 후 편의점 알바, 신문 배달, 재취업 공부까지 1인 3역의 바쁜 일상을 보내지만, 늘어나는 빚에 현실은 참담하기만 하다. 이제 곧 서른이 되는 성혜. 결혼은 사치일 뿐이고 불행을 앞당기는 것이라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처지가 비슷했던 애인과 그녀에게는 오늘을 버티는 것, 하루를 살아내는 것 말고 내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서른에 되어 사회적으로 매장당한 성혜는 결국“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폭탄 선언을 한다.
오늘날 대다수 청춘도 성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취업에 겨우 성공했지만, 상사 눈치 보기 바쁘고 꿈을 좇으며 행복하게 사는 줄 알았던 친구는 “이제 와서 다른 일을 구할 수가 없어 계속하고 있다.”며 속마음을 말한다. 한 친구가 취집(결혼)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며 농담을 던지지만, 그 말을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어떤 친구는 월세를 낼 수 없는 상황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친구의 죽음을 전해 들은 친구는 충격을 받는다. 그런데 성혜는 친구의 죽음에도 무덤덤하다. 그녀는 이미 사회적 죽음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해보려고 애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의 처지는 마치 죽음과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성혜의 나이 이제 겨우 서른, 햇살 좋은 일요일 강가에서 살가운 바람을 느끼고, 바다가 보이는 큰 창가 커피숍에서 친구와 수다를 떨고, 흥겨운 팝송을 들으며 유통기한이 넉넉한 편의점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만끽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성혜가 살고 있는 나라는 부드러운 바람도 없고 비가 오는지 태풍이 부는지밥을 굶는지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다.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릴 수 없는 냉정한 곳이었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성혜를 무기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혹자는 ‘젊음 그 자체가 가능성이다’라며 위로와 용기를 보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돈의 잣대로 평가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힘없는 청춘들의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현실을 떠올린다면 그녀의 선택에 일견 공감이 간다. 엄마, 아빠 찬스 없이 육체와 영혼뿐인 청춘들은 출발선에서부터 부자와 거지로 나누어지는 현실이 때로는 그저 먹먹할 뿐이다.
엥겔지수와 슈바베지수 둘 다 소득이 높을수록 비율이 낮아지고 소득이 낮을수록 비율이 높아진다. 그러나 역설적이지만 최근 우리나라는 소득은 증가하는데도 두 지수 모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젊은 층들의 주택구매가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가격이 안정되고 경기도 살아나서 두 지수 모두 떨어지는 날이 왔으면 한다.
3. 지니계수 Gini’s coefficient
지니계수란 로렌츠 곡선을 토대로 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고안한 지수이다. 인구의 누적 비율과 소득의 누적 점유율 사이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로렌츠 곡선은 소득분배가 완전히 평등하다면 기울기가 1인 대각선의 형태가 된다. 바꾸어 말하면 현실의 소득분포가 완전 평등에서 멀어질수록 로렌츠 곡선은 대각선에서 멀어진 곡선의 형태를 가진다. 대각선과 로렌츠 곡선 사이의 면적을 A, 로렌츠 곡선 아래의 면적을 B라고 하면, 지니계수는 A/(A+B)라는 공식을 통해 구할 수 있다. 따라서 완전히 평등하다면 0이다. A의 값이 0이기 때문이다. 반면 완전히 불평등한 상태라면 1이 된다. B의 값이 0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서 서로 다른 사회들 간의 불평등 정도를 비교할 수도 있다.
한 국가 가계소득의 계층별 분배 상태를 측정하는 지니계수의 값이 커질수록 소득분배의 불평등이 심화 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니계수는 이탈리아의 인구통계학자 지니가 1912년에 개발한 지수인데 한 나라 안에서 마이너스 소득인 가구가 없다는 가정을 전제로, 지니계수는 0과 1사이에서 산출된다. 지니계수의 의미는 로렌츠 곡선(Lorenz curve)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로렌츠 곡선이란 인구의 누적 비율과 소득의 누적 비율 간의 관계를 그래프로 표현한 것으로, 곡선이 직선에 가까울수록 소득이 평등하게 분배되는 것을 나타내며, 곡선이 많이 휠수록 소득의 분배가 불평등함을 보여 준다. 지니계수가 0에 가까우면 소득분배가 균등하게 된 것이고 1에 가까우면 불균등하게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대체로 지니계수가 0.4 이상이면 빈부격차가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0.7 이상이면 소득 양극화로 인해 심각한 사회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불평등지표인 '지니계수'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2019년 4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 기준) 마이크로데이터를 보면, 우리나라 소득분배상태가 2018년 급격하게 나빠진 뒤로 2019년 말 0.331을 기록하여 역대 최악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저소득층 지원 확대 등 소득 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분배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전국 1인 가구 이상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지난해 0.336에 이어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불평등이 심화된 원인은 그동안 여러전문가들이 지적해왔던 것처럼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시장개입 정책이 기업 활력을 둔화시켜 자영업 몰락을 초래했고, 이것이 오히려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 지적의 주된 내용이다.
브랑코 밀라노비치의 책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에나오는 말이다. “우리는 여전히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서 어느 나라에서 살고 있느냐가 개개인의 삶에 가장 크나큰 영향을 끼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일례로 국적이 평생 소득의 3분의 2를 결정 짓는다. 나는 부유한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누리는 이점을 ‘시민권 지대’라고 부르고자 한다. 미국인은 콩고가 아닌 미국에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93배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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