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빌라거지, 깡통전세, 전세사기'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언제나 그랬듯이 결국 애꿎은 약자들만 피해를 본다. '국가란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한다. 역사가 승자들의 놀이터이듯 자본주의는 부자들만의 놀이터인가? 여기에 오는 10월이 되면 '깡통생숙'이 언론에 도배될 것이다.
'생활형숙박시설'로 불리는 생숙, 취사와 세탁이 가능한 중장기 숙박시설을 말한다. 호텔과 오피스텔의 장점을 모아놓은 주거형태다. 청약통장이나 가점이 필요하지 않고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아 중과대상에서도 제외되었다. 주택이 아닌 건축법과 공중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엄연한 숙박시설인 것이다. 물론 호텔, 모텔 등 일반적인 숙박시설과는 달리 중장기 투숙이 가능하고 취사시설이 구비돼 있다는 차이점은 있다.
생숙은 엄연히 숙박시설인데도 법의 허점을 이용해 그동안 많은 건설사들이 아파트 대체재로 분양했고, 정부와 지자체도 모른척 눈감아줬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에서는 생숙에 전입신고를 하도록 독려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이런 불법 사용에 대한 논란이 부각되자 2021년 10월 국토교통부는 생숙을 주택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늑장 대응이었다. 동시에 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2023년 10월까지 계도기간을 두고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원할 경우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계도기간이 6개월도 남지 않은 지금 생숙에서 오피스텔로 전환한 사례는 채 1%도 되지 않는다. 생숙과 오피스텔의 건축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생숙은 숙박시설이기 때문에 주차장 기준 등의 건축 기준이 오피스텔에 비해 상당히 완화돼 있다. 오피스텔 건축 기준을 맞추려면 다시 짓는 수밖에 없다. 또 생숙에서 오피스텔로 전환하려면 생숙의 경우에는 공용부분과 전유부분이 혼합돼 있어 한 층 단위로만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가능한데, 이때 한 층 소유자 전체가 오피스텔 용도 변경에 동의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용도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문제는 그동안 건설사들이 생숙을 분양하면서 ‘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건설사의 영업력인지 로비력인지, 정치력인지 아니면 무대포 정신인지는 모르지만 정부와 지자체도 건설사들에게는 꼼짝도 못하면서 애꿎은 국민들만 두드려팬다. 생숙은 원래 숙박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주택으로 사용할 수 없고 주택으로 사용할 경우, 매년 상당한 금액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는데도 건설사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택으로 사용가능하다면서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갔다. 아무튼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되지 않는 생숙은 숙박업 신고를 한 후 숙박시설로 이용해야 하는데, 이미 지어진 생숙의 경우 주택 대체재로 지어진 것들이 많아 숙박업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없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일단 분양만 하고나면 내몰라라 하는 건설사들의 행태는 곳곳에서 횡횅하고 있지만 정부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생숙은 이미 임차인이 주택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전세자금대출도 되지 않는데다 새로운 임차인을 들이려 해도 주택으로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에 들어올 임차인이 없다. 그렇다면 임대인이 기존 임차인의 전세금을 반환해야 하는데 가능하겠는가? 누가 전세금을 받아 현금으로 들고 있겠는가? 한 놈이 수십, 수백 채씩 가지고 있는 놈들 중 상당수는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할 것이다. 깡통생숙이 밀려오고 있다. 생숙에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들은 빨리 탈출해야 한다. 깡통생숙 역시 전세사기처럼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여지가 다분하다.

2012년 처음 도입된 생숙은 그 이후 매년 약 400동씩 건설되었다. 엄청나게 지었다. 언급한대로 대부분 주택 대체재로 활용되고 있어 뾰족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 건설사에서 분양시 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수분양자들에게 홍보했다면 건설사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콧대높고 그들만의 세상을 꿈꾸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법원(?)에서 건설사에게 강력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분명 분양사기에 가까운 홍보를 해서 분양을 했다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그러한 상식도 대형건설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것 같다. 우리나라 건설사는 건설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해왔다.
지금이라도 수분양자들은 건설사로부터 주택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생숙을 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고지받아 그로 인해 착오를 일으켜 분양계약을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민법상 사기나 착오를 이유로 분양계약 취소가 가능해야 한다. 또 분양계약 취소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허위 광고 등의 책임을 물어 일정 부분 건설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도 가능해야 한다. 정부도 무슨 문제가 생기면 최종소비자인 국민들을 때려잡을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사기친 놈들을 때려잡는 것이 먼저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호구가 되어야 하나! 전세사기 대책 세운다면서 국토부장관이 온 나라를 헤집고 다니지만 변죽만 울리다 끝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각자도생의 시대다. 국가는 없다.
'부동산을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통령 탄핵과 부동산 시장 그리고 투자 (6) | 2024.12.15 |
---|---|
언제까지 '래미안, 래미안' 할건가? 삼성물산, 여기저기서 갑질! (2) | 2024.09.24 |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2024년 총선 때 해제될 듯 (0) | 2023.03.22 |
재건축대장 분양가, 서울 은마 vs 부산 남천삼익비치 (0) | 2023.02.16 |
규제지역 주택 구입시 무조건 자금출처 증빙자료 제출(2020년 10월 27일) (0) | 2020.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