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재건축 조합원 여러분, 혹시 '책임준공'과 '책임시공'의 차이를 아는가?
전국의 주요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에 단골손님으로 초대받는 시공사가 있다. 삼성물산이다. 남들처럼 건설사도 아니고 삼성물산이라는 회사안에 있는 하나의 건설부문에 불과하다. 아파트 브랜드는 달랑 하나, '래미안'. 시장이 변하던 말던 소비자들의 기호가 바뀌던 말던 아랑곳하지 않는다. 굳이 다른 건설사들처럼 새로운 브랜드를 네이밍하지 않아도 영업이 잘되기 때문이다. 땅집고 헤엄치는 겪이다. 수십년간 래미안 하나로 전국의 주요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을 쥐락펴락 해왔다. 그러다보니 도처에서 삼성물산의 갑질과 거만함이 도를 넘고 있다.
갑질의 핵심에 '책임준공'과 '책임시공'이 있다. 흔히들 책임준공과 책임시공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하늘과 땅 차이다. 모든 재개발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시, 입찰지침서에 '책임준공'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 상식이다. 공사중단에 따른 손해발생 여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공사가 중단 되면 그에 따른 공사비 증가, 금융비용 발생 등의 손해를 고스란히 조합이 감내해야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준공인가 기일을 넘길 경우 조합을 대상으로 한 일반분양자들의 손해배상소송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책임준공이 필요한 것이다.
이와 달리 '책임시공'은 공사 중단에 따른 각종 손해 등을 시공사가 아닌 조합이 부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공사 중단으로 인한 추가 공사비, 금융비용 등이 발생할 경우 역시 조합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책임준공'은 시공사가 천재지변이나 전쟁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해진 기간에 공사를 완료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공사기일을 지키지 못해도 시공사 책임, 공사비 추가 증액분도 시공사 책임, 그에 따른 각종 금융비용도 시공사 책임이다. 반면 '책임시공'은 공사기일을 지키지 않아도 조합 책임, 공사비 추가증액분도 조합 책임, 그에 따른 각종 금융비용도 조합 책임이다.
삼성물산에서 입찰시 내거는 조건은 '책임준공 No, 책임시공 Yes 전략'이다. 책임시공만 하고 책임준공은 안하겠다는 것이다. 말이 되나 싶지만 말이 된다. 실제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유독 삼성물산은 책임준공이 아닌 책임시공을 통해 공사중단시에도 손해를 눈곱만큼도 안보겠다는 것이다. 즉 공사중단시 조합이 손해보는 것은 괜찮지만 시공사인 자신들은 단돈 1원도 손해를 안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합에서 책임시공이 아닌 책임준공을 조건으로 입찰을 진행할 경우, 삼성물산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고 다닌다고 한다. 세상에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 대명천지 이런 배짱영업이 어떻게 가능할까 싶다. 그런데 가능하다. 바로 브랜드에 죽고 못사는 조합원들 덕분이다. 닥치고 무조건 1군 건설사, 얼죽래(얼어 죽어도 래미안)를 외치기 때문이다. 공사비가 비싸도 래미안, 공사를 제때 못해도 래미안, 공사 중단에 대한 손해가 생기면 조합이 대신 부담하겠다면서 래미안, 공사지연에 따른 추가적인 금융비용이 발생해도 역시 조합이 부담해줄게 하면서 또 래미안...래미안... 거의 모시고 오는 형국이다. 그러니 배짱영업이 가능하다. 갑질도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10년 전부터 외치고 있다. 재개발 재건축 시공사로 2군 건설사나 지역건설사를 선정하자고.... 세상에 자유시장경제에서 이런 불공정한 게임이 어디 있나? 공사가 제때 되던 말던, 공사 기한을 넘기던 말던, 추가부담금이 늘어나던 말던 어떤 경우에도 시공사는 1원도 손해 안보고 모든 책임과 부담은 조합이 떠안아야 하는 이런 기형적인 구조... 분명 조합이 사업을 주도하는데 시공사가 선정되면 조합은 꿔다 놓은 보리짝이고 시공사가 주인 행세를 한다. 돈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요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 시공사는 POSCO, 현대, 롯데, DL, GS, 삼성물산...몇 개의 건설사가 브랜드짜집기를 통해 싹쓸이 하다시피 하고 있다. 결국 조합원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10년 쯤 지나면 우리나라 주요 아파트 브랜드는 이들 건설사의 네이밍으로 뒤덮힐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이들의 네이밍은 짬뽕이 되고 있다. 누가 누가 길게...누가 누가 어렵게....이름을 짓는지에 혈안이다.
각설하고, 그럼에도 1군 주요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했다면 조합은 시공사에서 하자는대로 협조해야 하고 협조할 수밖에 없다.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해도 Yes, 추가 공사비가 발생했다고 해도 Yes, 추가분담금이 늘어나더라도 Yes.... 시공사의 예스맨이 되는 방법 뿐이다. 고개 처들고 목소리 높여봤자 부질없는 짓이다. 지나친 비약이 아니다. 최근 추가 공사비를 두고 벌어지는 시공사와 조합간 분쟁에서 조합이 이긴 곳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시길... 하나같이 시공사가 이기지 않았나! 아파트는 사람이 사는 곳이지 브랜드가 사는 곳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甲질 논란… 삼성물산은 왜 책임준공 회피하나 < 기획·탐사·해설 < 이슈탐사 < 기사본문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arunews.com)
여기저기서 甲질 논란… 삼성물산은 왜 책임준공 회피하나
삼성물산이 시공자 선정에 나선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조합 위에 군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에 이어 서초구 방배15구역, 송파구 잠실우성1·2·3차 등 입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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