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읽다

대통령 탄핵과 부동산 시장 그리고 투자

김부현(김중순) 2024. 12. 15. 12:46

경제가 어렵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실제 지표로도 어렵다. 부동산도 팔려는 사람은 많지만 살 사람이 별로 없다. 분명 가격이 폭락해 매수 적기로 보여지는데 도망가기 바쁘다. 이럴 때 혜성같이 등장하는 이들이 있다. 부동산 폭망론자들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계속 오르기만 하거나 계속 내리기만 하는 재화는 없다. 경제 상황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부동산도 상승과 하락이라는 사이클을 반복한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1987년 주택 통계가 시작된 이후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여러 변곡점이 있었지만 결국 집값은 우상향 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었지만 결국 상승이 하락을 이긴 것이다. 30년 전부터도 폭망론자는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온갖 화려한 챠트와 통계, 얄팍한 지식을 앞세워 ’부동산 폭망‘을 노래 불렀지만 부동산은 결코 폭망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2024년 12월 3일, 그야말로 뜬금없이 우리 역사와 정치사에 오점으로 남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이 발동되었다. 그러나 11일만인 12월 14일 시민들의 힘으로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어 대통령 직무는 정지되었고 최종 판단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우리나라 대통령 탄핵은 이번이 3번째인데 박근혜,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윤 대통령이다. 그렇다면 과거 탄핵 정국에서의 부동산 시장은 어떠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아파트 거래량은 일시적으로 급락한 바 있다. 당시 2016년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3467건이었으나 탄핵 정국이 본격화하된 11월 1만1528건으로 급락했고,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12월엔 9654건, 2017년 1월에는 4627건으로 주저앉았다. 불과 3개월만에 66% 감소하며 3분의 1 토막이 났다. 같은 시기 거래량은 2017년 2월까지 4000건대에 머무르다 헌법재판소에서 박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이 난 2017년 3월에는 6802건으로 반등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5월에 1만건대를 회복했다. 2016년 1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3개월간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서울이 0.88%, 전국에선 0.43% 하락한 바 있다. 당시 2013년부터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전매제한 등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시행하여 매수심리가 떨어진 것과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던 2004년 3월부터 헌법재판소가 기각을 선고한 5월까지의 주택 가격은 서울이 0.39%, 전국은 0.12% 올라 오히려 상승하여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이때는 대출규제도 없었고 금리도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정치적 리스크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2024년 작금의 부동산 시장은 대통령 탄핵과 무관하게 금리 등 거시경제 상황, 규제 위주의 정부 정책 등으로 이미 하락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특히 건설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공급물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실제 착공실적 감소로 향후 3~4년 동안 아파트 공급부족은 불보듯 뻔하다. 게다가 지역별아파트 가격의 양극화가 더 심화되고 있다.
9월 기준 전국 주택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수도권의 경우 전월 대비 0.18% 오르며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방의 경우에는 2023년 12월 이후 반등하지 못한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뜬금포 계엄령으로 인해 환율이 급등하고 주식시장은 며칠 사이에 150조원이 사라졌다. 그러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순간 앞으로 있을 헌법재판소 결정과 무관하게 주식시장은 상승세로 돌아섰고 환율도 빠른 시일내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이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법리다툼이 간단하고 사실관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이미 해소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은 일정 부분 탄핵 정국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핵심이었던 270만 가구 공급이 더 불확실해졌을 뿐만 아니라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정책들도 미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심리적 트라우마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결정은 박 전 대통령과 같은 12월이다. 마치 평행이론처럼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윤 대통령은 2024년 12월이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헌법재판소 결정은 3개월 정도 걸렸지만 다수 헌법학자들은 이번 윤 대통령의 경우에는 법리다툼이 비교적 단순하고 사실이 분명하여 비교적 빠르게 결정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번 대통령 탄핵을 보면서 '하인리히 법칙'이 떠올랐다. 큰 일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수많은 조짐과 징후를 보이다가 그것이 누적되어 한꺼번에 크게 일어난다는....

탄핵은 탄핵이고....

“인생은 우리가 익혀야 할 각본이라기보다는 스스로 자유롭게 그리는 도화지에 가깝다. 하지만 각본을 익혀 사는 삶이라는 환상은 위험이 적다는 점을 내세워 우리를 유혹한다. 또 예술 작품 하나를 창조해 내는 것보다 각본을 익히는 편이 훨씬 더 쉽다” 미국 리치몬드대학교 영어종교학 교수였던 테릴 기븐스Terryl Givens의 말인데, 많은 사람들이 대중 속에 묻혀가는 이유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오늘 저녁, 가족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해보라. “여윳 돈에다 은행 대출 좀 보태서 아파트를 한 채 사겠다”고 말이다. 결과는 벌써 예상이 된다.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다가 온 가족이 나서 밥풀을 튀기며 “요즘 같은 시기에 누가 집을 사냐!“, ‘뉴스도 안 보냐!’면서 거품물고 말릴 것이다. 이번에는 반대로 ”여웃 돈 조금 있는 걸 은행에 예금하겠다“고 말해보라. 하나같이 ”잘한 결정“이라고 온 가족이 박수를 쳐 줄 것이다.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워지면 여윳돈이 있어도 대부분 투자를 하기보다는 은행을 찾는다. 대중들이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자의 길은 멀기만 하다.

사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는 없지만 혼자 결정해야 할 것은 많다. 투자가 대표적이다. 태생적으로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관계를 맺는다. 인간관계란 무엇일까? 한 마디로 뜻이 맞는 여럿이 모여 사적으로 잘 지내는 것이다. 잘 지낸다는 것은 무엇일까? 정서적 교감도가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는 정서적 교감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투자는 정서적 측면이 아니라 경제적 측면이다. 정서적 교감도가 높은 사람들이 모이면 모일수록 정서적 교감도는 높아지겠지만 투자의 불확실성은 더 커진다. 그래서 “대중의 반대편으로 가라”는 투자 격언이 탄생한 것이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대중의 반대편보다는 대중과 함께 가는 길을 택한다. 대중의 반대편으로 간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정서적 교감도로 맺어진 인간관계를 거슬러야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주변에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라. 그들의 모습이 곧 나다. 자기계발과 동기부여 전문가이자 철학자인 짐 론Jim Rohn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 다섯 명의 평균 모습이 바로 당신이다.”라고 했다.

투자 측면에서 보면, 가장 바람직한 투자는 가격이 많이 하락했을 때 사는 것이다. 요즘같이 가격이 하락하고 좋은 매물이 넘쳐나는데 왜 사지 않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심리적 위축이다. 실패했을 때의 두려움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하기 위해 컨설팅도 받고 소위 전문가에게 자문도 받고 또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도 받는다. 그러나 투자를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거나 입을 대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투자는 더 어려워진다주위 사람들에게 자문을 받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받는건 그야말로 조언에 그쳐야 한다. 오히려 자문이나 조언을 많이 받을수록 의사결정은 더 어려워지고 결국 투자를 못하게 된다.

여기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손해 본 A와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코스닥 주식을 사서 손해를 본 B가 있다. 둘 다 똑같이 손해를 봤다. 이에 대한 대중들의 판단은 어떨까?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손해 본 A에게는 ’바람직한 투자였지만 주식시장이나 정부정책 같은 다른 요인 때문에 손해를 본 것‘이라고 한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투자자 본인이 아닌 외부환경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이름 모를 코스닥 주식을 사서 손해를 본 B의 경우, 십중팔구 혹독한 비판을 받는다. ’누가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그런 코스닥 주식을 사느냐!‘면서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외부환경이 아닌 투자자 본인 탓이라고 한다.

둘 다 똑같이 손해를 봤지만 손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것이다. 사적인 인간관계와 투자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같은 손해를 봤는데도 대중들이 용인해 주는 ’면피용 손해‘와 대중들이 용인해 주기 어려운 ’독박용 손해‘를 다르다고 보는 것이다. 가까운 친구일수록, 가족일수록 독박용 손해에 대해 더 가혹하다. 그러나 투자는 본래부터 독박의 성격이 강하다. 오롯이 혼자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 독박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투자가 어렵고, 그러다보니 대중들이 투자하는 곳으로 몰려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이 몰려가는 곳에는 설령 밥그릇을 차지한다 해도 먹을 게 별로 없다.

반대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수익을 낸 C, 잘 알려지지 않은 코스닥 신생기업 주식을 사서 수익을 낸 D가 있다. 마찬가지로 대중들은 C에 대해서는 ’좋은 주식을 산 바람직한 투자 결과‘라고 치켜 세우지만, D가 얻은 수익은 ’어쩌다 얻어 걸린 운‘이라고 치부한다. 그래서 투자를 해도 몰려다닌다. 함께 가면 실패했을 때 상처를 덜 받게 되고 서로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맺은 인간관계는 투자에 실패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를 대비한 일종의 보험용 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화려한 경력을 내세워 인간관계를 앞세우는 팔방미인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빈틈없이 짜여진 스케줄로 지나치게 바쁜 척하는 이들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그들은 늘 바쁘고 늘 시간이 부족하다. 세상 모든 일에 다 간섭을 하고, 세상 모든 일을 다 아는 것처럼, 세상 모든 사람들을 다 아는 것처럼 입을 털지만 깊이는 부족하다. 깊이가 부족하니 그것을 만회하는 수단으로 또 다른 인간관계를 맺는다. 휴대폰에 저장되는 연락처만 늘어난다. '6개월 이상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사람은 연락처를 지우라'는 것이 사회심리학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리고 아파트를 사려고 집을 보러 갈 때 집을 보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아파트를 살 가능성은 낮아진다. 스스로 결정할 수 없어 남편이나 자녀를 동반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까지는 같이 사는 가족이니까 그렇다 치자. 그런데 언니, 동생, 오빠와 같은 형제자매나 친구가 같이 오면 집을 살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 집을 보는 사람마다 한 마디씩 거들기 때문이다. 그것도 좋지 않은 측면만 부각시킨다. 정작 자신이 살 집도 아닌데 자기 기준으로 입을 털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은 당연하다.

...... 모두가 절망을 노래하는 지금, 오히려 적절한 매수타이밍 아닐까? 굳이 철지난 IMF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부동산 시장은 큰 절망에도 곧바로 일어서는 회복탄력성이 강하다. 심리적으로도 절망적일 때가 오히려 기회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부동산 역시 언제그랬냐는 듯 다시 일어설 것이다. 역사가 돌고 돌 듯 부동산 시장도 돌고 돈다. 투자는 다수결로 결정하는 투표가 아니라 혼자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 혼자 독박을 쓰는 고도의 심리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