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재개발 특강

125. 재개발재건축 조합, 청산 안하고 버티며 월급 받는다

김부현(김중순) 2023. 6. 7. 09:01

<도시정비법>에 의해 진행되는 재개발, 재건축사업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장기적인 사업이다. 긴 시간 동안 산 넘고 물 건너 아파트가 지어져 입주를 한다해도 끝이 아니다. 조합을 청산하는 일이 남아 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새아파트에 입주하고 나면 조합청산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입주 후 1년 내 청산인을 선정하여 조합을 해산하고 청산해야 하는데 많은 조합들이 버티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청산해서 청산유보금을 조합원들에게 줘야 하는데 해산을 하지 않고 운영비와 월급으로 사용하고 있어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조합원들의 무관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도시정비법>의  허술함 때문이다. <도시정비법>에서는 정비사업이 완료되어 입주가 끝나면 1년 이내에 조합장이 조합 해산을 위한 총회를 소집하고, 총회에서 청산인을 선임하여 조합의 현존 사무를 종결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조합 해산 이후 청산절차는 <민법>의 적용을 받아 법원에게 관리, 감독 권한이 있어 주무부처인 국토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청산절차에 대한 아무런 행정적 감독 권한이 없다. 조합을 청산하지 않고 버티는 제1전략은 소송을 남발하는 것이다. 툭하면 소송을 걸어 일거리를 자꾸 만드는 것이다. 정작 소송이 진행되도 변호사에게 일을 맡기고 조합은 하는 일이 없는데도 소송 뒤치다꺼리를 핑계로 청산하지 않고 돈을 축내는 것이다.


그러니 많은 조합들이 고의로 청산절차를 지연하면서 월급을 수령하거나, 유보금을 횡령하는 등의 문제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김영호 의원(더불어민주당) 국토부를 통해 실시한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조합 해산 및 청산 현황’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의 2010년 이후 현재까지 해산한 조합은 387개이며, 이 중 무려 65.4%에 달하는 253개 조합이 아직 청산이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국적으로 5년 이상 청산이 지연되고 있는 조합도 64곳에 이르며, 청산절차가 10년이 경과된 곳도 25곳이나 된다. 서울의 경우 192개 조합 중 청산이 완료된 조합은 고작 49개 조합뿐이며, 74.5%에 달하는 143개 조합이 아직 청산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해산 후 10년이 넘도록 청산이 되지 않은 조합이 전국 17개 중 서울에만 14곳에 달한다.

천준호 의원실 자료(2021)에 의하면, 부산도 17개의 조합이 입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 청산을 하지 않고 있다. 지역을 불문하고 조합 청산을 미루는 조합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조합원들의 무관심과 법의 허점을 이용해 연금처럼 월급을 받으면서 사무실 운영비도 챙기는 도랑치고 가재잡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법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에 보다 못한 김영호 의원(서대문을)이 2023년 5월 30일,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정비조합의 청산절차에 대한 검사, 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구체적으로 ▲조합의 정관에 조합 해산 이후 청산인의 직무와 보수를 명시 ▲조합 해산 이후 지체 없이 청산의 목적 범위 내에서 성실하게 청산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청산인의 성실의무 규정 ▲국토부와 지자체가 청산인이 잔여재산의 인도 등 청산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료제출 요구 ▲현장조사 등 점검을 통해 위법사항에 대한 시정요구 및 수사기관에 대한 고발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김 의원은 “조합원들의 사적 재산으로 마치 연금처럼 월급이 지급되며 운영되는 청산조합 문제를 근절하고, 투명한 정비사업의 시행과 조합원 및 입주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법,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뉴타운 개발 붐이 일었던 2000년대 초반의 재개발, 재건축 조합까지 포함하면 장기간 청산이 되지 못한 청산지연 실태는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산연금 부조리를 하루빨리 뿌리뽑기 위해 조속한 국회 법 통과와 시행을 촉구하며, 법이 시행되면 국토교통부는 현존하는 전국 모든 청산조합에 대한 빈틈없는 전수조사를 통해 고의로 청산을 지연시키며, 조합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청산조합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대한 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 통과가 될지는 미지수다. 이전에도 조합해산 및 청산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