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재개발 특강

126. 재개발 뚜껑빌라, 입주권 받을 수 있나?

김부현(김중순) 2023. 7. 31. 09:48

주거용 부동산 투자자라면 자주 들락거리는 사이트가 있다. 공매물건이 나와 있는 ‘온비드’다. 일반적으로 공매보다는 경매에 관심이 많지만 온비드에도 재개발구역 공매물건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재개발구역 주택이나 아파트처럼 정상적으로 입주권이 나오는 물건에는 입찰자들이 대거 몰리지만 도로나 자투리땅, 뚜껑빌라 등과 같은 특수물건에는 입찰자가 거의 없다. 뚜껑(무허가건축물)은 들어봤는데, 뚜껑빌라(대지지분이 없는 빌라)는 처음 들어보는 용어일 것이다. 필자의 최근 신간 <꾼들의 재개발 재건축 투자급소 50>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이기 때문이다. 

4년 전이었다. 

그날도 온비드를 써핑하고 있었는데 3,500만 원짜리 썩빌이 매물로 나와 있었다. ‘왜 이렇게 싸지?’하는 생각에 확인해 봤더니, 재개발구역에 있는 빌라는 맞는데 뚜껑빌라였다. 대지지분이 없다면 입주권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해도 딱히 매수할 이유가 없었다. 재개발구역 도로나 지분, 과소토지와 같은 특수물건에 투자를 하고는 있었지만 대지지분이 없는 빌라는 입주권에 대한 확신이 없어 흐지부지 지나갔다.

그로부터 1년쯤 지났을까. 어느날 인근 재개발구역 소장이 서류를 한 뭉치 들고 손님 한 분과 함께 사무실로 찾아왔다. ‘재개발지식창고’밴드 회원이면서 평소 왕래가 잦았던 소장이었다. 서류를 보니 부산 남구 재개발구역에 있는 빌라였는데 지은지 32년이 넘었고, 한 층에 2세대씩 4층짜리로 된 8세대의 빌라였다. 특이한 것은 8세대 전부가 대지지분이 없고, 건물만 소유하고 있었으며 대지소유자는 따로 있었다. 손님이 개인 사정이 생겨 급히 빌라를 팔아야 하는데 매수자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2층에 있는 전용 82.6㎡(25평)의 빌라였는데 방 3개에 거실도 비교적 넓은 편이라 거주하는데 불편함은 없다고 했다. 당시 그 구역은 정비구역 지정만 되어 있었고 8년 가까이 조합설립이 안 되다 보니 말만 재개발구역이지 사실상 사업이 스톱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정상적인 빌라는 평당 450만 원 정도였는데 대지지분이 없어 300만 원에 팔겠다는 것이다.

재개발구역에 입주권이 확실하게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 뚜껑빌라를 살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매수자가 있는지 찾아보기는 하겠지만, 재개발 투자자들의 가장 큰 목적은 입주권을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지지분이 없는 빌라는 입주권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가격을 떠나 입주권이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는 물건을 투자자들에게 권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헤어졌다.

대지지분이 없지만 30년 넘게 거주하는 데 문제가 없었고 전세 4,000만 원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예상 세대수는 2,000세대, 조합원 950명으로 일반분양도 많은 편이어서 사업성도 비교적 양호해 보였다. 역세권은 아니었지만 도보로 10분 정도면 지하철역에 접근할 수 있어 미분양 우려가 크게 없는 입지인데다 장기플랜으로 구역 주변으로 트램이 들어선다는 호재까지 있어 갈수록 주변 생활인프라는 좋아질 수 있는 여건이었다.

소장이 다녀간 지 열흘 후 다시 그 손님과 함께 사무실로 왔다. 평당 250만 원에 급매로 팔겠다는 것이다. 소위 '투자 좀 한다'는 투자자들에게 문자도 보내봤지만 몇몇 분이 관심을 가지기는 했지만 매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고민 끝에 현장을 두 번 가보고 직접 매수했다. 당초 매매가 6,250만 원(평당 250만 원)보다 낮은 5,500만 원(평당 220만 원)에 매수했다. 대신 당장 5,500만 원이 없으니 계약금 1,000만 원을 지급하고 전세세입자가 구해진 후 잔금을 치르기 위해 잔금일을 3개월 후로 여유있게 했다.

사실 매수를 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결정은 단순했다. 4,000만 원에 전세를 놓으면 실투자금은 1,500만 원에 중개수수료와 취득세다. 그런데 한 달 보름 만에 세입자가 나타났다. 도배와 장판, 보일러를 교체해주는 조건으로 전세 3,700만 원에 계약하여 잔금도 예정일보다 당겨서 치를 수 있었다. 전세금이 예상했던 4,000만 원보다 300만 원 낮은 금액으로 계약하여 실투자금액은 당초 예상보다 많은 1,800만 원이 들었다. 

-뚜껑빌라를 매수한 이유는?

-뚜껑빌라로 입주권 받을 수 있는 요건은?

-뚜껑빌라가 현금청산 된다면 어떻게 될까?

-뚜껑빌라에 투자하기 좋은 곳은?

*<꾼들의 재개발 재건축 투자급소 50>, 202~205쪽. 예스24 (ye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