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재개발 특강

조합장 물러나라! 조합장 교체가 능사일까?

김부현(김중순) 2024. 9. 22. 10:07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조합장을 교체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눈만 뜨면 조합장 교체한다는 뉴스가 도배를 하고 있다. 사유는 제각각이지만 조합장의 횡령이나 비리가 압도적이다. 재개발 재건축은 마라톤 경기다. '조합+조합장+조합원'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도 완주를 할까말까 한데 툭하면 조합장을 교체하려 든다. 더 큰 문제는 조합장도 순순히 물러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교체 과정에서 소송 등 분쟁으로 이어져 사업은 지연되고 분담금이 늘어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믿고 조합장으로 뽑아줬더니 횡령을 하고 비리를 저지르고, 사업 진행 정보를 조합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조합장도 문제지만 애시당초 그런 조합장을 뽑은 조합원들 탓이 크다. 다 조합원들 탓이다.

따라서 모든 책임은 조합원에게 있다. 재개발 재건축은 외부의 제3자가 거의 개입하지 않고 개입해서도 안된다. 그런데도 재개발 재건축을 잘 모르는 조합원들의 판단과 결정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그래서 사업이 오래 걸린다. 혹자는 <도시정비법>이 있으니 법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도시정비법>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 그러나 <도시정비법>은 기본적인 골격만 제시할 뿐 세부적인 의사결정은 '조례+정관(재개발), 정관(재건축)'에 의해 진행된다. 한 마디로 <도시정비법>은 허수아비법에 가깝다. 만든지 25년이 다되어 가지만 아직도 헛점투성이의 누더기법이다. 시공사를 교체할건지 말건지, 조합장을 교체할건지 말건지...모두 조합원들이 결정한다. 법 어디에도 이에 대한 규정은 없다. 지지고 볶던 말든 조합원 니들 맘대로 하라는 것이다.


재개발 재건축은 정부나 지자체의 개입이 거의 없는 조합원들 자체 사업이다...



물론 아무런 이유없이 조합장을 교체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조합장 교체는 좀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조합원들은 '조합장이 횡령을 하거나 비리를 저질렀는데 교체를 해야지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감정적으로는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사업이 많이 진행된 곳일수록 더 신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조합장이 3억의 비리를 저질렀다 치자. 조합장을 교체하려면 통상 1~2년 정도 사업이 지체되고 조합원들간 극심한 편가르기가 형성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조합장은 순순이 물러나지 않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소송전에 돌입한다. 이럴 경우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3억의 비리를 저지른 조합장을 교체하는데 30억, 300억의 기회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사업지연에 따른 금융비 등 분담금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사업이 많이 진행된 사업장일수록 조합장 교체에 따른 비용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칸 태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비리를 저지른 조합장은 별도로 법적으로 결론내고 그에 따라 처벌받게 하면 된다. 돈도 돈이지만 조합장 교체 과정에서 조합원들간 갈등과 편가르기가 극심해져 더 큰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최근 이같은 조합장 공백에 따른 사업지연을 막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을 통해 조합장 공백 때 변호사, 회계사, 기술사 등 전문가를 ‘전문조합관리인’으로 선임해 사업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한다. 풉~ 물론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적용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현실성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것 역시 완벽한 대책이 될 수 없다. 조합원들 자체 사업에 왜 정부에서 외부인을 관리인으로 보내겠다는 것인가? 그 발상 자체가 지극히 단세포적이고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조합원들이 판단해서 조합장을 해임했는데 정부에서 이해관계도 없는 제3자를 조합장 대타로 보내겠다는 생각 자체가 글러먹었다.

솔직히 사업이 빨리 되던 느리게 되던, 조합장을 교체하던 말던, 시공사를 교체하던 말던, 사업을 포기하던 말던... 그 모든 결정은 조합원들이 하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주구장창 공공재개발과 같은 공공을 외쳤지만 정작 조합원들은 거덜뜨 보지도 않지 않나? 어떤 사업이든 공공의 개입이 많을수록 하책이다. 재개발 재건축은 국가 사업이 아니라 조합원들 자체 사업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정책으로 사업이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원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앞서 조합장이 비리를 저질렀다면 그 책임은 조합원들에게 있다고 했다. 이유는 조합원들의 무관심이 조합장의 비리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조합장을 뽑아 놓고는 총회 참석도 안하고 서면으로 대체하는 등 조합과 조합장에 대한 감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조합의 투명성이 높아졌다. 단적인 예가 조합원의 정보공개청구다.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도시정비법> 제124조에 나와 있는 것처럼, 조합 관련 대부분의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조합은 15일 이내에 통보해 주도록 강제하고 있는데도 활용하는 조합원이 많지 않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124조(관련 자료의 공개 등)


① 추진위원장 또는 사업시행자(조합의 경우 청산인을 포함한 조합임원, 토지등소유자가 단독으로 시행하는 재개발사업의 경우에는 그 대표자를 말한다)는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서류 및 관련 자료가 작성되거나 변경된 후 15일 이내에 이를 조합원, 토지등소유자 또는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여야 한다. [개정 2022.6.10] [[시행일 2022.12.11]]

1. 제34조제1항에 따른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및 정관등
2. 설계자·시공자·철거업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 용역업체의 선정계약서
3. 추진위원회·주민총회·조합총회 및 조합의 이사회·대의원회의 의사록
4. 사업시행계획서
5. 관리처분계획서
6. 해당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공문서
7. 회계감사보고서
8. 월별 자금의 입금·출금 세부내역
8의2. 제111조의2에 따라 신고한 자금차입에 관한 사항
9. 결산보고서
10. 청산인의 업무 처리 현황
11. 그 밖에 정비사업 시행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류 및 관련 자료

② 제1항에 따라 공개의 대상이 되는 서류 및 관련 자료의 경우 분기별로 공개대상의 목록, 개략적인 내용, 공개장소, 열람·복사 방법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따라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③ 추진위원장 또는 사업시행자는 제1항 및 제4항에 따라 공개 및 열람·복사 등을 하는 경우에는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하고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방법 및 절차에 따라 공개하여야 한다.

④ 조합원, 토지등소유자가 제1항에 따른 서류 및 다음 각 호를 포함하여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에 대하여 열람·복사 요청을 한 경우 추진위원장이나 사업시행자는 15일 이내에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

1. 토지등소유자 명부
2. 조합원 명부
3.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류 및 관련 자료

⑤ 제4항의 복사에 필요한 비용은 실비의 범위에서 청구인이 부담한다. 이 경우 비용납부의 방법, 시기 및 금액 등에 필요한 사항은 시·도조례로 정한다.

⑥ 제4항에 따라 열람·복사를 요청한 사람은 제공받은 서류와 자료를 사용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활용하여서는 아니된다.

한 마디로 조합원이라면 누구든지 조합에 대한 거의 모든 자료를 정보공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정보공개청구는 조합원의 최대 권리다. 정보공개청구를 많이 하는 사업장일수록 사업이 투명해지고 비리도 적어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엄연히 조합원의 권리가 있고 그를 통해 조합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몰라라 하고 있다가 조합장이 비리를 저지르면 조합장을 비난하는데 열을 올린다. 비리를 저지른 놈도 나쁘지만 비리를 저리르도록 방치한 놈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조합원들은 좀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재개발 재건축은 결국 비즈니스사업이다. 자선사업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업성이 없으면 금덩어리 땅도 무용지물이다. 사업성을 결정하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결국 조합원들의 분담금 수준으로 귀결된다. 일반분양이 많고 사업기간이 단축되면 분담금은 줄어들고, 일반분양이 적고 사업기간이 길어지면 분담금은 많아진다. 또한 재개발 재건축은 조합원들이 판단하고 결정해서 하는 사업이다. 국가나 지자체, 건설사가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라는 말이다. 조합장을 뽑았으면 적극 협조하고 비리를 저지를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조합원들의 의무다.

조합장 교체하겠다는 그 열정을 조합장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참여하고 감시하는데 쏟을 필요가 있다. 설령 우여곡절 끝에 조합장을 교체했다 한들.... 조합원들이 무관심하면 새로운 조합장 역시 비리를 저지르지 않겠는가? 머리통을 달고 만물의 영장이라 자화자찬 하지만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일뿐 무결점의 신이 아니다. 그래서 짜라투스트라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은 위태로운 밧줄 위에서 이해관계와 필요에 따라 동물과 신을 오가는 불완전한 존재"라고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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