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역사....인류 역사를 통째로 담은 책, 그간 당연시되었던 인류사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방법론을 제시한 책.... 1997년에 출간된 <총균쇠> Guns, Germs, and Steel...라는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50만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문화이론서다. 저자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러스 지리학 교수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부제는 '모든 이들의 최근 13,000년간의 짧은 역사(A short history about everyone for the last 13,000 years)'라고 붙어 있다. 1937년에 세상과 처음 마주한 저자는 87세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면서 마치 역마살 낀 사람처럼 실험실과 연구실을 박차고 나와 세계 곳곳을 누비는 미치광이 현장전문가였다. 역사학, 지리학, 경제학, 고고학 및 전염병학을 넘나드는 '통섭의 현장학자'였다. 흔히들 "한 우물을 파라"고 하지만 갈수록 복잡다변화되는 세상에서는 우물을 좀 넓게 파는 통섭적 사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는 <총균쇠>로 번역되어 있는데 '무기, 병균, 철강'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총'은 전쟁과 정복의 도구인 무기로 문명간 갈등과 충돌을 의미하고, '균'은 세균을 통한 전염병, 즉 질병의 확산이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쇠'는 강철과 기술을 의미하는데 기술혁신이 문명사회를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빙하기가 끝나고 지난 13,000년 동안 인류의 문명사를 바꾼 터닝포인트로 세 가지를 꼽았는데 바로 '총-균-쇠'다. 주변에서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총균쇠>, 그런데 막상 책을 펼치면 지리, 역사,고고학, 생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통섭적 인문학에다 무려 700쪽이 넘는 방대한 벽돌책에 질려 완독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완독을 한다해도 그 의미를 오롯이 받아들이기에는 벅차다. 개인적으로도 건성건성, 꼬닥꼬닥 두 번을 읽었지만 곳곳에 처음 접하는 역사와 용어, 사건 등으로 인해 난해한 부분이 많았다.
<총균쇠> 하드카피 양장본이 새로 나와서 다시 읽어보고 또 장서로 보관할겸 해서 주문했다. 장서로 보관하기에는 하드카피가 제격이다. 책과 만난 두 번째 인상 역시 첫인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몇 년 전, 언론에서 세계적 베스트셀러라면서 너무 요란하게 떠들어 대길래 마지못해 사서 건성건성 읽는 시늉만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독서시장은 홍보로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위주로 팔리고, 40대가 넘으면 1년에 책 한 권도 채 읽지 않는다는 것이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많이 팔리는 책이 좋은 책이겠지만 "모든 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는 아니다"라는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세계 7대 인쇄 강국이지만 팔리는 책 대부분은 학생들 참고서가 차지한다. 얼마 전, 한강 작가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출판계가 들썩이고 일시적 품절 사태를 겪는 등 한바탕 난리가 났지만 냄비문화가 출판시장에까지 발을 뻗치고 있어 독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한강 작가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한강 작가의 책을 이해할 수 있으면 <총균쇠>도 능히 읽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강 작가의 책도 붙들고 있지만 제법 난해하다. 5.18광주의 <소년이 온다>, 제주4.3사건의 <이별하지 않는다>와 같은 책들 역시 난독증을 겪기 십상이다. 아무튼 <총균쇠>는 제목 자체도 투박하고 무시무시한데다 제목만 봐도 주눅이 들게 한다. 총, 세균, 강철.... 모두 전쟁을 연상케 하는 단어들이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무기의 종류만 바뀐 채 서로를 죽고 죽이는 원시시대의 방식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고보면 일찌기 칼 마르크스가 말했던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단순명료한 명언은 명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인류사에 스며들어 여전히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럼 왜 역사는 반복될까? 여러 부수적 원인이 있겠지만 결국은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철학자 짜라투스트라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거품 물고 했던 말, "인간은 신과 동물을 연결한 밧줄 위에서, 필요에 따라 신과 동물 사이를 오가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상황과 필요에 따라 '신'인척 고귀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또 때로는 '짐승'같은 짓을 서슴없이 하는 양면성을 가진 어설픈 동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살인도 처음에는 선에서 출발한다"는 말이 있다. 처음부터 악한 인간은 없다. 태어날 때부터 악인은 없다. 그러나 인간관계를 맺고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악을 가까이 하게 된다. 따라서 한 인간은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고 잘난척 해봤자 불완전한 고등동물일 뿐이다. 그러니 '저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라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틈만 나면, 기회만 생기면 나쁜 짓을 할 유전자를 가진 동물이 인간이기에 늘 마음을 가다듬어야 하는 게 인간의 숙명이다. 인류의 역사는 약 7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다. 이때 아프리카 유인원 개체군이 여러 개체군으로 갈라졌는데, 그중 하나가 고릴라로, 다른 하나는 두 종류의 현재 침팬지로, 마지막 하나가 사람으로 진화했다고 한다.(58쪽)
아무튼....삶을 소비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교과서와는 달리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인간과 인간 사이에도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체득한다. 빌 게이츠도 "세상은 불공평한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은 공평하고, 공평해질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심리학에서는 "공평한 세상의 오류"라고 부른다. 우리가 사는 지구촌도 공평하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총균쇠>는 세상이 왜 공평하게 발전하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책의 구성은 '서문-왜 세계 역사는 양파와 같은가?, 프롤로그-얄리의 질문'을 시작으로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덴에서 카하마르카까지, 2부-식량생산의 기원과 확산, 3부-식량에서 총균쇠로, 마지막 4부-여섯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중 핵심은 3부다. 시간이 없다면 3부를 집중해서 정독해도 무방하다.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부에는 또 총 20장의 소목차가 붙어있다. 1부는-1~3장까지다. 1장에서는 700만년 전 유인원에서 갈라져나온 시점부터 마지막 빙하기(아간빙기)가 끝나는 13,000년 전까지 , 2장에서는 섬 환경이 역사에 미친 영향, 3장에서는 다른 대륙들간의 종족 충돌을 다루고 있다. 2부는 4~10장까지다. 4장은 채집생활을 끝내고 농업이나 목축을 통해 식량을 확보하는 방법이 가능했던 요인, 5장과 6장은 식량생산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지역과 채집생활을 벗어나지 못한 지역과 기 이유, 7~9장은 선사시대의 야생 식물과 동물을 어떻게 작물과 가축으로 길들였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3부는11장~14장까지인데, 먼저 11장에서는 높은 인구밀도에서 파생되는 병원균의 진화, 12장에서는 식량생산이 탄생시킨 발명품인 문자, 13장에서는 문자에 적용되는 과학기술 그리고 14장은 식량생산으로 농민은 필경사와 발명가 뿐만 아니라 정치인까지 부양할 수 있었던 이유를 담고 있다. 마지막 4부는15장~20장까지인데, 여기서는 2부와 3부에서 살펴본 내용들을 각 대륙과 몇개의 중요한 섬에 적용시킨 사례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총균쇠>는 어른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우리나라 주요 대학에서 대출 순위 3위 안에 들 정도로 여전히 관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요즘 수능이 끝난 고3수험생들에게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책이기도 하다. 행여 책 두께가 부담된다면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10대를 위한 총균서 수업>을 추천한다. 이제 벽돌책의 지존이자 베개로도 안성맞춤인 <총균쇠>를 향한 여정을 떠나보자. <총균쇠>는 프롤로그에 나오는 '얄리의 질문'에서 시작하여 얄리의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끝난다. 따라서 얄리의 질문이 책의 핵심이다.
프롤로그 |
얄리의 질문,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발명품, 공산품)을 개발해서 뉴기니로 가져왔는데, 왜 우리 흑인들은 우리만의 발명품이나 공산품이 거의 없는지요?" |
때는 1972년 7월, 저자인 다이아몬드 교수는 바닷속 산호가 아름답게 펼쳐진 뉴기니섬(인도네시아 이리안자야) 열대 해변을 걷고 있었다. 새의 진화를 연구하기 위해 종종 찾던 섬이었다. 그때 '얄리'라는 한 흑인 정치가를 만나게 되는데, 얄리는 저자와 여러가지 대화를 하던 중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발명품이나 공산품을 개발해서 뉴기니로 가져왔는데, 왜 우리 흑인들은 우리만의 발명품이나 공산품이 거의 없느냐?"고 물었다.(24~26쪽).
당시 저자는 즉각 답을 하지 못했고, 이에 대한 답을 위해 쓴 책이 <총균쇠>다. 700쪽이 넘는 방대한 내용의 결론은 "유라시아 문명은 독창성과 유전적 산물이 아니라 기회와 필요성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즉 문명은 우수한 지능으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 특정한 전제조건에 의해 가능하게 만들어진 일련의 발전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얄리의 질문을 쉽게 각색하면 "왜 어떤 나라는 빠르게 발전하고, 어떤 나라는 뒤처지는 걸까?"로 귀결되는데, 이는 지리적 환경과 농업의 발달로 인한 인구증가가 문명사회로의 발전을 가속화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백인은 흑인에 비해 지능이 우수해서 문명이 발전했다는 일부의 주장이 독버섯처럼 자리잡고 있다. 유럽인 중 상당수와 유럽을 배낀 미국인들이 현재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다른 국가의 국민들보다 DNA가 우수하고 능력이 뛰어나서라는 논리를 펴지만 저자는 이에 No를 외쳤다.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이 오늘날 주류가 된 것은 유전적 요인이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 태어난 지리적, 환경적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지구촌은 여전히 불공평하고 비합리적이다. 특정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삶의 대부분이 결정되어지는 후진적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 미국에서, 영국에서, 한국에서, 베트남에서....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 태어나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세계의 대장이 된 기회의 땅 미국이지만 1607년부터 1776년 독립할때까지 자그마치 169년 가까이 영국의 식민지였다. 반 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에 비하면 250년은 역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식민지가 유행하던 당시, 지배자들은 한결같은 논리를 폈다. 식민지 국가들은 스스로 변화하고 진보할 능력이 없으니 식민 지배를 통해 미개한 국가와 국민들을 문명사회로 이끌어 준다는 논리였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본에 36년간 지배 당한 치욕의 역사를 일부에서는 여전히 일본의 식민지였기에 우리나라가 더 발전했고 국민들도 개화되었다는 식민사관론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뉴기니인들이 유럽인보다 똑똑하다면서 그 근거로 유전적, 비유전적 요인 두 가지를 제시했다.(35~37쪽) 먼저, 유전적 요인에서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자연의 선택은 인구가 과밀하고 정치적으로 복잡한 사회에서보다 그 반대인 뉴기니에서 훨씬 더 치열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유전적 요인으로는 유럽이나 서구의 아이들보다 뉴기니 아이들은 TV, 라디오, 영화와 같은 수동적 즐길꺼리를 접하는 빈도가 낮다. 수동적 오락꺼리가 없다보니 뉴기니 아이들은 서로 대화하고 자연에서 뛰놀기와 같은 능동적인 일에 집중하여 아이들의 지능발달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결국 문명의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를 한 것은 지리적 환경과 농경이다. 세계 지도를 펼쳐보면 지구상의 대륙은 크기 순으로 아시아·아프리카·북아메리카·남아메리카·남극대륙·유럽·오세아니아 등 7개 대륙으로 형성되어 있다.(사진:위키백과)
이 중 유럽과 아시아를 묶어 유라시아(Eurasia)라고 부르는데, 유라시아 대륙은 동서로 길게 뻗어 있다. 즉 위도가 비슷해서 아메리카 대륙에 비해 비교적 기후가 비슷하고, 식량과 가축을 쉽게 전파할 수 있었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 덕분에 농경이 발달하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다른 대륙에 비해 문명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 반면, 아메리카 대륙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즉 위도차가 심해서 기후와 환경이 다양했기 때문에 식량과 가축의 전파가 어려웠던 것이다. 간단한 예로 땅덩어리가 아주 작은 우리나라를 보면, 동서는 짧고 남북은 길다. 따라서 남쪽 제주도의 감귤은 북쪽 경기도나 강원도에서 잘 자라지 못한다.
문명을 향한 시초는 유목과 수렵 위주의 채집생활에서 농경사회로의 이동이다. 채집생활에서 농경사회로의 전환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농사지은 곡식을 저장하고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건조한 기후, 그리고 가축을 사육할 수 있을 만큼 온순하고 다재다능한 동물에 대한 접근 노하우...농작물과 가축사육이 식량과잉으로 이어져 사람들이 생계유지 이외의 활동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구증가를 가져오게 되고 이것이 사회적, 기술적 혁신의 축적으로 이어진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농업이 발생했지만 유라시아는 재배에 적합한 식물과 동물의 종들이 더 많았기 때문에 일찍이 농업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특히 유라시아에는 주로 보리와 밀이 재배되었는데 유라시아에 농업이 뿌리내리기 이전까지 보리나 밀은 수많은 들판의 잡초에 불과했다. 그리고 단백질이 풍부한 염소, 양, 소를 사육하기에 적합했다. 많고 많은 가축들 중에서 염소, 양, 소가 집중 사육된 이유는 요즘말로 '가성비'가 좋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자가 400㎏이 되려면 사료가 1000㎏이 필요하다면 소의 경우는 200㎏ 정도면 충분했다. 그리고 사자는 소에 비해 인간이 다루기에 어려움이 더 많았기 때문에 곰, 사자, 늑대 대신 염소, 양, 소가 인간의 가축으로 선택된 것이다.
<총균쇠>의 핵심적인 내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
"인간의 유전자가 아닌 지리적 차이, 즉 환경이 문명의 발전 속도를 좌우한다." |
<총균서>의 핵심적인 내용을 다섯 글자로 표현하면, |
"환-경-결-정-론" |
즉 문명이 발전하는 속도는 지능이 높거나 유전자가 우월해서가 아니라 지리적 환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더해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럽인들이 가지고 있던 면역력과 병원균 때문이었다. 가축 사육은 결국 인간에게 집단감염병을 일으킨다. 농경을 시작하면서 한 곳에 정착하면서 인구밀집이 일어났는데, 농업의 시작이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농경이 시작되자 만세를 부른 집단이 있었다. 바로 세균들이다. 가축을 곁에 두고 함께 살아가다보니 홍역, 천연두, 결핵 등과 같은 '군중질병', 즉 전염병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가 반려동물처럼 부대끼며 살아가는 소는 홍역과 결핵, 그리고 천연두를, 오리와 돼지는 독감, 조류는 말라리아를 전파시킨 매개물이었다. 비교적 근자에는 사스, 매러스, 코로나19 같은 새로운 전염병이 계속되고 있다. 책에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총이 아닌 세균이었다. 면역력을 가진 유럽인들이 그냥 말만하고 돌아다니기만 해도 원주민들 대부분이 죽어갔다. 별다른 노력없이 치명적인 전염병을 옮겨 그들을 쉽게 정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총균쇠>는 환경이 인류 문명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환경결정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환경이 인간의 삶과 문화,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지리적 조건, 기후, 자원 등이 문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오롯이 환경만이 문명 발전을 결정짓는 요인이라 단정할 순 없다. 인간의 선택과 노력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유라시아 대륙의 문명이 빠르게 발전한 것은 지리적 조건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라시아인들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혁신한 결과도 반영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총균쇠> 필사.....
같은 조상이었던 마오리족에게 무참히 살해된 모리오리족의 비극
뉴질랜드 동쪽 800킬로미터쯤 떨어진 채텀제도에서 오랫동안 독자적인 삶을 살던 모리오리족은 1853년 12월에 갑자기 모든 것을 잃었다. 그해 11월 19일, 총과 몽둥이, 도끼로 무장한 500명의 마오리족을 태운 선박 한 척이 도착했고, 뒤이어 12월 5일에 400명의 마오리족을 태운 배 한 척이 또 들어왔다. 마오리족은 무리지어 모리오리족 마을들을 헤집고 다녔다. 그러면서 모리오리족이 이제 그들의 노예라고 선언하며, 반항하는 사람을 무지막지하게 죽였다. 그때 모리오리족은 수적으로 2대1로 우세했기 때문에 조직적으로 저항했다면 마오리족을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리오리족에게는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전통이 있었다. 따라서 회의를 연 그들은 맞서 싸우지 않고 평화와 친선 및 자원의 분배를 제안하기로 결정했다. 모리오리족이 그런 제안을 전달하기도 전에 마오리족이 일제히 공격을 감행했다. 그로부터 며칠동안 마오리족은 수백 명의 모리오리족을 죽이고, 많은 시신을 요리해 먹었다.(85쪽)....
이 비극적 사건을 오늘날 현대 인류사에 적용시켜봐도 당시 모리오리족과 마오리족의 충돌에서 빚어진 이런 야만적 결과는 충분히 예측가능한 일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힘있는 나라가 약한 나라를 짓밟고, 힘있는 자가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칼을 든 놈에게 도덕책을 들먹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로마제국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의 책, <군사학논고>에 나오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격언이 떠오른다.
아타우알파와 피사로의 80,000명 대 168명의 전투
피사로(스페인 정복자)는 오합지졸에 불과한 168명의 스페인 병사를 이끌고 낯선 땅에 들어왔다. 지역 주민들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고, 파나마 북쪽으로 1,6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어서 가장 가까운 스페인 진영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때맞춘 지원을 기대하기도 힘들었다. 수백만 명의 백성이 섬기는 제국의 한 가운데서 그러나 두 지도자가 처음 만나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 피사로는 아타우알파(잉카제국 황제)를 포로로 사로잡았다. 피사로는 아타우알파를 8개월 동안 포로로 붙잡아두고는 그를 풀어준다고 약속하며 역사상 가장 많은 몸값을 뜯어냈다. 길이 6.7미터, 폭 5.2미터, 높이 2.4미터의 방을 가득 채울 정도의 황금을 몸값으로 받아낸 뒤, 피사로는 약속을 뒤집고 아타우알파를 처형했다.(108쪽)
상식적으로 168명 대 80,000명이면 과연 상대가 될까 싶지만 스페인 병사들은 손도 안대고 코풀듯 한나절만에 80,000명의 오합지졸 인디언 군대를 제압하고 그 대장을 생포했다. 당시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은 채 돌연장과 나무방망이, 손도끼를 든 인디언들은 처음 들어보는 대포소리와 요란한 나팔소리, 거기다 말에 매달아 놓은 딸랑이 소리에 기겁해 모두 도망쳤지만 말을 타고 달리는 스페인 병사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게다가 아타우알파는 몸값을 주면 풀려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결국 문명 발전 정도가 국력의 척도가 되었던 것이다.
스페인이 잉카를 정복할 때 총은 극히 작은 역할을 했을 뿐이다. 당시 총은 장전해서 발사하기가 쉽지 않았고, 피사로에게도 화승총이 6정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발사하면 총포는 상당한 심리적 효과를 발휘했다. 그래도 그럭저럭 발사하면 총포는 상당한 심리적 효과를 발휘했다.(121쪽)
말을 이용한 전투는 기원전 4000년경 흑해 북쪽의 초원지대에서 말을 길들이며 시작되었다. 말을 길들이는데 성공하자 사람들은 걸어다닐 때보다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었고, 상대를기습적으로 공격할 수도 있었다. 또 강력한 방어부대가 결집하기 전에 달아날 수도 있었다(122쪽)
식량생산은 수렵 채집민이 이미 실행하던 준비단계부터 순차적으로 발달했다. 식량생산에 필요한모든 기법이 짧은 시간에 발전한 것은 아니고, 어떤 지역에서 야생식물과 야생동물을 한꺼번에 작물화하고 가축화 한것도 아니다.(....) 이런 전환이 서서히 이뤄진 근본적 이유는, 식량생산 시시템 자체가 시간과 노력을 할당하는 일에 무수히 많은 결정이 누적된 결과 발전했기 때문이다. (....) 인간과 동물은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 무의식적이지만 끊임없이 우선순위를 매기며, 노력을 어떻게 할당할지 결정한다.(182~183쪽)
우리가 이렇게 많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식량으로 가치가 있음에도 결국 작물화하지 못한 야생식물이 많다. 가장 널리 알려진 예는 도토리가 열리는 떡갈나무이다. (....) 떡갈나무를 작물화하는데 결함이 있다. 너무 느리게 성장해서 농경민이 끈기있게 기다리기 힘들다. 밀은 씨를 뿌린 뒤 몇 개월이면 수확하고, 아몬드나무는 묘목을 심고 3~4년이 지나면 열매가 달린다. 그러나 떡갈나무는 묘목을 심고 10년이 넘게 지나도 도토리가 열리지 않을 수 있다.(214쪽)
그러고 보면 우리 조상의 조상들은 대단한 것 같다. 우리가 지금 재배하는 작물이나 가축은 조상의 조상들이 선택한 것이다. 한 마디로 가성비가 있는 것을 선택해 놓은 것이다. 시대가 발전하여 AI를 들먹이지만 우리 세대에서 새로운 작물의 재배나 새로운 가축을 정한 것이 없지 않은가! 식용곤충이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껏해야 기존의 작물이나 가축의 재배법이나 사육법을 바꾸거나 효율화하여 생산량을 늘리거나 품질을 향상시키는데는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예를 들어 사자를 가축화하는 방법 같은 새로운 가축화를 시도한 경우는 없는 실정이다.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비슷하지만, 가축화할 수 없는 동물은 제각각 그 이유가 다르다. 이와 비슷한 말을 전에 들은 것 같은가? 그렇다. 몇 단어만 바꾸면, 톨스토이의 위대한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이 된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는 결혼생활이 행복하려면 많은 면에서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뜻으로 그렇게 말했다. 예컨대 서로 상대에게 성격으로 끌려야 할 뿐만 아니라 돈과 지식, 훈육,종교, 인척관계 등 중요한 쟁점에 대한 의견이 일치해ㅑ 한다. 이런 기본적인 면 중 하나라도 충돌한다면, 결혼 생활의 행복에 필요한 모든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그 결혼은 불행한 결말을 맞을 수 있다. 이 법칙은 우리 삶에서 결혼 생활 이외에 많은 부분을 이해하는 데도 확대해 적용할 수 있다. 우리는 성공을 쉽게 단일한 요소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요한 일에서 성공하려면 실패와 관련한 많은 요인을 피해야 한다. ‘안나 카레니나 법칙’은 인류 역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동물의 가축화를 요약해서 잘 설명해준다.(258쪽)
위의 세계지도에서 각 대륙의 모양과 방향을 비교해 보라. 뚜렷한 차이가 확연히 눈에 들어올 것이다. 남북아메리카는 동서보다 남북의 길이가 훨씬 더 길다. 동서의 폭은 4,800킬로미터에 불과하고, 파나마 지형에서는 폭이 65킬로미터로 크게 줄어든다. 달리 말하면, 남북아메리카의 주된 축은 남북방향이다. 아프리카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아메리카만큼 극단적이지는 않다. 반면 유라시아의 주된 축은 동서방향이다. 축 방향은 작물과 가축의 확산 속도에 영향을 미쳤고, 나아가서 문자와 바퀴 등 여러 발명품의 확산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이런 지리적 특징으로 말미암아 지난 500년 동안 아메리카 원주민, 아프리카인, 유라시아인이 크게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287쪽)
유라시아는 세계에서 동일한 위도대의 폭이 가장 길어, 작물군과 가축군의 신속한 확산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유리시아처럼 중심축이 동서이면 확산하기 쉽지만, 아프리카처럼 중심축이 남북이면 확산하기 어렵다.(302쪽)
위도는 기후와 생장 조건, 식량생산 확산의 용이성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다.(.....) 축 방향의 대륙간 차이는 식량생산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과 발명의 확산에도 영향을 미쳤다.(306~307쪽)
인간이 길들인 가축이 감염병 원인제공자
예컨대 천연두와 독감, 결핵, 말라리아, 페스트, 홍역, 콜레라는 모두 동물의 질병에서 진화한 감염병이다. 하지만 이런 전염성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 대부분이 이제는 역설적이게도 인간에게만 영향을 미친다.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전투에서 입은 부상보다 세균 때문에 죽은 전사자가 더 많았다. 위대한 장군을 미화하는 모든 전쟁사에는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진실을 아주 간단히만 언급할 뿐이다. 그 진실이란 과거의 전쟁에서는 유능한 장군과 최상의 무기를 보유한 군대가 항상 승리한게 아니었고, 더 지독한 병원균을 적에게 퍼뜨린 쪽이 승리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병원균 때문에 생긴 가장 참혹한 사건은 1492년에 콜럼버스의 항해로 시작된 유럽인의 남북아메리카 정복에서 찾을 수 있다. 잔혹한 스페인 정복자들에게 희생된 아메리카 원주민도 많았지만, 그보다 스페인의 잔혹한 세균에 희생된 원주민이 훨씬 더 많았다.(315~316쪽)
기본적으로 세균도 다른 종처럼 진화한다. 자손을 생산하고, 그 자손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장소로 확산하는 걸 가장 효과적으로 도울수 있는 개체가 진화과정에서 선택된다. 세균의 관점에서 '확산'은 수학적으로 정의하면, 첫 환자로부터 새로게 감염되는 피해자의 수다. 그 수는 각각의 피해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생존해서 새로운 피해자를 감염시킬 수 있고, 세균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파되며 새로운 피해자를 낳느냐에 달려있다.(317쪽)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성기의 염증, 설사와 기침은 질병의 증상이다. 하지만 병원균의 관점에서 보면, 병원균을 퍼뜨리기 위한 영리한 진화 전략이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이 병원균한테는 이득이 된다.(....) 우리가 감염되었을 때 보이는 또 하나의 공통된 반응은 면역체계를 동원하는 것이다. 혈구를 비롯한 여러 세포가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을 능동적으로 찾아내 죽인다. 우리 몸은 특정한 세균에 감염되었다가 치유되면, 그 세균에 감염되는 걸 방지하는 항체를 점진적으로 형성하기 때문에 그 세균에 다시 감염될 가능성은 낮아진다.(319~321쪽)
농업의 시작이 왜 군중 감염병의 진화를 자극했을까? 지금까지 알려진 한 가지 이유는 농업이 수렵 채집보다 평균적으로 10배에서 100배에 해당하는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렵 채집에 의존하는 생활을 하면 근거지를 자주 옮기며, 세균과 기생충 유충으로 가득한 배설물 더미를 떠난다. 그러나 농경민은 정착해서 살기 때문에 오물과 함께 지낸다.(…) 따라서 농경의 시작이 세균들에게 증식할 절호의 기회였다면 도시의 발생은 더 큰 기회였다. 건강한 농경민이 농촌에서 도시로 끊임없이 유입되며, 군중 질병으로 인해 죽어가는 도시 거주민의 빈자리를 채워주었다. 세계 무역로의 개척도 세균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였다. 따라서 로마 시대에는 유럽인과 아시아인, 북아프리카인이 뒤섞인 그곳이 세균들에게 거대한 번식지가 되었다. (327~328쪽)
전염병은 사회적 동물들이 감염에 필요한 대규모 집단을 이루었을 때 주로 발생한다. 따라서 우리가 소와 돼지같은 사회적 동물을 가축화했을 때, 그것들은 이미 이런저런 전염병에 감염된 상태였을 테고, 각 전염병과 관련한 세균이 우리 몸에 침입할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았을 것이다. 예컨대 홍역 바이러스는 우역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관계가 밀접하다. 우역은 소를 비롯해 되새김질 하는 많은 포유동물에게서 발생하는 위험한 전염병이지만, 인간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홍역은 소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330쪽)
근대에 들어 문자는 무기와 세균, 중앙집권적 정치조직과 더불어 정복의 도구였다. 군주와 상인은 식민지를 개척할 선단을 조직할 때, 그와 관련된 지시를 문자로 전달했다. 선단은 이전의 원정을 토대로 작성한 문자로 남긴 항해기록지를 참고해서 항로를 결정했다. 이전 원정에 대한 문자 기록은 풍요롭고 비옥한 땅이 정복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식으로 묘사함으로써 새로운 원정을 자극했다.(344~345쪽)
1446년 한국의 세종대왕이 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해 창제한 한글이란 문자는 정사각형을 띤 중국 한자와, 몽골 문자나 티벳 불교식 문자의 알파벳 원리에서 영향을 받은 게 분명했다.(....) 한글과 오검문자는 고립상태에서 독자적으로 발명된 문자가 아니라, 아이디어 전파에서 영향을 받은 게 확실하다.(.....) 대부분 학자들은 중국 문자는 독자적으로 생겨났을 것이라고 추정한다.(365~367쪽)
흔히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저자는 발명과 필요의 역할이 뒤바뀌기도 했다고 주장한다. 기술은 더 많은 기술을 가져오기 때문에 발명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확산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식량생산 시작 시기, 면적과 인구 규모뿐 아니라 기술의 확산을 저해하는 지리적, 생태적 장벽 또한 과학기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식량생산 시작 시기, 확산을 방해하는 장벽, 인구규모에 따라 과학기술이 어떻게 대륙 간에 다르게 발전했을까. 유라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대륙이고, 따라서 그 안에서 경쟁하는 사회도 가장 많다. 과거에도 유라시아는 식량생산을 가장 일찍 시작한 두 곳-비옥한 초승달 지역과 중국-이 포함된 대륙이었다. 중심축이 동서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어떤 발명을 한 곳에서 채택하면 비슷한 위도상의 기후가 유사한 사회들에 비교적 신속히 확산될 수 있었다.(414쪽)
중국은 동서로 흐르는 긴 강들(북쪽에는 황허강, 남쪽에는 양쯔강)이 있어, 해안 지역과 내륙 사이에 작물과 과학기술의 확산이 용이했다. 게다가 동서로 널찍하게 뻗은 지형은 상대적으로 완만하고 두 강이 운하로 연결됨으로써 남북 간에 교환도 쉬웠다. 이 모든 지리적 요인 덕분에 중국은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일찌감치 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다. 반면 서유럽의 경우에는 면적은 비슷하지만 지형의 높낮이가 천차만별이고 유럽 전체를 관통하는 강도 없어, 오늘날까지도 문화·정치적으로 통합하는 게 쉽지 않다.(533쪽)
일본 문화는 1만 년 동안 지속된 조몬 시대보다 700년의 야요이 시대에 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 규슈는 한국보다 따뜻한 데다 습지가 많아 쌀농사를 짓기에 유리하다. 한국 농경민에게는 천국처럼 보였을 것이다. 한 추정치에 따르면 야요이 시대에 수백만 명의 이주자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들어왔고, 그리하여 한국 유전자가 조몬인에게 강력하게 침투했다. 이 가설이 맞는다면, 현대 일본인은 지난 2,000년 동안 조문 문화를 바꿔가며 고유한 문화를 발전시킨 한국인 이주자들의 후손이다. (666~667쪽)
.....<총균쇠>를 덮으며,
문득 든 생각, '운칠기삼', '학연, 지연'이라는 단어들이 떠오른다. 저자는 700쪽이 넘는 방대한 지면 대부분을 할애하여 역사가 대륙에 따라 다르게 발전한 이유로, 각 대륙을 선점한 원주민의 생물학적 DNA 즉 지적 능력의 차이가 아닌 지리적 차이, 지리적 우연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분야의 사례들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물론 생물학적 지적능력을 깡그리 무시할 순 없겠지만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 태어나느냐가 중요한 것은 틀림없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학연, 지연, 혈연은 그냥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도 아니고, 다른 나라들도 겪는 공통적인 문제로 인류사적 문제로 보여진다. 그러나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해결책은 요원해 보인다. 오히려 학연, 지연, 혈연의 중요성은 갈수록 더 고착화 될 여지가 다분하다. 수도권인 서울과 경기도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지방은 사람들이 떠나 소멸 위기를 맞고 있지만 효율을 중시하는 의사결정구조 하에서 이 역시 뾰족한 대책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같은 중앙집중식 의사결정시스템으로 지방소멸을 막는다는 불가능하다고 장담한다...... 서울에서 태어나는 것, 그 자체로 더 양호한 삶의 궤적을 그릴 수 있다면....'in서울' 하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지 않을까?
인류의 문명사를 바꾼 것이 총균쇠라면,
나의, 당신의 인생사를 바꾼 총균쇠는 무엇인가?
'부동산을 읽다 > 다시 읽고 깊이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8. 다시 읽고 깊이 읽기-세이노의 <세이노의 가르침> (0) | 2023.04.04 |
---|---|
37. 다시 읽고 깊이 읽기-김훈의 <연필로 쓰기> (0) | 2022.09.25 |
36. 다시 읽고 깊이 읽기-강준만 교수의 <바베탑 공화국> (0) | 2022.07.14 |
31. 다시 읽고 깊이 읽기-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0) | 2020.07.02 |
35. 다시 읽고 깊이 읽기-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0) | 2019.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