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읽다

자영업자는 망해도 되고, 건설사는 망하면 안되는가?

김부현(김중순) 2025. 3. 4. 11:16

'미분양이 사람 잡네, 미분양이 국민들 괴롭히네'.... 부동산시장이 어려워지자 언론들은 앞다투어 또다시 '미분양 최대', '건설사 줄도산 우려' 등의 섬뜩한 헤드라인으로 나라가 망할 것처럼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자영업자 폐업은 별일 아니고, 건설사가 망하면 나라가 거들난다는 식의 논조를 이어온게 오랜 패러다임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2023년 필자가 <꾼들의 재개발 재건축 투자급소 50>, 서문 '언론사와의 인터뷰' 중 '최근 미분양이 증가해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가 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에서 밝힌 바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미분양에 대한 언론과 정부의 접근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 앞서 언급했던 건설사발 미분양위기론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인데요.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봅니다. 그럼 왜 억지를 부릴까요? 늘 그래왔거든요. 그렇게 해서 미분양이 생길 때마다 국민에게 떠넘겼죠. 오랫동안 써먹어 왔던 3대 공생체(전문가, 건설사, 언론)들의 못된 버릇이죠. 국민을 우습게 보고 심지어 정부도 얕잡아 본다는 반증입니다. 그러다 보니 건설사는 부동산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공생체 중에서도 가장 상위의 포식자가 된 거죠. 최근 또다시 건설사의 진두지휘 아래 공생체들이 일제히 나서서 미분양발 경제위기 운운하는 걸 보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만든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머리를 싸매고 품질을 좋게 하거나 가격을 낮추는 게 순서고 경제 논리에도 맞습니다. 저질인 제품을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책정해 놓고 전문가, 언론 동원해서 국민에게 집 사라고 꼬드기다 안 되니까 이제는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정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죠. 우리나라에 집 없는 사람이 40%나 되는데 왜 미분양이 생기는 걸까요? 비싸기 때문입니다. 왜 비쌀까요? 집이 부족해서죠. 그런데도 정부까지 나서 집이 남아서 미분양이 생기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나라별 사정은 다르겠지만 OECD 기준(인구 1000명 당 주택 수)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주택이 턱없이 부족했고 지금도 그 렇습니다. 그런데도 종종 미분양 났다고 난리를 쳤죠. 맘대로 지어놓고 조금만 미분양 나면 경제가 폭망한다는 해괴한 주장을 펼쳐 왔고 늘 국민은 그들의 총알받이가 되어왔죠. 분양이 안 되는 것은 고금리 탓이 아닙니다. 대출이 어려운 탓도 아니고, 미국 금리 탓도 우크라이나 전쟁 탓도 아닙니다. 가격 탓입니다. 품질 대비 비싸니까 수요자들이 외면하는 겁니다. 다른 이유는 대국민 홍보용에 불과합니다. 지난 2월 기준 미분양 아파트는 7만5천 가구입니다. 증가하고 있는 건 맞지만 미분양 때문에 국가 경제가 거덜 난다는 식으로 침소봉대하는 건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입니다. 경제 논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미분양이 생기면 먼저 건설 사가 망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언론, 전문가 동원하여 국민의 호주머 니를 털어갔죠. ‘영끌’하라고 부추긴 게 누구였는지 보세요. 우리나라 건설사의 영업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미분양이 생겨도 어떻게 든 팔아 버리잖아요. 국민 꼬드기다 안 되면 마지막에는 국가가 사게 할 정도니까요. 얼마 전, 대통령까지 나서서 미분양아파트를 공공기관(LH, HUG) 에서 매입해서 공공임대해 보라고 하자, LH는 단번에 서울 미분양아파트 36채를 80억에 매입했죠. 농민들은 국회 앞에서 삭발까지 하면 서 남는 쌀을 정부에서 사 달라면서, 길거리에 드러눕고 쌀을 뿌려도 정부는 본 척도 하지 않습니다. 미분양아파트는 사주면서 쌀은 사주지 않는 겁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예측을 잘 못해서 밥이나 반찬이 남으면 손해를 보지 정부한테 사가라고 하지는 않죠. 대통령도 앵무새처럼 자유시장경제 운운하지만, 자유시장경제 원리가 돌아가는 나라에서 어느 정도 미분양이 나는 건 당연한 것 아 닌가요? 짓는 족족 분양이 다 되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요? 완판이 되니까 가격도 안 내리고 품질도 닭장 수준이죠. 아직도 무슨 영업비밀 운운하며 분양원가 공개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잖아요. 작년 한 해 자영업자 35만 명이 피눈물 흘리며 문을 닫았습니다. 쫄딱 망했지만 누구도 정부 탓을 하지 않았습니다. 식당 망하는 건 괜찮고 건설사 망하면 나라가 폭망하나요? 돈을 쓸어 담을 땐 가만 있다가 미분양이 생기는 건 우매한 국민 탓이라 생각하는 것 이죠. 참 신기할 뿐입니다. 미분양 때문에 끙끙 앓고 있지만 정작 문 닫는 건설사는 별로 없습니다. IMF 때 종합건설사 117곳, 전문건설사 248개가 망했지만, 그 때도 우리나라 경제는 폭망하지 않았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미분양, 물가상승, 인건비 상승, 금리 인상 등으로 건설사 망하는 소리는 안 들리고, 분양가 왕창 올라가는 소리만 들리네요. -<꾼들의 재개발 재건축 투자급소 50>, 17~19쪽

경기침체기에 맞물려 자영업자와 건설사의 폐업률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먼저 자영업자의 폐업률을 보면 역대급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에는 개인사업자 중 98만6,487명이 폐업 신고를 하여 전체 사업자 중 폐업 비중이 9.9%를 기록했는데, 소매업과 음식업의 폐업률이 높았다. 소매업의 경우, 개인사업자 129만 개 중 27만 개(20.8%)가 문을 닫았는데 이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다. 그리고 음식업은 79만 개 중 15만 개(19.4%)가 폐업하여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하락했던 폐업률 수준으로 다시 상승하고 있다.

또한, 신규 창업 대비 폐업 비율도 증가했는데 2023년에는 가게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8곳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2024년 개인사업자 폐업률은 전년 대비 증가하여 9.5%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폐업률인 9.9%와 비교하면 약간 감소한 수치지만 가게 10곳 중 1곳이 문을 닫는 상황이다. 특히, 연령별로 보면 20대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20.4%로 가장 높았으며, 30대는 14.2%를 기록하여 20~30대의 폐업률이 높았다.

건설업 폐업률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 건수는 581건, 2024년에는 641건으로 2005년 이후 1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건설업계 역시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자금 경색 등의 영향으로 폐업률이 증가하고 있다. 폐업 증가는 건설 경기 침체, 원자재 가격 상승, 자금 경색, 미분양 적체 등의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 중소 건설사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자금력이 약한 업체들의 부도 및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2025.1.)에 따르면, 전국의 악성미분양(준공후 미분양)은 2만2872가구로 전월(2만1480가구)보다 6.5% 늘었는데 이는 2013년 10월(2만3306가구)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규모가 가장 크며, 2023년 8월부터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 중 86%가 지방에서 발생했다. 

정부나 언론은 건설업 폐업률, 미분양주택에는 거품을 물면서도 정작 자영업자들이 망해 피눈물 흘리는 것에는 별 관심도 없고 대책도 없다. <조선비즈>, 1월, 전국 악성미분양 2.3만 가구...서울 미분양 한 달 새 41.2% 급증(2025.2.28.), <국제신문>, 부산 ‘악성 미분양 주택’ 2268가구로 역대 최대…처음으로 2000가구 넘어(2025.2.28.)....

먼저 부산의 연간 적정 공급량을 보면, 2019년부터 자연감소분을 포함한 연간 적정공급량은 17,000가구로 보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1년간 부산은 초과공급이었다가 2024년 15,000가구로 적정 공급량 이하로 떨어져 2025년에는 10,000가구에 불과해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예정이다. 2025년 공급의 약 80%인 8,400가구가 부산진구와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공급절벽에 따른 전세가 상승이 예상되므로 내집 마련의 적절한 타이밍으로 보인다. 

-자료 : <부동산지인>

부산 지역의 건설사 부도 현황을 보면, 2024년 5곳의 건설사가 부도를 맞았는데 이는 전국 부도 건설사 25곳 중 20%를 차지하는 수치다. 대한전문건설협회 부산시회에 따르면, 2021년에는 전체 2,234개사 중 139곳(6.22%), 2022년에는 2,320개사 중 149곳(6.42%), 2023년에는 2,424개사 중 164곳(6.76%)이 등록 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자영업자나 건설사 공히 망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그 망하는 본질은 좀 다르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자금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그 책임은 오롯이 본인이 진다. 반면 건설사의 대부분은 자기자금의 수십, 수백 배에 달하는 은행돈으로 운영되는 구조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음식 대비 가격이 높거나 맛이 없으면 결국 망한다. 아파트도 다르지 않다. 가격 대비 품질이 좋지 않으면 미분양 나는 것이 상식이다. 단언한다. 미분양이 생기는 이유는 하나다. 품질 대비 비싸기 때문이다. 금리가 어떻고, 자잿값이 어떻고, 물가가 어떻고 하는 것은 핑계다. 이거야말로 경영 미숙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분양사태가 심각하다며서 발빠르게 대책을 내놨다. LH를 내세워 지방 미분양주택 3000가구를 사들이고 CR리츠(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를 출시해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고작 대책이라고 내놓은 게 정부가 나서서 미분양주택을 사주는 것인가? 아니, 왜 매번 국가가 나서서 미분양주택을 사 주겠다는 건지. 그것도 국민 세금으로 말이다. 3000가구면 5억씩 잡아도 1조5000억이다. 그러나 100만 명의 자영업자들이 피눈물 흘리며 망해도 정부는 못본 척 하고 있다. 아니 자영업자가 망하는 건 운영 미숙이고, 건설사가 망하는 건 국민 탓인가? 국민들 허락도 없이 맘대로 지은 아파트를 짓는 족족 다 사주어야 하는 건가? 품질 대비 비싼 아파트를 지어놓고 미분양 나면 국가와 국민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건지! 

한 마디로 '미분양=품질 대비 비싼아파트'라는 말이다. 가격을 낮추던지, 품질을 높이던지...그게 자신이 없으면 망하는 게 자본주의의 당연한 논리다. IMF 때도 건설사 망하면 나라 망한다고 난리를 쳤다. 당시 수백개 건설사가 망해도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체 구조조정으로 경영개선과 세금낭비를 막을 수 있었다.

솔직히 정부가 나서서 국민 세금으로 미분양주택을 사주겠다는 게 무슨 대책이 되는 건가! 그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 시대는 변했지만 수십 년 동안 철밥통으로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부동산 정책도 대책도 수십 년 전 써먹었던 걸 그대로 재탕, 삼탕하는 것이다. 경제 문외한이지만 미분양주택 3000채 살 돈 1조 5000억으로 자영업자들에게 지원하는 것이 경제살리기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사람이나 경제나 뿌리가 튼튼해야 바로 선다. 부산 30만 자영업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