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에서 관리처분계획 및 인가는 중요한 절차다. 조합원이 분양신청한 내용이 최종 확정되는 시점이 관리처분인가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 조합원이 민법상 취득시효의 소급효를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는데 최근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판결의 요지는 정비사업에서 소유권을 확정하는 기준은 민법이 아닌 도시정비법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즉 민법상 취득시효의 소급효보다 관리처분계획기준일 현재의 등기부가 우선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관리처분계획기준일이라는 말이 조금 어려운데, 간단하게 말하면 조합원들의 분양신청을 받는 마지막 날 즉, 조합원분양신청종료일이다. 따라서 관리처분계획이란 조합원분양신청을 받는다는 것이고, 관리처분계획기준일이란 조합원분양신청종료일이 되는 것이고, 관리처분계획인가일이란 조합원분양신청 내용이 최종 확정되는 것이다. 어느 책에서는 관리처분계획기준일이라 하고, 또 어떤 강의에서는 조합원분양신청종료일이라고 하니 조금 헷갈릴 수 있지만 결국 같은 말이다.
관리처분계획기준일 = 조합원분양신청종료일 |
관리처분계획인가일 = 조합원분양신청 내용이 최종 확정되는 날 |
결국 관리처분계획이란 개별 조합원의 분양신청을 받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기 위한 절차이고, 관리처분인가란 개별 조합원이 분양신청한 내용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절차다. 따라서 조합마다 간혹 정상적으로 분양신청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관리처분인가 과정에서 현금청산자로 분류되는 조합원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조합원이라고 해도 자신이 신청한 분양신청 내용이 100% 확정되는 것은 관리처분인가가 나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반복하면, 관리처분계획기준일을 다른 말로 하면 조합원분양신청종료일이라고 했다. 둘은 같은 날이고 같은 의미다. 따라서 관리처분계획기준일 현재 등기부에 소유자로 등재되어 있어야 분양신청이 가능하다. 그런데 해당 조합원은 관리처분계획기준일 이후소유권을 취득했지만 분양신청을 하지 못하자 민법상 점유취득시효의 소급효를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민법> 점유취득시효 |
부동산을 점유함으로써 그 소유권의 취득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효를 말한다. 즉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하고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자는 등기를 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고, 또한 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한 사람이 1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하고 공연하게, 선의로 과실 없이 그 부동산을 점유했을 때에는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 |
그러나 대법원은 민법상 점유취득시효의 소급효보다 관리처분계획기준일상 등기부가 우선한다고 판시했는데, 그 이유로는 정비사업 전체의 법적 안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당연한 판결이라 생각한다. 이미 분양신청이 끝났는데 그 이후에 민법상 취득시효의 소급효를 주장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판례 해설을 보자.

------ 사건의 발단은 원고가 점유취득시효를 통해 취득한 토지를 자신의 종전자산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데에서 시작됐다. 원고는 해당 토지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민법 제247조가 규정한 취득시효의 소급효에 따라 그 권리의 효력이 점유 개시일로 돌아가므로 관리처분계획에서 반드시 해당 토지를 종전자산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가 정한 절차적 기준을 엄격히 적용했다.
판결의 핵심은 관리처분계획에서 종전 토지의 소유자는 ‘분양신청기간 종료일 현재의 등기부 기재를 기준으로 확정된다’는 점이다.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제34조제4호는 분양신청 종료일을 관리처분계획 기준일로 명시하고, 소유권 취득일 역시 등기부 접수일을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원고의 등기 완료 시점은 분양신청 종료일 이후였기 때문에 설령 취득시효의 소급효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해당 토지는 종전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었다.
이 판결은 재개발 실무에서 여러 중대한 함의를 남긴다. 첫째, 도시정비사업에서는 개별 권리자의 사정보다 사업 전체의 예측가능성과 권리관계의 획일성이 우선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재개발 사업은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얽힌 집단적 사업으로 특정인의 사적 사정을 반영해 기준을 흔들 경우 전체 계획의 일관성과 공정성이 손상된다. 법원이 등기부 기재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바로 이러한 대규모 사업의 안정성과 법적 확실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이는 정비사업이 갖는 단체법적 성격과 공익성을 강하게 재확인한 판례라 할 수 있다.
둘째, 이번 사건은 민법상 취득시효의 소급효와 도시정비사업의 관리처분계획 간 충돌이라는 흥미로운 법리적 쟁점을 던졌다. 민법은 취득시효의 효력을 점유 개시일로 소급시키지만 법원은 “이 소급효는 종전 소유자와의 관계에서 점유가 적법하게 전환된다는 의미일 뿐, 제3자나 불특정 다수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리 확정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특히 정비사업처럼 공익성과 집단성이 강한 영역에서는 민법상의 소급효보다 등기라는 형식적 요건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대법원 97다53632 판결의 취지를 그대로 이어받아 재개발·재건축 실무에서 등기의 객관적 효력을 강조하는 중요한 법리적 기준이 된다.
셋째, 이번 판결은 조합원과 법률대리인에게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관리처분계획에서 종전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분양신청 종료일 이전에 반드시 등기까지 완료해야 한다. 취득시효, 상속, 명의신탁 해지 등 다양한 권리 취득 사유가 있더라도 조합과 행정청은 등기부에 기재된 권리자만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는 권리취득 예정 토지를 보유한 조합원이 등기 절차를 미루거나 관리처분계획 기준일을 간과할 경우 실제 분양권 배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원고는 조합의 책임을 묻는 또 다른 주장을 펼쳤다. 분양신청 종료일 이전에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었고 이를 조합에 통지했으므로 조합은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 부분도 명확히 부정했다. 화해권고결정은 소유권이전등기 절차의 이행을 명령하는 것에 불과하며, 등기 완료 전에는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권리 변동을 확인할 수 없다. 조합은 통지와 상관없이 등기부 기재만을 기준으로 권리자를 확정할 수밖에 없고, 이는 사업 전체의 법적 안정성을 위한 불가피한 장치라는 것이다. 이로써 법원은 ‘통지’와 ‘등기’는 동일한 법적 효과를 갖지 않는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명확히 했다.
이 사건은 관리처분계획의 성격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관리처분계획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조합원 간 권리 배분과 재산적 이해관계를 확정하는 핵심 법률행위다. 따라서 기준일과 권리자 확정 방식은 엄격하고 일률적이어야 하며 그 기준이 바로 ‘등기부 기재’임을 이번 판결은 다시 확인했다.
개인의 권리 취득 경위가 아무리 정당하고 실질적이어도, 사업의 집단성과 공익성이 우선하는 영역에서는 기준일과 등기 시점의 정합성이 권리 보호의 핵심이다. 실무에서는 권리 취득 계획과 등기 절차를 사업 일정과 긴밀히 연동시키고, 분양신청 종료일 이전에 모든 등기 절차를 완료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 판결은 향후 유사한 분쟁에서 기준점이 될 것이며 도시정비사업의 법적 구조와 권리 확정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자료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김래헌 변호사 기고글, 2025.8.12.
'강의 > 재개발 특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86. <판례>무허가건축물 일부 소유자도 단독 분양대상자가 될까? (0) | 2025.09.13 |
|---|---|
| 185. <대법원>재개발구역 무상거주자도 주거이전비 받을 수 있을까? (0) | 2025.09.07 |
| 183. <판례>투기과열지구 조합원지위 양도제한 (0) | 2025.09.06 |
| 182. <국토부>추진위 설립과 조합 설립 동의서는 각각 받아라 (0) | 2025.09.05 |
| 181. 재개발구역 종교용지는 '현금보상'일까, '대체부지 제공'일까? (0) | 2025.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