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에 까마귀와 물병 이야기가 있다.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오후, 목이 몹시 말라서 거의 죽어가던 까마귀가 물병을 발견했다. 병에는 물이 많지 않아 부리를 디밀고 혀를 날름거렸지만 도저히 물을 마실 수가 없었다. 이 방법 저 방법 별의별 궁리를 다해 봤지만 물을 마실 수 없었던 까마귀는 작은 돌을 물어와 물병에 채우기 시작했다. 점점 작은 돌이 물병 속에 가라앉으면서 물이 조금씩 병 입구 쪽으로 올라왔다. 드디어 까마귀는 부리를 집어넣어 물을 마실 수 있었다.
까마귀는 지혜로운 방법으로 물을 마실 수 있었다. 목표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 지혜란 바로 목표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빨리 물을 마시고픈 마음에 물병을 깨트려버리는 우를 범하곤 한다. 그 꿈에 걸 맞는 행동을 하고 조건을 갖추는 것이 먼저이다. 물론 꿈을 이루는 데 지름길은 없지만 올바른 방법은 있다. 지름길이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끊임없이 지름길을 찾고 있다. 마치 떨어지는 바위를 계속 산위로 밀어올리는 시지프의 형벌처럼.
지름길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가 있다.
깊은 산골 마을에 가난한 신혼부부가 살고 있었다. 부부는 너무 가난해서 마을의 작은 농장에 딸려 있는 낡은 오두막에 얹혀 살았다. 어느 날, 남편이 부인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여보, 난 집을 떠나야겠소. 그리고 아주 먼 곳으로 가서 일자리를 구하겠소. 돌아와 당신에게 좀더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게 해주겠소. 얼마나 오랫동안 타지에 머물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 열심히 일할 테니 당신은 내게 한 가지만 약속해 주오. 날 기다려주시오.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에도 충실한 아내가 되어주오. 나 또한 언제 어디서나 그대의 남편임을 잊지 않으리다."
부부는 아쉬운 이별을 했다.
남자는 일자리를 찾아 며칠을 걷다 한 외딴 마을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일꾼을 구하는 대농장을 발견했다. 그는 농장 주인에게 농장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하며 다음과 같은 조건을 내걸었다.
"제가 원하는 동안만 일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제가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주인님도 저를 보내주십시오. 제가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주인님도 저를 보내주십시오. 월급은 따로 받지 않겠습니다. 주인님께서 제가 떠나는 날까지 은행에 대신 저금해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떠나는 날 주십시오."
농장 주인도 남자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남자는 단 하루의 휴가도 없이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남자는 주인을 찾아가 말했다. "주인님, 저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제 돈을 주십시오."
농장 주인은 남자의 갑작스런 통보에도 전혀 놀라는 기색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좋네,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지.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은데, 어떤가? 약속했던 대로 돈을 모두 돌려줄테니 그 돈을 가지고 떠나든가 아니면 돈 대신 세 가지 충고만 듣고 떠나는 것이네."
돈을 받겠다고 하면 충고는 해 주지 않을 걸세. 그리고 만약 충고를 듣는다면 돈을 돌려주지 않을 거네. 가서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나서 답을 주게."
이틀 후 남자는 다시 주인을 찾아와서 말했다.
"세 가지 충고를 듣겠습니다."
"충고를 들으면 돈을 돌려줄 수 없네."
농장 주인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충고를 듣겠습니다."
남자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하자 비로소 농장 주인은 그에게 세 사지 충고를 해주었다.
"첫째, 절대 인생의 지름길을 택하지 말게. 가깝지만 알지 못하는 길은 자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으니까.
둘째, 자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것에 대해 궁금해하지 말게. 쓸데없는 간섭은 죽음을 불러올 수 있네.
셋째, 증오나 고통의 순간에는 결정을 내리지 말게. 나중에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으니까."
농장 주인은 이십 년 전 젊은 청년에서 어느덧 중년이 되어버린 남자에게 말했다.
"여기 세 개의 빵이 있네. 두 개는 여행 중에 먹고 나머지 한 개는 집에 도착하거든 부인과 함께 먹도록 하게나."
이윽고 남자는 농장 주인과 작별 인사를 하고, 집을 떠난 지 20년 만에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 집을 향해 출발했다. 길을 떠난 지 하루가 지나고, 남자는 한 행인과 마주쳤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아주 먼 곳까지 갑니다. 이 길을 따라 한 달은 족히 걸어가야 도착하는 곳이지요."
그러자 행인은 손사래를 치며 "어르신, 이 길은 너무 멉니다. 제가 훌륭한 지름길을 알고 있습니다. 그 길로 가면 며칠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하고 친절하게 지름길을 알려 주었다. 남자는 행인의 말을 따라 지름길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농장 주인의 첫 번째 충고를 기억하고는 망설임없이 가던 길로 다시 돌아왔다. 다음 날, 남자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 지름길에 산적들이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길을 떠난 지 며칠이 지나, 지칠 대로 지친 남자는 외딴 길가에 있는 흐름한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남자는 샤워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새벽녘에 끔찍한 비명소리를 듣고 놀라 잠에서 깼다. 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본능적으로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방문을 연 순간, 주인의 두 번째 충고를 떠올리고는 침대로 돌아가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여관 주인은 남자에게 전날 밤에 비명소리를 듣지 않았는지 물었다. 남자는 시치미를 떼고 궁금하지 않았다고 대답하자, 여관 주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운이 좋으셨네요. 손님은 이곳에서 살아남은 첫 번째 투숙객입니다. 실은 우리 아들에게 정신 발작 증세가 있는데, 밤만 되면 비명을 지르며 주변을 뛰어다니지요. 그리고 그 비명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온 투숙객을 죽여 뒤뜰에 묻는답니다." 남자는 서둘러 길을 떠났고, 며칠을 밤낮으로 걸은 끝에 해가 뉘엇뉘엇 빌 무렵 언덕 너머로 자신의 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았다. 남자는 기쁜 마음에 걸음을 재촉했고, 이윽고 창가에 아내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날은 이미 저물었지만 남자는 그녀가 혼자가 아님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조금 더 다가가자 한 남자가 그녀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남자의 심장은 질투와 분노로 가득찼다. 남자는 당장 집 안으로 뛰어들어 그들을 가차없이 죽여야겠다고 결심했다. 남자는 숨을 깊이 들이쉰 후, 그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하지만 곧 주인의 세 번째 충고가 떠올랐다. 남자는 멈춰 서서 한참을 고민한 끝에 다음 날 다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날이 밝자, 이성을 되찾은 남자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아내도 그녀의 정부도 죽이지 않겠어. 농장으로 돌아가 다시 날 받아달라고 청해야지. 하지만 그 전에 아내에겐 난 늘 그녀의 충실한 남편이었음을 밝히고 싶어."
남자는 집 앞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연 부인은 문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남편을 보고는 그를 힘껏 끌어 안았다.
남자는 아내를 떼어내고는 눈물을 글썽이며 서 있는 그녀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에게 충실했는데.... 당신은 날 배신했소."
"그게 무슨 말이죠? 난 단 한번도 당신을 배신한 적이 없어요. 이십 년동안 줄곧 당신만을 기다려왔어요!" 남편의 말에 놀란 아내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어제 저녁 당신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던 그 남자는 누구요?"
남자는 아내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따져 물었다. 그러자 아내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남편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그 앤 당신 아들이에요. 당신이 떠나고 얼마 후에 임신한 걸 알게 됐어요."
부인의 설명을 들은 남자는 집 안으로 들어가 아들을 꼭 안아 주었다. 그리고 부인이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아들에게 그동안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남자는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농장 주인이 준 세 번째 빵을 나누어 먹기 위해 함께 식탁에 둘러앉았다. 남자는 감사의 기도를 하고 빵을 잘랐다.
그 속에는 주인이 넣어둔 남자의 지난 이십 년 동안의 노동의 댓가인 금덩이가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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