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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프로보다는 꿈꾸는 아마추어가 되라

김부현(김중순) 2010. 2. 23. 13:01

사냥에 나섰던 한 여우가 어쩌다가 덫에 걸리고 말았다.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서 빠져나오려고 아등바등 애를 쓴 끝에 간신히 자유의 몸이 되긴 했지만, 너무 기운을 쓰다 보니 그만 꼬리가 싹둑 잘리고 말았다. 그래서 덫에 다친 상처가 아물 때까지 혼자서 굴속에 꼼짝 않고 숨어서 지냈다. 그렇지만 상처가 다 아물고 나서도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다. 꼬리가 없어서 동료 여우들 보기가 창피했기 때문이다.

여우는 혼자서 생각에 잠겼다.

'꼬리가 없는 모습을 보면 걔네들이 나를 막 놀리고 난리를 쳐대겠지? 다들 꼬리가 있고 나만 없는 한 내 여생이 비참할 수밖에 없겠어. 어디 쥐구멍에라도 그냥 팍 숨어버리고 싶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한 가지 꾀가 떠오른 여우는 의기양양하게 동료들 사이로 다시 돌아갔다. 친구들은 오랜만에 돌아온 여우를 보기가 무섭게 곧장 물었다.

"야, 너 어디 갔다 왔냐? 그동안 안 보이던데."

"응, 성형수술 좀 하고 왔지."

주인공 여우는 말이 채 덜어지기도 전에 이렇게 말하면서 몸을 돌려 친구들에게 꼬리가 잘린 모습을 보여주었다.

"돈도 엄청 많이 들고 아프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가 그 힘든 수술을 끝까지 다 견더낸 게 대견스러워."

그러자 다른 여우들이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이상야릇한 수술을 왜 받았냐고 물었다. 주인공 여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사실 꼬리라는 게 말이야. 아무 쓸모가 없고 한물가도 한참 간 구닥다리 유행이거든. 아, 뭐랄까, 그게 꼭 맹장 같은 존재라니까. 괜히 꼬리라고 달려 있으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기나 하지 뭐. 그뿐인가? 이, 벼룩, 진드기 같은 놈들의 서식처가 된단 말씀이야 그래도 그런 건 다 좋다고 쳐. 사실 진짜 중요한 건 말이야. 사냥꾼들이나 사냥개들이 우리를 잡으려고 달려들 때야. 필사적으로 달려서 도망을 가도 될까 말까 한 순간에 그 놈의 꼬리 때문에 속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 말씀이야. 놈들이 딱 잡기 좋은 손잡이를 달고 다니는 격이지. 여러 말할 것 없고, 한마디로 말해서 꼬리는 모기에도 안 좋고 위생에도 안 좋고 생명에도 오히려 큰 지장이 된다 이거지." 논리정연한 설명에 넘어간 다른 여우들이 모두 꼬리를 자르는데 기꺼이 찬성했다.

 

꼬리 잘린 여우의 자기합리화가 놀랍기만 합니다.

특히 자신의 약점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임기응변이 돋보입니다.

종종 자신의 의견을 합리화 시키거나 주장을 정당화 시키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감언이설의 달콤한 말로 다른 사람들을 유혹하고 현혹시키곤 합니다.

늘 강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뭐든 잘하는 척,

힘들지 않는 척,

상처받지 않는 척,

그렇게 자신을 숨기며 프로를 흉내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아마추어가 프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마음 가는 대로,

몸 가는 대로,

내 본능대로,

그렇게 물 흐르듯 생활하는 것은 어떨까요.

서툴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더 프로다운 것 아닐까요.

아마추어라는 말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들, 하지만 진정한 프로에게는 늘 스트레스와 치열함이 따른다.

불행한 프로보다는 꿈꾸는 아마추어가 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