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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재산가에서 노숙자로 전락한 사연

김부현(김중순) 2010. 3. 24. 09:56

이병철 "돈 때문에 울고 웃은 인생역전 노래에 담았죠"

'돈에 미쳤어'로 풀어내...

 

"돈 돈 돈 돈 때문이란다"라고 얄궂은 인생에 관해 구성지게 노래하는 가수가 있다. '쓰리쓰리' 멤버 이병철(45)이다.

그는 최근 솔로 1집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돈에 미쳤어'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랑과 이별이 주제인 대부분의 트롯과 달리 돈이라는 다소 독특한 소재에 대해 노래를 부르게 된 것에는 사연이 있지 않을까? 그를 만나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그는 "사실은…"이라며 입을 뗐다.

 

경기 동두천에서 태어난 그는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미8군에서 흘러나온 해외 팝 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중학생이 될 때는 벌써 그룹사운드를 조직했다.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한 군의관의 후원을 받아 일본 유학길에 오른 그는 1988년부터 일본 록밴드를 결성해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생활고를 겪다 보니 의도하지 않게 '엔카'(演歌)로 장르를 바꾸게 됐고 내지르던 하드록 보컬은 바이브레이션을 통해 감칠맛 나는 소리로 변했죠."

 

일본에서 개인 점포를 내며 사업을 시작해 돈을 모으기도 했지만, 친구의 투자 권유에 그동안 모아둔 수십 억원의 돈을 한순간에 날리고 말았다.

"6년 전이에요. 뭔가 손에 잡힐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죠. 아내 몰래 저당 잡힌 집도 날리고 가족도 잃고요. 창피해서 어디 갈 곳도 없었죠. 한동안은 노숙 생활을 전전하기도 했어요."

평소 친분을 쌓아온 후배 방송인 조영구의 그룹 제의는 그에게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과 같았다.

"영구 집에서 머물며 혼성 3인조 '쓰리쓰리'로 활동했어요. 한 달이면 60여 건에 이르는 전국 행사하러 다니며 조금씩 돈을 모아 빚을 갚아 나가고 있어요."

 

힘든 마음에 자살도 생각했다는 그는 마음을 바꿔먹었더니 편해졌다는 얘기도 꺼냈다.

"제가 죽으면 아무 소용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바보 같아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다 이해하게 됐죠. 지금도 돈은 없지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일을 하고 있어요. 마이크를 잡고 있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니까요."

타이틀곡 '돈에 미쳤어'는 그만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복면달호'에서 영화배우 차태현이 불러 히트한 '이차선다리'의 작곡가 김민진과 작사가 이성훈 모두 지인의 보증을 잘 못 섰다가 거리로 나앉은 경험을 이 곡에 녹여낸 것이다.

 

"돈에 한이 많은 사람이 모여 일 한 번 내보자고 해 '돈에 미쳤어'를 앨범 타이틀곡으로 하게 됐어요. 노래는 빠른 박자의 세미 트롯인데 처음 들을 때는 내 이야기 같아 서글퍼졌죠."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슬프지도 외롭지도 않다. 지난 2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디너쇼를 연 그는 순식간에 800석을 가득 채우는 진 기록을 세웠다.

"무명인 제가 이렇게까지 사랑받는지 몰랐어요. 객석에서 팬들이 '제2의 비', '제2의 싸이'라고 연호하는데 저도 모르게 테이블로 올라가 생수를 머리에 쏟으며 비의 춤을 췄어요. 꼭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거든요."

이날 공연장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공연장으로 쓰인 63빌딩 관계자들조차 이런 공연은 처음이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비의 '배드보이' 춤을 췄더니 목도리 도마뱀 처럼 돼 폭소가 터져 나왔죠. 하지만 열정 만큼은 비 못지않아요. 트롯계의 비, 싸이라는 얘기는 앞으로도 듣고 싶어요. 그리고 김연자 선배같이 노래에 혼을 담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지켜봐 주세요."

-<한국일보>, 2010.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