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한장한장 찢어낼수록 몸 여기저기서 시위를 한다. 멀쩡하던 몸속 세포들이 참을만큼 참았다는 것이다. 뜬금없이 병원 입원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 입원할 땐 거창한 계획을 세운다. 늘 그랬듯이 책도 몇 권 챙긴다. 하지만 몸이 성치 않은 마당에 평온한 마음으로 책을 읽겠다는 건 첨부터 사치에 가깝다. 그럼에도 입원할 때마다 챙기는 책이 있다. 김훈의 산문집, , , 에 이어 이번에는 를 챙겼다. 김훈의 글은 읽을 때마다 무릎을 친다. 일상적인 신변잡기지만 사물에 대한 세심함과 간단한 문장 때문이다. 그의 글은 사실적이고 직선적이다. 결코 구불구불 돌아가지 않는다. 요란한 부사와 형용사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소위 글을 끼적이는 사람들 세계에서는 김훈의 글은 '필사의 교과서'라 불린다. 여행기 입문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