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가 창피한 것이 아니라
아부를 못하는 당신이 창피하다
사직서를 들고 다니는 직장인들을 위한 책,
<아부지도>
2014년 6월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으로 당선된 대학동창이 당선축하 선물로 보내준 책이다.
제목만 보면 비도덕적이고 비합법적인 무슨 지름길 비책을 알려주는 길라잡이 같기도 하다. 한마디로 속좁고 옹졸하고 치사한 인간사의 이치를 까발린 책이다. 겉으로는 공자의 탈을 써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악마의 그림자가 비치는 인간 심연의 본성을 들추어낸 책이다. 만약 우리나라의 저명 인사나 사회리더들이 이런 책을 냈다면 언론과 국민들로부터 마키아벨리 같은 놈이라고 뭇매를 맞았을 것이다.
경쟁과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정치는 경영과 닮았다.
윤리경영, 정도경영을 부르짖는 경영자들이 듣기에는 거북한 제목이다. 그 이름도 당당한 <아부지도阿附之道>라는 책이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제법 수긍이 간다. 군데군데 마키아벨리의 그림자가 살짝 드리우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실이다. 역사적 사례를 들어 사실을 구체화 해준다. 책에서 말하는 황제를 상사, 사장과 같은 기업용어로 대입시켜 읽다보면 쉽게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고독한 일인자를 웃게 하라!
중국 고전을 통해 배우는 상사 모시는 법 <아부지도>....
“황제의 곁에서 목숨 걸고 출세를 꿈꿨던 대신들이 전하는 아부의 道”
호랑이를 달래지 않고 어찌 호랑이 등에 오르겠는가!
고독한 일인자가 웃어야 당신의 직장 생활도 평안하다
개인적으로 책 내용 중 가장 압권은
바로 이 문장이다. 진실에 가깝다.
“황제는 세상에서 가장 고집스럽고, 가장 권위적이며, 가장 막무가내인 생물체이다.”
따라서 설득할 수 없는 인물이다.
요즘 사회 곳곳에서 소위 말하는 '을'들의 반란이 요란하다. 갑질이란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갑질을 꿈꾸지만 갑질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성공의 사다리를 올랐거나 자본가들의 고유 권한이다.
힘있는 자의 갑질은 갑질이되지만 힘없는 자들의 갑질은 조직에서 낙오되는 지름길이다.
인간사는 별반 다르지 않았고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단지 달라진 것처럼 위장만 할 뿐.
아무튼 <아부지도>는 역사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고정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 내 인기 칼럼니스트이자 자기계발 작가인 타오돤팡이 중국 한 일간지에 1년 남짓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직장생활에서 부딪칠 수 있는 상하관계, 사내 정치 상황을 접목하여 옛 대신들의 지혜를 지금 우리가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조목조목 짚어냈다.
저자가 말하는 ‘아부’란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아첨하는 말’이 아니라 ‘그분의 마음이 편하도록 잘 보필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함’을 뜻한다.
어떻게 상사를 대해야 하는지부터 언제 수동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언제 총명하게 움직이고 언제 모자란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등 ‘진짜 아부를 잘하는 법’을 소개하고, 상사와 부하직원관계에서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래서 나는 아부를 ‘전략적 칭찬’, ‘맞춤식 인간관계’로 정의한 바 있다. 아부는 손바닥을 비비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기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내가 뜻하는 바를 달성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상대를 위하는 척 하면서 내 뜻을 관철시키는 하나의 전략이다. 따라서 아부는 직장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처세술의 하나다.
아부(阿附)와 아첨(阿諂)의 구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나이, 계급, 능력의 유무, 경제력 등에 의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서열 즉 순서가 형성되어 있다. 인간이 가지는 기본권 즉 인격권은 평등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살다 보니 상하가 형성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런 상하관계가 명확한 것이 조직이다. 기업과 같은 조직은 업무를 중심에 두고 상하관계가 형성되어 있고 자본주의의 특성상 상하관계가 명확하다. 상급자가 많은 권한을 가지고 행사하는 곳이 바로 기업이다.
물론 국가도 마찬가지다. 조직관리의 중심에 사람들이 있고 이 사람들은 상하로 배치되어 있다. 결국 사람관리가 중요한 것이다. 상급자 즉 리더에게 하급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을 하는데 그 방식이 아부와 아첨이다. 조직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두 방식 중 하나를 모두가 사용하고 있다. 물론 자기 일만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리더는 아부와 아첨을 잘 구분해야 조직관리를 할 수 있다.
사람관리를 잘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아부는 글자 그대로 큰 언덕에 기댄다는 의미다. 능력 있고 힘 있는 사람에게 기댄다는 의미다. 나쁜 의미가 아니다. 아부는 있는 사실을 근간으로 말을 해서 리더의 기분을 맞추는 사람이다. 아첨은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고 알랑거리는 것이다.
의도된 말을 해서 상사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이다.
아부와 아첨의 차이는 사실을 근간으로 한 것인지 아닌지가 구분의 차이다. 훌륭한 리더는 아부와 아첨을 적당하게 즐기지만 그 범위를 정해야 한다. 속삭이는 말에 리더의 마음을 내어 놓아서는 안 된다. 특히 아첨꾼의 말을 구분해서 들어야 한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첨꾼의 한 두 마디는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기분으로 즐겨야지 마음으로 즐겨서는 안 된다. 아첨의 말은 내 마음을 흩트리고 파괴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멀리해야 한다.
아부는 조금 다르다.
있는 사실을 근간으로 이야기하지만 너무 멀리 할 필요는 없다. 내 귀에 착 달라붙는 말을 통해 힘들고 어려운 리더의 길을 조금 쉬어 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부를 너무 오래 즐겨서는 안 된다. 아부하는 사람은 멀리할 필요는 없지만 중요 요직을 주어서는 안 된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서에 두고 그냥 아부하는 사람의 말과 행동을 즐기면 된다. 성품이 너무 맑으면 주위에 사람이 없어진다고 한다. 아부하는 사람, 아첨꾼을 멀리하면 너무 강직한 사람만 모인다.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힘든 하루 나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이 없다.
사람관리가 조직의 핵심 키워드다.
다양한 사람을 관리하는 방식은 단순해야 한다.
자기만의 노하우를 만들어 좋은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
나에게 필요한 사람, 조직을 발전시켜 나갈 사람을 알아야 한다.
그런 가운데 나오는 아부하는 사람과 아첨꾼을 구분해서 잘 활용하는 리더가 조직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다.
역사 속 아부의 일인자들을 찾아서,
일의 경중을 따져 사소한 것에서 황제와 충돌을 피하고 그의 권위를 세워준 한나라 원제의 신하 공우, 황제의 잘못을 자신이 대신 뒤집어썼던 청나라 옹정제의 신하 악이태 등 노련한 대화술과 처세로 황제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던 문무 대신들이 있는가 하면, 같은 상황에서 다른 선택으로 운명이 갈린 대신도 있다.
한나라 선제의 권위보다 자신의 공을 자랑했던 권신 곽광은 멸문의 화를 입은 반면 조용히 지냈던 장안세는 수대에 걸쳐 부귀영화를 누렸다. 또한 진시황에게 지속적으로 재물을 포상으로 요구해 계속 황제 곁에 머물 수 있었던 왕전에 비해 진나라 문공의 신하 개자추는 포상과 승진 혜택을 한사코 거절해 죽음을 당했다. 중국 황제와 신화의 고사는 절대 권력 시절의 이야기이지만, 이 책은 현대 사회생활에서 부딪칠 수 있는 상하 관계, 사내 정치 상황을 접목하여 옛 대신들의 지혜를 지금 우리가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조목조목 짚어준다.
‘능력이 뛰어나게 훌륭한 것 같지 않은데, 처세에 능해 유독 잘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아부는 분명 누구도 외면할 수만은 없는 주제이다. 이 시대를 사는 평범한 샐러리맨이라면 어쨌든 누군가의 땅에서, 누군가가 주는 물을 마시고, 채소를 먹으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분의 비위 맞추기가 어렵기만 한 사회 초년생, 능력에 비해 직장 상사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만년 과장, 얼마나 더 참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중간관리자 등 ‘상사 대하기’가 고달픈 직장인들에게 이 책은 윗사람의 속마음을 이해하게 하고, 아랫사람이 생각해야 할 점을 소개한다.
당나라 태종은 간신배와 현명한 신하를 가려 등용했던 훌륭한 황제로 지금까지 명성이 높다.
그의 신하였던 우문사급(宇文士及)은 여러 번 주군을 바꾸고, 아첨하는 모리배로 유명했다. 어느 날, 당 태종이 나무 한 그루를 가리키며 “나무가 잘 자랐다”고 말하자 우문사급이 후다닥 다가와 수 시간 동안 나무 주위에서 찬사를 늘어놓았다. 당 태종은 그의 모습에 노발대발 화를 냈다. “아첨하는 신하들은 멀리하라 했거늘, 대체 누가 그런 자인지 몰랐었는데 오늘 보니 바로 자네를 일러 하는 말이군!”그 후 우문사급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아첨쟁이는 오히려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며 부귀영화를 누렸다고 한다.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는 것이 ‘그분’의 마음이 아닌가.
저자는 “황제라는 인물 역시 사람이기에 듣기 좋은 말을 들으면 즐겁고, 자신의 생각을 거스르는 것은 듣기 싫다. 동시에 황제는 황제이기에 자신의 영토와 사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윗사람은 어떤 성향을 가졌고 아랫사람이 어떤 도리로 그들을 대해야 하는지 소개한다. 특유의 재기발랄함으로 역사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고정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타오돤팡은 중국 내 인기 칼럼니스트이자 자기계발 작가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그의 저서 『아부지도』의 원제는 『황제공관학(皇帝公關學)』으로, 중국 유력 일간지 《신경보(新京報)》에 1년 남짓 연재했던 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 어떻게 상사를 모셔야 직장이란 전쟁터에서 오래도록 생존할 수 있는지, 문헌에 등장하는 중국 황제와 대신들의 일화를 통해서 처세의 지혜를 말한다.
애교를 부리기 전에 거울을 보라
때로는 손해를 보는 것이 좋다
약할수록 충성스러워야 한다
끈 떨어진 당신의 신세를 어쩔 것인가
당신이 온종일 잔소리를 늘어놓는다면, 짜증이 난 그분은 언제 당신의 트집을 잡을지 모른다.
“딱히 할 일 없는 황제라도 황제는 황제이다.”
황제의 체면이 깎여서는 안 된다. 그분이 가진 것을 두고 다투는 일은 불가한 일이다. 대신 그분의 과오는 다투어 가져와라. 무고죄는 억지로 뒤집어써도 과함이 없다.
“아무리 잘나도 황제가 아니고서야 누군가의 밑이다.”
황제가 상을 내리는 것은 그대에게 목숨을 바쳐 충성하라는, 황제의 이름을 날리라는 뜻이다. 황상의 비위를 맞추려거든 상을 받아도 이런 부분에 머리를 써야 한다.
“황제는 소란을 통해 함께 갈 사람을 거른다.”
황제의 심미적 기준은 다르다. 얼마나 자신을 편안하고 자유롭게 해주었는가를 종합적으로 보고 평가한다. 당신이 승전한 공이 커도, 그분이 기르는 개보다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황제가 가장 먼저 방어할 것은 신하이다.”
신하된 자가 자기 눈과 입도 제대로 관리 못한다면, 어디에서 무슨 말을 할지 어떻게 장담하겠는가. 황궁에 들어서는 순간 기능을 상실하는 두 눈과 입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말대꾸 역시 기교가 필요하다. 평소에 그분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라고 인정해주어라. 구분의 이미지가 합리적인 인물로 치켜세워졌을 때 당신이 논리적인 근거로 반박을 해오면 그분은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위해 당신의 말대꾸도 귀담아 들을 것이다." (32쪽)
"내가 잘못을 했다면 어쭙잖게 잘못을 덮어두기만 하는 것도 분명 옳지 않다. 하지만 작은 실책들을 일일이 내 입으로 고백할 필요가 있겠는가.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하나다.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갈 때나 불리하게 돌아갈 때나 항상 누울 자리를 보고 다르를 뻗어야 한다는 것이다." (37쪽)
그대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아무리 잘난 당신이라도 황제가 아니고서야 당신의 위치는 누군가의 밑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대가 뭘 했는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에 대해 우선 황제나 윗사람이 완벽하게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당신의 공적을 다른 사람들은 모르게 해야 한다. 나아가 황상 이외에 어느 누구도 모르게 했다는 사실을 황상이 알게 해야 한다. (94쪽)
"사장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직원은 자신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혹은 아이디어로 어렴풋이 존재하는 것을 눈에 보이도록 실현하는 데 직간접적인 도움을 주는 직원이다. 성공적인 수행으로 회사가 이득을 보았을 때에는, 아무리 당신의 공이 컸다고 해도 모두 사장님이 하신 것으로 돌려보자. 나머지는 사장이 치하해 줄 것이다." p96
"진정한 아부지도는 상사가 칭찬해줄 때 기뻐하고, 회실을 베풀어줄 때 즐거워 하고, 포상이 걸린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욕심내는 것이다. 그저 겸손함을 무기로 일관한다면 되레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비춰질 것이다." (101쪽)
"모든 것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는 그분은 아랫사람들이 자신의 생각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해한다. 일단 그분의 생각을 잘 귀담아 듣자. 잘 듣고 실행해 성공하면 그분의 공이고, 실패하면 나의 탓이 되므로 우선 성공을 목표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145쪽)
진흙보살은 무용지물로 일에 방해만 되는 존재로 보이긴 해도 이런 존재가 있기에 당신은 권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크게는 천자를 위협해 제후를 호령하는 등 당신이 나서기 불편한 일들을 가능하게 해주며 작게는 황제를 보호막으로 조정 정적들이 붓과 창, 입으로 퍼붓는 공격을 피할 수가 있다. 예로부터 조조, 이연, 주전충 등 수많은 권신이 이와 같이 행동했다. (147쪽)
"회사로부터 새로운 보직을 부여받았다. 회사의 결정이니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고 해도 입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분의 계획이 틀어져서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당신은 어찌될 것인다. 어느 누구도 당신을 지켜주지 못할 것이다. 최선은 그분의 계획이 틀어지지 않도록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다." (171쪽)
"그 분과 사이가 좋지 않은 당신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업무 능력은 어떤지 돌아보자. 본인의 일에 관한 한 당신이 빠지면 일에도 차질이 생긴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당신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그분도 어찌할 수 없다. 그분에게 변덕을 부리는 것이 가능해지기도 한다."(182쪽)
절대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황제가 친히 그대에게 은밀히 건네는 “그대야말로 자신의 심복이며, 절대 이 말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라는 말이다. 황제는 분명 그 말을 적어도 3백 명 이상에게 했을 것이다. 황제와 이어진 특별한 관계에 큰 관심을 가지고 한참을 착각한 당신이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299명은 당신과는 달리 남다른 각오로 그 유혹을 떨쳐버렸을 것인가? 당신만 황제의 뜻을 받들고 그의 눈과 귀가 되어 다른 사람을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먼저 주위를 둘러보라. 당신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눈과 귀가 호시탐탐 그대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186쪽)
관건은 그대가 일을 풀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있는가이다. 수도에서 황제 곁에 남아 있으면 악재를 호재로 바꿀 수 있는 확률도 좀 더 많다. 그렇다면 외지에 있으면 황제가 그대 목을 치려고 할 때 무장을 갖춰 자신을 보호할 수도 있고, 도망칠 수도 있지 않느냐며 반문할 수도 있다. 정말 멍청한 질문이다. 황제의 권위가 얼마나 막강한지 아직도 모르는가. 그대가 지방의 시장으로서 자신을 보호할 무장 세력을 갖췄다 해도, 황제가 “역도를 죽이는 자가 곧 새로운 시장이 될 것이다!”라는 조서만 한번 내리면 그대가 문서를 제대로 살피기도 전에 승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던 경비병들에 의해 목숨을 잃을 것이다. (196쪽)
정적을 보호하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황제가 있는 체제에서 정권을 찬탈하지 않는 이상, 그대의 자리가 아무리 높고 권력이 아무리 막강하다 해도 칼자루는 여전히 황제의 손아귀에 있기 마련이다. 온종일 황제의 칼을 빌어 누군가를 제거하는 데 재미를 붙여서는 안 될 일이다. 당신이 칼을 쥔 손을 빌릴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라고 해서 그것을 빌리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황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이다. 만약 황제에게 재상이나 대신의 목을 치게 하다 자칫 습관이 되어버리면 언제 풍수가 돌고 돌아 당신의 목이 바로 위험천만한 그 자리에 있을지 모른다. (202쪽)
황제의 심미적 기준은 이렇듯 일반인과 다르다. 황제는 공과 상을 판단할 때 얼마나 자신을 편안하고 자유롭게 해주었는가를 기준으로 종합적인 평가를 내린다. 적을 무찔러 나라에 보답하고, 영토를 넓히고, 관리의 품행을 바르게 하는 것도 뛰어난 공이지만 황제에게 밥을 지어 올린 자의 공로보다 반드시 크리라는 법은 없다. 당신은 자신을 훌륭하다 생각하겠지만 황제에게 당신은 자기가 기르는 개보다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220쪽)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사람의 마음은 똑같다. 다른 사람을 제압할 능력이 생기기 전까지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섣불리 도전하기보다는 그분 혹은 그분을 둘러싼 여러 사람이 당신을 위협적인 인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행동하라." (222쪽)
이전 군주 편을 들자니, 그분도 자기 앞가림이 급하다. 더 이상 당신을 보호해줄 수 없다. 자칫 잘못해 다른 쪽 황제에게 귀순을 거부한 고집쟁이로 낙인찍히는 날에는 곧바로 처형자 명단에 포함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승리한 황제 편을 들자니, 아직 그분의 성향이 어떤지 몰라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자칫 헛방질을 하면 두 나라 역사에 모두 오명을 남길 것이다. (229쪽)
황제를 모시는 일이 어디 쉽던가. 호랑이와 함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황제는 어떤 인물인가. 막강한 권력의 소유자이자, 그 성격 또한 종잡을 수가 없다. 게다가 황제를 보필하는 데 문제가 생기면 큰 사달이 날 것도 각오해야 한다. 잘하면 명예와 부까지 거머쥐는 부귀영화를 누리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최악의 상황에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244쪽)
"당신이 그분을 진정 믿기 어렵듯이 그분도 당신을 단번에 믿을 수는 없다. 당신을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오랜 기간에 몇 번의 프로젝트를 통해서 결론난다. 그분이 당신을 믿게 하려면 그분의 작은 말에도 당신이 변화하는 모습을 눈에 띄게 보여주어야 한다." (267쪽)
황제는 음모나 야심이 많은 자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사실 대신 가운데 몇 명이나 대단한 야심을 품고 음모를 꾸미겠는가? 대부분 그저 괜찮은 자기 밥그릇이나 지켜보려고 하는 짓이다. 평생 자기 밥그릇이나 좀 챙기고 가능하면 자손 몇 대까지 그 복을 누릴 수 있길 원할 뿐이다. 그들이 훔쳐보는 것도, 황제의 마음을 살피는 것도 대부분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문제는 이런 아둔한 처신이 자신을 지키기는커녕 사달을 내고 만다는 것에 있다. (269쪽)
2000년 전이나, 50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인간본성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다만 변한 척 할 뿐이다.
-인문학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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