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세계다,
<책에 미친 청춘>
밤은 깊어 가는데 기상 시간은 정해져 있다
잠은 오질 않는데 기상 시간은 정해져 있다
새벽이 밝아 오는데 기상 시간은 정해져 있다
한 때 장기하가 몸담았던 밴드 ‘청년실업’의 <기상 시간은 정해져 있다>의 노랫말 일부다.
이 가사는 내게 딱 맞다.
난 취침시간에 관계없이 5시 30분에 기상한다.
어둠조차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시간 새벽 3시 30분... 아직 기상시간은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 잠이 오질 않아 책꽂이를 뒤적인다.
후딱 흘려보낸 청춘이 그리울 때 펼치는 책 <책에 미친 청춘>이다.
저자는 청춘 작가 김애리다.
저자의 말대로 그녀 자신이 바로 <책에 미친 청춘>이다.
학교 친구들이 연예인에 열광할 때 책에서 오려낸 작가들의 사진을 지갑에 넣어 다녔으며, 아이돌 가수의 신곡보다 릴케의 연애편지에 담긴 내용을 더 궁금해 하며 십대를 보냈다. 카페모카와 아이돌 가수에 열광할 열일곱 살, 저자는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책에 빠진 후 10년 동안 분야를 가리지 않고 1,000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
책이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세계라고 생각하여 지금도 한 해 200여 권의 책을 읽고, 또 읽는다.
"책은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세계다"라는 말이 이 책을 그대로 대변해준다.
이 책은 시대를 넘는 동서양의 고전들, 세기의 대가들, 이 시대의 베스트셀러처럼 넓고 깊은 책의 세계로 떠나는 안내서이며, 200여 권에 달하는 책 중의 책들을 횡단하는 인문교양서이다.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며 어떻게 청춘을 건널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응답서이다. 앞서 살아간 선현들의 지혜를 빌려 젊음의 지도서, 삶의 방향성을 구하는 이 시대 청춘의 간절한 외침이다. 저자는 천여 권의 책을 만나면서 인생이 변화했다고 말한다.
인생의 모든 길에서 답을 물을 수 있는 위대한 친구를 발견한 것이다.
"책은 멘토가 되어 주었고, 에너지가 되어 주었고, 꿈이 되어 주었다. 슬픈 날 조용히 다가와 어깨를 두드려 주었고, 가슴 터질 듯 생생한 꿈에 젖어 있는 날 그 꿈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프롤로그의 소제목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청춘에 대한 배반이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나 역시 청춘을 배반한 것이다.
책보다는 신변잡기로 청춘을 흘려보냈으니까.
하지만 이 어찌 청춘에게만 한정되는 이야기일까. 그래서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인생에 대한 배반이다' 이렇게 각색해 보고 싶다.
뜬금없이 초새벽에 일어나 카메라 셔트를 누르니 소리가 소음수준이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공사중이다"라는 짐 밀러의 말에 감히 살을 덧붙여보고 싶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공사중이지만 실패로 가는 길은 공사완료다'라고....
밤이라고 모두가 잠든 것은 아니다.
새벽 4시 반, 청소차가 경광들을 켜고 아파트를 들어선다.
제법 시끄럽게 들리는 데 평소에는 잘 몰랐다.
소음이 아니라 하루를 여는 소리다.
평소 포스트잇을 붙여두었던 페이지를 여러 개 골라 사진으로 담았다.
글보다 사진이 더 맘에 닿는다.
사진으로 책 내용을 파헤처 본다.
헨리 데이빗 소로 작가 자신이 직접 시골로 들어가 은둔을 체험하고 쓴 책 <월든>...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 숲속 은둔생활을 한 소로, 그의 나이 28세 때의 일이다.
자연의 순리대로, 틀에 박힌 생활을 버리는 것이 의도적인 삶일게다.
가히 고전, 인문학 열풍이다.
특히 청년 취업자들에게 절실하다.
2014년 대기업 입사의 당락은 인문학적 소양에서 갈린다는 것이 대체적인 흐름이다.
국영수만 해온 사람에게 느낫없이 왠 인문학인지 조금은 궁금하다.
더 의아스러운 것은 기업내에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할만한 사람이 있냐는 것이다.
특히 은행권의 '탈 스펙' 노력은 눈물겹다.
2014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서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출제한 에세이 제목이다.
'도전·성공·실패·지혜·배려·행복. 6가지 제시어를 자유롭게 활용해 본인 가치관과 삶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를 작성하시오.'(우리은행)
'디지털시대에 기업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는 이유를 사례를 들어 서술하시오.'(KB국민은행)
연습없이 태어나서 실습없이 죽는 것이 인생이라니.
<소피의 세계>에서 인용한 구절이다.
생일날 초를 꽂는 갯수가 늘어날수록 삶에 대한 의문부호는 사라지고 마침표만 늘어가는 것 같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I hope for nothing.
I fear nothing.
I am free.
-니코스카잔차키스 묘비명
니코스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을 보며,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자유'....
가장 숭고한 단어다.
책은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세계다.
그렇다.
인류의 역사는 책으로 이루어졌다.
'책에 미친 청춘'보다 더 아름다운 건 '책에 미친 인생'이다.
가을이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가장 책을 읽지 않는 계절이 가을이란다.
책 좀 읽으라고 갖다 붙인거다.
그런대도 서점은 텅비고 단풍명소만 북적일거 같다.
혹시 아는가. 우연히 잡은 그 책으로 삶의 혁명이 가능할지....
니체의 말로 글을 매조지한다.
"그 하룻 밤, 그 한 권의 책, 그 한 줄로 혁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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