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읽다/다시 읽고 깊이 읽기

20. 다시 읽고 깊이 읽기-리차드 아머의 <모든 것은 돌멩이와 몽둥이로부터 시작되었다>

김부현(김중순) 2014. 10. 6. 10:40

기똥차게 재밌는 전쟁역사 책,

<모든 것은 돌멩이와 몽둥이로부터 시작되었다>

 

 

 

저자 리차드 아머는 인류학자다.

<모든 것은 ***로 부터 시작되었다>라는 책 시리즈를 출간한 사람이다.

현상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유머스럽게 그 결론을 전달해 주는데, 저자의 인간에 대한 비아냥거림은 거의 신의 경지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전쟁이야기를 유머롤 동원하여 우리 머리에 콕콕 넣어준다.

 

 

 

 

책 제목부터가 의미심장하다.

딱딱한 전쟁이야기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태초에 인류의 역사는 도덕이 아니라 주먹과 몽둥이로부터 시작되었던 모양이다.

수 천 년 동안 도덕을 강조하며 착하게, 싸우지 말라고 하는데도 싸움질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모두 전쟁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햄버그는 몽골군의 야전식량에서 탄생했고, 인터넷은 군용통신에서 그리고 컴퓨터는 군에서 탄도궤적을 계산하기 위해 만든 애니악에서 탄생했다.  

 

 

 

 

'돌멩이와 몽둥이에서 출발하는 전쟁 및 무기사'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전쟁사를 다룬 책이지만, 저자의 설명방식은 코미디언을 생각게 한다. 전쟁의 탄생을 "손이 근질거리는 것을 참지 못하던 인류가 돌멩이와 몽둥이를 최초의 무기로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다소 엉뚱한 설명이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실제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에 육군으로 참전하고 대령까지 진급해 두 차례나 훈장을 받기도 했던 인문학자 리차드 아머가 돌멩이와 몽둥이에서 출발한 전쟁 및 무기사를 재미있게 풀어쓴 인문 교양서다. 애초 전쟁이라는 걸 몰랐던 원시인들이 짱돌과 금속 쪼가리를 사용해 싸움을 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고대 이집트인, 페르시아인, 그리스인, 로마인의 전쟁술, 십자군, 백년전쟁, 30년전쟁, 보불전쟁, 1,2차 세계전쟁 등 동, 서양의 전쟁사를 총망라했다.

 

인간은 까마득히 오래 전부터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도구와 언어를 발명하고 기술과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1967년에 미국의 리차드 아머 교수는 인류의 전쟁 및 무기사를 다룬 자신의 책 제목을 <모든 것은 돌멩이와 몽둥이로부터 시작되었다>라고 붙였다. ‘현재는 과거를 알 수 있는 열쇠라고 했듯이 인류 초기를 짐작해보기 위해 시골에서 뛰어노는 아이를 상상해보자.

 

아마 돌멩이를 줍거나 막대기로 땅을 두들기고 풀을 헤치며 놀 것 같다. 원시인도 돌과 작대기로 사냥을 하고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의 열매를 따지 않았을까. 돌과 막대기는 사람이 사용한 최초의 레버리지 도구라고 추측해 본다. 이러한 도구는 지레의 원리에 따라 어떤 일에 요구되는 큰 힘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잘게 나누어줌으로써 그 일을 가능하게 한다. 할부금융처럼 말이다. 하지만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작업에 들어가는 일의 양(힘에다 거리를 곱한 값)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기어 자전거의 느낌을 안다면, 힘들게 한번 페달을 밟을지 아니면 쉽게 여러 번 돌릴지의 선택과 같은 것이다.

   

 

원시시대에서부터 고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쟁을 통해 본 인간의 본성을 다룬 책인데 한 마디로 재미있다.

저자의 시리즈 첫 권 <모든 것은 이브로부터 시작되었다> 역시 아주 재밌다. 워낙 오래전에 출간된 책이라 대부분의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미 절판되었다. 부산 보수동 책 골목을 샅샅히 뒤져 어렵게 구했지만 결과는 굿이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 코믹한 역사책인 만큼 재미를 기본으로 깔고 출발하기에 전쟁사라는 딱딱한 내용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무기는 인류의 진화와 궤를 같이한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에 따라 문명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승패까지 바뀐다. 전쟁 없이 인간사를 논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을 전쟁터라고 한다. 이 책은 고스톱치고 할 일없어 빈둥거리던 남자들이 몸이 근질거려 싸움을 하다 그것이 발전되어 전쟁으로 진행되고 한 전투에서 수 만 명은 죽여야 직성이 풀리는 몇몇의 악동 영웅찬양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한니발, 카이사르, 칭기즈칸 등이 등장하는가 싶더니 후반에는 역시 사건 중심이다. 100년 전쟁과 30년 전쟁을 거쳐 세계 1,2차 대전까지.

 

 

 

 

 

 

 

 

원시인이었던 인간이 최초로 사용한 공격무기는 돌멩이와 몽둥이였다.

그럼 최초의 방어 무기는 몸뚱아리였던 걸까. 전쟁과 무기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은 시종 웃게 만든다.(11쪽)

 

 

 

 

예를 들면 활과 화살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면서 엉뚱하게 롱펠로우의 시구 허공 위로 화살 하나를 쏘아 올렸네, 화살은 땅에 떨어졌지만 떨어진 곳이 어디인지 나는 알지 못하네를 인용한다. 웃기지만 가볍진 않다. 유머러스하다고 그 내용이 허접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냥 웃고 즐기는 책은 아니다. 저자의 코믹한 문체는 같은 전쟁을 수없이 반복해온 인류의 어리석음에 대한 지독한 조롱처럼 다가온다. 인간은 도덕적인 척해도 가면만 벗기면 잔인한 비도덕이 드러나는 얄팍한 존재에 불과하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이 책의 맨 마지막 장의 제목을 차 세계대전으로 이름 붙였다.

돌멩이와 몽둥이를 들고 싸우던 인류는 애교로 봐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겉으로는 싸우지 말고 잘 지내자고 하면서도 뒤로는 엄청난 군비경쟁을 하고 더 악랄하고 잔인한 무기들로 사람을 죽인다.

 

 

 

 

 

많은 역사가들이 지적했듯이 사람들은 평화로우면 안일한 쾌락 추구에 빠져서, 게으르고 맹목적이고 나약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인간들을 평화라는 나락에서 구원해주는 국가나 국민이 항상 존재하는 법이니, 이 얼마나 다행한 노릇인가.(36

 

사랑과 전쟁에서는 이기는 놈이 장땡이다.(68쪽)

 

 

 

 

 

 

 

 

 

 

 

 

 

 

 

인간은 지구상에서 이념을 위해서 싸우다 죽을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96쪽)

 

 

 

 

몽고인의 손에서 이루어진 중요한 군사적 발전의 하나가 바로 밀정과 비밀첩보원의 운용이다.(113쪽)

 

 

 

 

화승총의 유일한 결점은 먼저 화약의 양을 계량하여 납덩어리와 함께 총구에다 재어 넣고, 헝겊으로 마개를 만들어 총구를 막고, 불통을 열고는 그 안에다 정제 화약을 넣고, 불통 뚜껑을 닫고, 꺽쇠의 화승을 조절하고, 불통을 열고, 방아쇠를 당기는 등 발사되기까지 93개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었다.(133)

 

 

 

 

"많은 사람들이 참 기가 막히는 아이디어라면서 반색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비난은 두려워하지 않았던 선례를 들먹거리면서 그를 격려하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았다."

'반색'은 매우 반가워한다는 뜻이다. 내가 볼 때는 "참 기가 막히는 아이디어라면서 어이없어 했다"로 써야할 듯한데--역접 관계인 뒷 문장으로 판단할 때-- 반가워했다니! 원문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편집자가 교열 과정에서 착오를 일으킨 것인지, 그도 아니면 번역자가 반색이라는 말을 자기 식대로 이해하고 사용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무튼 나는 반색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고,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168)

 

 

 

 

생각해보라/개미가 의기양양하게/뽐내면서 활보하는 광경을/개미에게는 이 얼마나 신나는 풍경일까?/눈치 살필 필요도 없다/교묘하게 설치된 개미 덫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당당하게 먹으면 된다/파리도 파리채 걱정할 필요 없이/그렇게 날아다닐 것이다/그저 유유히/이 방 저 방을 날아다닐 것이다/DDT로부터 해방된 벌레/꽃 위에서 언제까지 머물러도 좋다/하지만 기거나 나는/뭇 벌레들을 위해/빵 부스러기는 누가 던져줄 것이며/뜰은 누가 가꾸어줄 것인가?/미안하구나/벌레들아/단언하거니와 너희들도/우리 인간을 그리워할 때가 있을 것이다 (228)

 

 

이 책에는 1870년 보불전쟁 당시 투입되었던 프랑스의 비밀무기이자 초기 기관총의 형태인 미트레이외즈에 대한 웃지못할 일화가 등장한다. 이 신무기의 존재를 독일(당시 프로이센)이 눈치챌까봐 극비에 붙인 프랑스의 보안이 너무나 철저해 전쟁터에서 막상 이 무기가 공개되자 사수들 중 아무도 이 무기의 사용법을 알 수 없어서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는 일화이다.

 

젠체하는 인문학자들에게 똥침을 날리자!!

리차드 아머는 인문학자이다. 그는 위선적이고 가증스러운 학문을 빙자한 사기놀음에 똥침을 놓는 사람이다. 아머 같은 사람이 우리 인문학계에 세 사람만 있었다면 우리 인문학은 서태지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을게다.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인문학계에 이런 똥침 학자의 책이 거룩한 체 거들먹거리지 않는 제대로 된 번역가를 만나 선보이게 되었으니 마음이 후련하다. 모두 낄낄거리면서 읽다 보면 어떤 학자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는 걸 듣는 것보다 더 많은 소득을 얻을 것으로 믿는다.

-윤구병 (전 충북대 철학과 교수, 현 변산공동체학교장)

 

 

 

 

 

 

저자는 "핵전쟁 이후에는 인간보다 생존에 더 적합한 벌레들이 이 지구를 인수하게 될 것이다."라는 인용구로 끝을 맺는다.

인간은 인간에 대해서 늑대다라는 홉스의 말이 자꾸 머리통을 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