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생생한 ‘저자가 되는 법’은 없다.
출판 현장이 고스란히 녹아든 실전 책 쓰기 메뉴얼!
책쓰기의 모든 것...
<오마이뉴스> 연재로 화제를 모았던 책을 쓰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 저자가 출판 현장에서 좌충우돌 겪었던 경험들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이를 통해 몸소 체험한 책 쓰기의 노하우를 솔직 담백하게 공개한 것이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저자는 서울대학교에서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반도체소자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런데 이 모든 공부가 필요 없게 되었다. 졸업 후 벤처 기업을 5년 가까이 다니다, 인문사회 분야 저자로 삶의 진로를 확 바꿨기 때문이다. 책 쓰기는 고사하고 A4용지 한 장 채우기도 버거운 글치 공학도였던 그는 2006년 이후 8년 동안 인문, 사회, 예술, 실용, 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단독 및 공저로 15권의 책을 출간했고, 2013년에는 <경향신문>에서 선정한 가장 주목해야 할 저자인 ‘뉴 파워라이터’ 20인에 뽑히기도 했다. 나는 동질감이 느껴지는 그의 이런 이력을 보자마자 내용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를 읽게 된것이다.
직장에서 하는 일도 솔직히 정말 재미없었다. 오죽하면 밤에 꿈꾸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을까. 한창 스릴 넘치는 꿈을 꾸다가 알람 소리에 느닷없이 깨 출근하는 심정을 아는가? 인생을 허비하는 느낌이었다. 한 번뿐인 인생을 과연 이렇게 살아야 하나. 그래서 자연스레 직장생활과는 별개의 삶을 꾸렸다. 내가 진정 원하는 일들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진보적인 정치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정말 열심히 활동했다. 직장에서 퇴근한 후에 당 사무실로 다시 출근해서 당원들에게 연락하고 당사업과 관련된 일을 처리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베네수엘라 혁명 연구모임을 만들어 연구 성과를 지속적으로 축적해나갔다. 흘러가는 시간 중에 ‘살아지는’삶이 점점 줄어들고 ‘살아내는’삶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글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서 쓸 거리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갈수록 ‘살아내는’ 삶이 압도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회사를 왕복하는 ‘살아지는’ 삶은 붙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2006년에 회사를 그만뒀다. 같은 해 12월에 첫 책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가 출간됐다. 당시 은행잔고는 600만 원이었다. (48-49)
한 마디로 책을 출간하여 돈을 벌겠다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네 번째 책 출간을 코앞에 두고 있는 내 생각도 저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다수가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데, 어느 누구라고 그 삶이 고단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 지점이 저자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이들의 태고적 본성일지도 모르겠다. ‘살아지는’ 삶에 더 이상 만족할 수 없다는 주인으로서의 욕구. 타인의 삶들이 아니라 진짜 나의 삶. ‘살아내는’ 삶을 살겠다는 강렬한 욕구와 행동이 가미될 때 우리는 비로소 주인이 될 수 있다.
“쫄딱 망한다 해도 진정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저자의 대답은 간단하다.
“나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책을 쓴다. 그냥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목구멍 밑까지 차올라 도저히 내뱉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 그런 정도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기 때문에 책을 쓴다. 이런 나의 대답을 들으면 너무 허탈할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그 누가 하고 싶은 계기가 없는데 책을 쓰겠느냐고, 다들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니 책을 쓰고 싶은 것 아니겠느냐고 목에 핏대를 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질문을 좀 바꿔보겠다. 몇 개월, 어쩌면 길게는 1년이 훌쩍 넘어갈 정도로 긴 시간을 고뇌해야 하는 책 쓰기. 원고를 쓴다고 해서 그 어떤 출판사가 확실하게 책을 내준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출판사를 구하지 못한다면 그동안 책 쓰는 데에 들였던 그 모든 공력이 허사가 될 수도 있는 상황. 다행히 좋은 출판사를 만나 책을 낼 수 있게 됐지만 그동안 책 쓰기에 들인 공력에 대한 확실한 경제적 대가는 255만원 정도박에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이 모든 상황’을 감수하더라도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가?
목구멍 밑까지 차올라 도저히 내뱉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 얘기라는 표현은 이런 상황 전제로 말한 것이다. 그럼에도 당신의 대답이 ‘YES’라면 당신은 책을 쓸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이다. 하지만 선뜻 ‘YES’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저 책 쓰고 싶은 이유가 돈도 벌고 이름 좀 날리고 싶어서라면, 솔직히 책 쓰기를 권하고 싶지 않다. 확률이 너무 낮다. 차라리 장사를 하는 것이 더 현명하리라.“
그리고 저자는 항상 새로운 책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이 원고가 책으로 출간되어 초판 1쇄도 다 팔리지 않을 정도로 쫄딱 망하더라도 책을 쓴 것에 대해 후회가 없겠는가?’
이 질문에 ‘YES’라는 대답을 던질 수 있을 때 책을 쓴다. 내가 정말 절실하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책을 쓸 때 나 자신에게 들이대는 잣대다.(23-25)
그저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요즘은 누구나 책 한권 정도는 쓰는 것 같아서 나도 써보겠다는 식의 허세가 아니다. 진심으로 단 한명의 독자에게라도 내가 발견하게 된 세상,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사람들이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어 보이는 현실들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때 책을 쓰게 되는 것이다. 그게 옳든 그르든 일단 내질러보며 나의 목소리를 내며 살고 싶다는 욕구. 그것이 바로 저술가들이 끊임없이 책을 쓰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존경하는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이런 말을 하셨다 한다. “군자가 책을 써서 전하는 것은 단 한 사람이라도 그를 알아주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이다”라고 말이다. 단 한명의 누군가에게라도 내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유리병편지에 담아 바다에 떠 보내고 싶다는 그런 심정일 것이다.
그렇다면 목 밑까지 차오르는 목소리를 저술로 승화시켰던 저자의 글쓰기 핵심 철학은 무엇일까?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글쓰기는 테크닉이 아니라고. 글쓰기란 사람을 이해하는 것라고. 사람이라는 존재를 더 잘 이해할수록 글을 더 잘 쓰게 된다고. 내가 전하고자 하는 철학과 핵심주제에 대해서는 타협이 없을지라도 내가 쓰는 글은 절대적으로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독자 입장에서 끊임 없이 생각하고 철저하게 그들을 배려하며 이해하고 공감시켜야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슬프다는 말은 켤코 슬프지 않다’. 그렇다. 내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결코 노골적으로 슬픔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책 쓰는 일이 도대체 밥벌이가 가능한 일인지부터 계산기를 놓고 따져보기 시작해, 목차를 짜고 출판사에 창피당한 사연, 계약서를 쓸 때 인세보다 더 중요한 출판에 얽힌 진실, 만화방에서 제목 신탁을 받은 일화, <오마이뉴스> 연재로만 책을 3권이나 내면서 출판사와 주고받았던 메일 등 예비 저자는 물론이고 출판사 편집자도 무릎을 탁 치면서 읽을 정도로 책 쓰기의 실제와 출판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다. 독자는 왕이다.
“내 안의 아이가 쓰는 것 같은 순간이 있어요. 물론 자주 오는 순간은 아니지만 무척 환희로운 순간이죠.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를 처음 보고 제 정신 구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 내가 그냥 커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내가 그대로 안에 있는 거죠. 그런 여러 명의 내가 겹치고 겹쳐서 나의 자아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학년 동화를 쓸 때는 되도록 어른들과 말을 하지 않거든요. 어른들의 언어는 같은 한국말인데도 다른 나라 말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두 개의 부족이 함께 살아가는 나라에서 부족 사이를 오가며 살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 《잃어버렸던 언어를 다시 만나야 한다 : INTERVIEW 유은실》 중에서
“윤내현 선생을 포함한 누구라도 학계 사람들을 제가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출판사에서 《고조선, 사라진 역사》의 저자인 성삼제 씨를 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봤지만 제가 안 본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성삼제 씨와는 대고조선론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의기투합을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상황을 보면 너무 패거리가 지어져 있습니다. 학문이 학문적으로 전개되지 않아요. 그 누구도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이죠.
저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말하는데 이게 제일 중요한 말 중의 하나예요. 저는 비전문가로서, 대중으로서 가지는 어려움이 있어요. 대중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어렵습니다. 대신에 완전한 공평성의 자유와 권리를 얻죠. 이건 절대 안 뺏기고 싶어요. 제가 고조선 연구하면서 윤내현 선생님을 무척 존경하게 됐어요. 그런데 제 친구 중에 단국대 사학과를 나온 친구가 있는데, 예전에 윤내현 교수님께 세배 가고 했었다는 거예요. 그 친구가 제가 책 낸 것을 알고 같이 세배 가자고 하더라고요. 가고 싶죠. 하지만 못 갑니다. 그래서 안 갔어요. 슬픈 일이죠.”
- 《전문가는 가질 수 없는 공평함과 자유의 힘 : INTERVIEW 김상태》 중에서
A, B, C 출판사의 인세 지급방식의 차이를 이해했다면 당연히 여러분은 향후 내가 C 출판사하고만 책을 계약하겠다고 판단할 것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 물론 인세 지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C 출판사가 유리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해당 출판사가 내 원고에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정성 들여 작업을 해주느냐에 있다. 대형 출판사의 경우 자금에서 여력이 있다 보니 인세 지급방식에서 B 출판사나 C 출판사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편으로는 출간하는 책의 종수가 많다 보니 마케팅에 힘을 실어주는 책은 그중 일부일 뿐이다.
중소 규모 출판사는 A 출판사의 인세 지급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책의 출간 종수가 적다 보니, 출간하는 모든 책에 사활을 걸고 마케팅한다.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서 출판사를 정할 필요가 있다. 출판사의 규모가 크다고 꼭 책을 잘 만드는 것도 아니다. 중소 규모의 출판사지만 완성도 높은 책을 꾸준히 내서 독자들의 신뢰를 얻는 출판사도 적지 않다. 그래서 해당 출판사가 기존에 출간한 책의 목록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 《출판계약서에서 중요한 것, 출판계약서보다 중요한 것》 중에서
이제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인세 255만 원 벌려고 책을 쓰겠는가? 책을 보름에 한 권씩 쓸 수 있다면 모를까. 고작 255만 원 벌겠다고 몇 개월에서 1년을 끙끙대며 책 원고를 쓰는 것이 과연 경제적인 관점에서 현명한 일이냐는 말이다.
내가 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지 말라. 매년 4만 권 가까이 쏟아져 나오는 책 중에 저자에게 목돈을 안겨주는 베스트셀러는 손에 꼽을 정도다. 내용이 좋은 책이라고 꼭 판매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지는 그저 하늘만이 알 뿐이다. 그런데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고? 차라리 로또를 사라고 권하고 싶다.
- 《당신이 책을 쓰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중에서
“저는 책을 쓰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요. 글을 쓰라고 하고 싶어요. 나 이제부터 책 써야지, 이러면 부담감 때문에 글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든요.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의 삶을 정리하고 그냥 계속 글을 쓰다 보면 그 글이 묶여 책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이렇게 써야 글이 살아 있을 수 있어요. ‘책’이라는 형식은 자본과 함께할 수밖에 없거든요.”
은수연 씨의 이 대답을 들으며 솔직히 많이 찔렸다. 자전거 페달을 계속 밟지 않으면 자전거가 쓰러지는 것처럼, 책을 계속 쓰지 않으면 생계가 유지되기 힘든 삶의 구조 속에서 어느덧 나 자신이 ‘업자’가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뒷목이 서늘해졌기 때문이다. 내가 솔직히 인문사회 책 써서 돈을 벌면 얼마나 벌겠나. 모든 저자는 절실하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책을 쓰는 것이다. 목구멍까지 차서 뱉어내지 않으면 숨이 막힐 것 같은 바로 그 얘기를 풀어내는 것. 은수연 씨는 바로 그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구원했다.
도미네 리브로Domine Libro!(오, 책이여!)
- 《마음의 상처를 붙잡아둔 책이라는 캐비닛 : INTERVIEW 은수연》 중에서
목차는 책의 설계도다.
무조건적이라고 한다면 좀 과도하겠으나, 대부분의 경우 책을 쓰기 전에 목차부터 짜는 것이 좋다. 목차를 제대로 짜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글을 쓰다 보면 책의 균형이 깨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특히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누구나 책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는 의욕이 넘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신이 아는 것을 최대한 쏟아부어 쓰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글이 좀 장황해진다. 그런 이유로 보통 머리말과 서두를 보면 무슨 인류 지성사의 역작 하나가 탄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의욕이 떨어지고 생각한 수준만큼 글이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실망만 늘어가다가 결국 글이 꼬리를 내리게 된다. 그래도 끝까지 쓰면 그나마 다행이지, 대다수는 중간에 포기하고 만다.
이유가 뭘까? 간단하다. 목차가 없기 때문이다. 설계도가 없으니 골격이 부실해 금세 무너지는 것이다. A4 용지 100장의 책을 쓰는데 목차를 짜보니 챕터 1부터 챕터 10까지 총 10개가 나왔다고 하자. 그러면 챕터 1을 어느 정도 분량으로 쓰면 좋을까? A4 용지 10장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이렇게 전체 그림을 확실하게 그려놓으면 챕터 1에서 A4 용지 20장 넘게 쓰다가 힘 빠져서 고꾸라지는 일이 없어진다.
- 《한 권의 책, 분량이 많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중에서
이 답장을 받고 내가 목차를 짜며 무엇을 놓쳤는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나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얘기에만 매몰되어 독자 중심으로 사고하지 못했다. 인문사회 분야에서만 책을 내던 관성이 그대로 남아 있던 것이다. 자기계발서와 실용서를 주로 펴내는 위즈덤하우스는 기획 단계부터 철저하게 독자를 중심으로 고민해 들어갔다. 이 책의 주 타깃 층인 20대, 30대 독자들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인생에서 고민하는 지점은 무엇일까? 일, 돈, 배우자, 인간관계, 자기계발 등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실마리를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넌지시 조언한 것이다. 이 문제가 풀리니 ‘다른 희망’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의 콘셉트가 명확하게 정리됐다. 그렇게 나오지 않던 목차가 순식간에 다음과 같이 완성됐다.
- 《좋은 목차는 독자들이 고민하는 지점을 짚어낸다》 중에서
읽고 쓰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책을 직접 써보면 어떨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적이 있다. 일단 왜 써야하는가에 대한 나만의 답은 있다. 쓰고 싶기 때문에, 그리고 향후 내가 계획하고 있는 일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지만 무엇을 써야하는 가라는 질문과 대면했을 때 답이 궁색해진다. 세상적으로 성공한 인생도 아니고, 독자와 공유할 만한 독특한 경험을 가진 것도 아니다.그렇다고 특정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다. 아주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나로서는 보여 줄 것도, 자랑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결국 책을 쓴다면 타인의 생각과 글을 재해석하거나,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정리해 글을 써야 한다. 하지만 누가 내 글을 읽어 줄 것인가? 현실적인 고민의 벽과 마주하면서 결국 책 쓰기는 꿈으로만 남아있게 된다.
주변의 지인들과 이야기해보면 의외로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직업강사로 필요해서,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등 그 이유는 거의 대동소이 하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서, 인세로 부를 이루고 싶다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가끔 책 써서 인세로 생활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일까? 게다가 정식 작가도 아닌 일반인이 책으로 먹고 살기란... 물론 전혀 예상치 못하게 대박을 치는 경우도 있지만, 확률은 바늘구멍에 밧줄 집어넣는 일 만큼이나 낮을 것이다. 하여간 책 쓰겠다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1년에 출판되는 책이 4만 권이 넘는다고 하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과연 책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에서 책을 쓰고 싶은 독자들에게 책 쓰기의 현실을 냉정하게 설명해준다. 글을 쓰고 책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책 써서 먹고 사는 문제까지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일단 저자는 인세로 먹고 사는 것에 대단히 부정적이다. 실제 저자의 책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약 6년 동안 25천부의 책이 팔렸다고 한다. 책 값 1만5천원의 10%인 1,500원을 인세로 계약한 저자가 받은 돈은 총 3천7백5십만원. 6년 동안 책 한권 써서 벌어드린 액수 치고는 초라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25천권은 엄청 잘 팔린 축에 든다는 것이다. 사회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고 하니, 전업작가로 먹고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그럼 책 쓰기를 포기해야 하는가?
저자는 단호히 이야기 한다. 간절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써야 한다고 말이다. 다른 이유가 아닌 꼭 하고 싶은 이야기 때문에..., 책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남과 차별화된 자기만의 컨텐츠와 관점이 있어야 한다고 전한다. 독자들이 자기의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정확히 답할 수 있을 때 그 책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자가 없는 책, 자신만 읽고 치우는 책은 책으로서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책은 결국 남이 보라고 쓰는 게 아닌가? 맞는 말이다. 그래서 자기 돈으로 책을 내겠다는 사람은 뜯어 말리고 싶다고 한다.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저자의 책 쓰기 프로세스는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다. 먼저 출판사 편집자처럼 기획서를 쓰라고 조언한다. 기획의 의도,핵심 컨셉, 대상독자, 차별화 포인트에서 마케팅 까지 어떻게 할 것인지 디테일하게 담아 내라고 한다. 다음으로는 목차를 정하는 일이다. 목차는 건축물을 짓기 위한 설계도와 같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단다. 막연히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철저히 독자 중심으로 목차를 설정해야 한다고 전한다. 다소 원색적이라 하도, 독자의 머리에 각인 될 수 있는 그들의 관심 키워드를 목차에 담으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본격적인 책 쓰기에 돌입하게 되면 역시 어떤 글을 통해 독자를 감동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된다. 저자는 감동적인 글쓰기를 위해서는 디테일을 중요시 여기고 개성있는 글을 쓰라고 강조한다. 개성있는 글을 위해서는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보는 관점의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자가 전하는 메세지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이다. 다만 실천과 응용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삶이 어떻게 책이 되는가>는 실용서로서 기능하는 책이다.
책을 쓰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몰랐던 사실들을 접하면서, 책을 써서 대중 독자들에게 평가받는 일련의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 책을 쓰기 위해서는 참신한 소재와 필력이 따라 줘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자신의 스토리를 남에게 들려줘서 남이 쓰게 하는 책은 별로 땡기지 않는다. 좋은 질료를 가지고 개성있는 글쓰기로 독자와 소통하고 싶은 바램이다. 이 작은 바램이 언젠가는 이루어 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가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읽기와 쓰기에 보다 전념하고, 머리를 좀더 유연하게 움직이게 해야 한다. 나이도 들어 이제는 고정관념에 젖어 있는 자신을 돌아 볼 때마다 마음은 무거워 진다. 그래서 독서에 더 많이 빠져 들게 되는지 모르겠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독서와 글쓰기를 하는 것이 참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짬을 낸 시간을 독서로 채우고, 작은 꿈을 이룰 수 있다면 감사할 일이다.
저자는 자신의 시간을 자신이 충실히 사용할 수 있는 삶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글쓰기라고… 많은 현대인들이 삶에서 근원적인 불안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남들의 눈에 비춰지는 내 모습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남들 다하는 공부 해야 하고 남들 다 하는 취직 해야 하며 그것을 하지 못하면 왠지 낙오자가 된 것 같은 안정적이지 못한 것 같은 불안을 언제나 지니고 사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과감히 그런 삶에서 탈출한다. 그리고 선택한 직업이 인문, 사회과학 분야에서 책을 쓰는 일이다.
26만 시간동안 형성되어온 독자들의 뇌세포의 복잡한 연결 구조를 어떻게 한두 시간 정도의 혀 놀림으로 바꿀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나....
진정 상대방을 바꾸기 위해서는 내가 살아온 수십만 시간과 상대방이 살아온 수십만 시간이 서로 진실하게 만나야 한다.
글은 ‘살아지는’ 삶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삶에서 나온다.
나는 지금 살아지는 삶을 살고 있는지,
살아내는 삶을 살고 있는지 스스로 반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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