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책 대신 한비자를 들어라
청춘에게 전하는 한비자
<왜 원하는 대로 살지 않는가>
난세를 살아가는 우리는 요즘 정치, 사회, 경제적인 면에서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아무리 혼란스런 상황이라도 집단을 이끄는 리더가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으면 질서를 찾게 된다. 시대를 불문하고 리더의 중요성과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법,술,세’로 통칭되는 ‘한비자’만큼 리더에게 필요한 고전은 없다. 고전은 읽기 어렵고 딱딱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의 매력은 어려운 고전을 쉽게 재해석했다는 데 있다.
<한비자>를 읽고 먼저 내 삶의 제왕이 되라
책의 부제는 ‘최고를 꿈꾸는 서른 살을 위한 <한비자>’이다.
서른 즈음, 즉 사회생활을 앞둔 청춘들을 위한 책이다.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을 끝내고 거대한 대륙을 하나로 통일한 진시황이 젊은 시절부터 애독했던 <한비자>를, 자신만의 인생을 스스로 꾸려나가야 하는 삼십대에게 전하는 깨우침으로 엮은 책이다. ‘제왕학의 교과서’라 불리는 <한비자>는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 규정하며, 나라의 정치질서는 절대 군주의 엄격한 법 집행을 통해서만 유지된다는 사상을 견지하고 있다. 즉, 최고의 자리에 있는 제왕을 위한 책으로, 황제에게 주어진 ‘형벌’과 ‘포상’이라는 두 개의 칼로 지략과 책략을 펼쳐나가야 한다는 한비자의 치세철학을 4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시간을 가장 애달프게 보내고 있을 사람들이 있다. 바로 30대다. 청춘이 아프다며 서로를 도닥이고 있기에는 이미 깨우친 현실이 싸늘하고, 아프지도 못하는 인생이라며 절망하기에는 아직 파릇파릇한 포부가 넘치는 서른. 그런 그들에게 전하는 ‘세상을 이끄는 엄격한 깨우침’과 ‘인생을 다루는 진리’가 담긴 책이다.
여느 책이 그러하듯 본서 역시 프롤로그가 일품이다.
'들어가며-피도 눈물도 없이 담대하게'에 책의 핵심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제왕학의 교과서라 불리는 <한비자>를 오늘날 청춘들에게 쉽게 재해석해 준다.
여려운 고전을 어렵게 쓴 책은 많다. 어려운 고전을 현실에 맞게 쉽게 재해석했다.
한비자의 세계는 어둡다.
그래서 한비자는 차가운 머리로 읽어야 한다.
냉혹한 권력의 세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어두운 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비자는 인간의 낯가죽 뒤에 숨어 있는 음흉함을 까발린 책이다.
겉으로는 인의와 예절이라는 분칠을 하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이기와 탐욕이라는 악한 본성이 똬리를 틀고 있다.
한비자와 마키아벨리는 천 년 넘는 격차가 나는 딴 시대를 살았지만 사상적 철학은 괘를 같이한다.
그래서 한비자를 '동양의 마키아벨리', 마키아벨리를 '서양의 한비자'라 부른다. "인간은 아버지의 죽음 쉽게 잊지만 자신의 재산상 손해는 결코 잊지 못한다"고 일갈했다. 돈 앞에서는 부모형제도 없다는 것이다. 동방예의지국에 걸맞지 않지만 우리에게도 만연한 현실이자 진리다.
인간은 이익을 좋아 움직인다.
이익 앞에서 도덕이나 예절을 운운하는 것은 어리섞다는 것이다.
"사람은 착해서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왕량은 말을 사랑하기를 자식 대하듯 했다. 왜 그랬겠는가. 부려먹기 위해서였다. 의원이 환자의 고름을 빠는 것은 혈육처럼 사랑해서가 아니다. 치료비 때문이다. 수레를 만드는 사람은 사람들이 부귀해지기를 빈다. 수레를 더 많이 팔기 위해서다. 관을 만드는 사람은 사람들이 많이 죽기를 바란다. 악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사람이 죽어야 관이 잘 팔리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익을 좋고 힘에 눌려 머리를 숙일 뿐이다.
-한비자 비내편
TV를 켜보라.
요즘의 연예, 오락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이 오디션이나 서바이벌 게임 형식이다. 무수한 출연자들을 탈락시키며 한 명의 최종 승자를 가린다. 겉은 오락프로그램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생사가 엇갈리는 전쟁터를 다룬 리얼다큐다. 청년백수가 넘쳐나고, 단 한 명의 승자를 위해 99명의 루저들이 눈물을 흘려야 하는 무한경쟁 시대가 빚은 풍경화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을 다스리는 제왕이다.
<한비자>는 오직 한 부류의 인간들, 즉 최고의 자리에 있는 제왕을 겨냥하여 쓴 책이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각계의 리더들, 조직의 수장을 위한 책인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미래의 제왕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지금은 ‘을’이지만 장차 ‘갑’이 되겠다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다스리는 제왕이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왕국을 세워보겠다는 야망을 품은 젊은이라면, 밀림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최종 승자가 되는 방법이 담긴 <한비자>를 정독할 필요가 있다.
공자는 서른 살을 ‘이립(而立)’이라 했다.
‘세상을 향해 일어서야 하는 나이’라는 뜻이다. 청년백수가 넘쳐나는 오늘을 사는 서른 살에게 치열한 생존경쟁이 주는 삶의 무게는 춘추전국시대보다도 더 무겁고 두렵다. 이것이 세상살이의 엄혹함을 절감하는 서른 즈음에게 <한비자>의 지혜를 담은 이 책이 필요한 이유다. <한비자>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일으켜 세우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저자는 한비자에 실린 수많은 일화들을 인용하여 ‘인정의 눈물로 칼끝을 닦지 말라’는 까칠한 조언과 ‘소리 없이 웃고 눈물 없이 울어라’라는 예상을 깨는 충고, ‘빛나되 번쩍거리지는 말라’는 인생의 진리 등을 담아냈다. 저자의 목소리를 듣노라면, 행간에 가득한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든다. 방바닥에서 X-레이만 찍는 백수들에게 하나의 인생길잡이가 될 것이다.
“범이나 표범 같은 사나운 짐승도 발톱이나 이빨을 잃어버려 쓰지 못한다면 작은 생쥐나 다를 게 없다. 억만금을 가진 부자라 해도 그 많은 재화를 쓸 줄을 모른다면 가난한 문간방 문지기와 다를 게 없다.”
호랑이로 태어났는데도 생쥐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부자로 태어났는데도 평생을 거지로 지내는 이들도 꽤 있다. 하나같이 자신에게 주어진 본래 인생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영웅으로 태어났는데도 비루한 졸개처럼 살아간다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키루스 2세 같이 황제로 태어난 사람이 평생을 소치기로 살다 덧없이 죽는다면 가슴을 칠 일이다.(30쪽)
송양지인(宋襄之仁) : 너무 고지식하고 실속이 없는 사람, 상황파악을 못하고 대의명분만 들먹이는 사람"
모스크바는 눈물을 밎지 않는다.
조직은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다.
슬퍼도 일어서라.
꼬우면 일어서라.
세상은 우는 자를 위로는 해주지만 도와주지는 않는다.
훌쩍거린다고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
"한 자밖에 안 되는 키 작은 나무라도 높은 산 위에 세워 놓으면 천길이나 되는 골짜기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이는 나무의 키가 커서 그런게 아니다. 그 위치가 높기 때문이다."
-한비자 공명편
조직에서 상사가 부하를 통솔하고 지휘하는 것은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지위가 높기 때문이다.
"용은 구름을 타고 날며, 뱀은 안개속에서 논다. 하지만 구름이 흩어지고 안개가 개면, 용과 뱀은 지렁이와 다를 바 없다. 구름과 안개라는 권세를 잃었기 때문이다. 현명한 사람이 어리석은 자에게 굽히는 것은 권시가 가볍고 지위가 낮기 때문이다."
-한비자 난세편
<한비자> 주도편에 ‘군주는 현명하지 않아도 현명한 자를 거느리고, 지혜롭지 않아도 지혜로운 사람의 우두머리가 된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유는 군주가 가진 권력 때문이다. 한비자는 오두편에서 이렇게 말한다.
“백성들은 본래 권세에 굴복하는 것이지 의에 감복하는 자는 적다. 공자는 천하가 다 아는 성인으로, 몸을 닦고 도를 밝혀 천하를 돌아다니며 유세했다. 그러나 그를 따르며 섬긴 제자는 70여 명에 불과했다. 반면에 노나라 애공은 재능이 보잘 것 없는 군주였으나 왕으로 즉위해 나라를 다스리니 온 나라가 그의 백성이 되었다. 백성이란 본래 권세에 복종하고, 권세는 사람들을 쉽게 굴복시킨다.”(57쪽)
언젠가는 재앙의 씨앗이 될 상아 젓가락 하나를 가슴에 품고 천하를 품은 양 들떠 있지는 않은가. 고작해야 은전 한 닢에 불과한 것을 최고라 여기며 젊은 날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불행은 불행한 얼굴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망한 자가 들려주는 사연은 산 자에게 최대의 교훈이 된다. 최고의 인생을 얻기 위해서는 최악의 사례들에서 배울 줄 알아야 한다.
"왕과 신하는 하루에도 백 번을 다툰다. 이익 때문이다."
-한비자 양권편
"왕은 자신이 죽으면 이익이 돌아가게 될 사람을 경계하라"
-한비자 비내편
한비자가 그대에게 묻는다.
더 큰 성공을 위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오른팔 같은 부하의 목을 칠 수 있는가. 상대를 물에 처박아 완전히 숨이 끊어질 때까지 손을 풀지 않을 수 있는가. 한비자의 이런 물음이 가혹하게 들린다면, 그대는 지금 위험 속에 놓여 있다. 물은 불보다 위험하다.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위험하다.
한비자는 천리마라도 부릴 수 없으면 베어 버리라고 말한다.
더 큰 것을 위해서라면 팔뚝을 자르는 아픔쯤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잔혹하다고 해서 그저 외면할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아픔이 없으면 성취도 없다. 크게 이룬 사람은 큰 아픔을 견뎌낸 이들이다. 천하를 다스리는 제왕은 결단의 아픔도 어느 누구보다 크다. 아픔의 크기는 곧 그 사람의 크기라고도 할 수 있다. 서른 살의 그대는 얼마만한 아픔을 감수할 수 있는가.
<한비자>는 후학들이 가필한 것까지 합해 55편 10만 자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오직 한 부류의 사나이, 바로 최고의 자리에 있는 제왕을 겨냥해서 쓴 책이다. 오늘날로 말하면 각계의 리더나 CEO, 즉 조직의 수장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고는 그들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다스리는 제왕이다. 자신의 왕국을 세우겠다는 야망을 품은 젊은이라면 약육강식의 밀림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최종승자가 되는 길이 담겨 있는 <한비자>를 더욱 가까이해야 한다.
굶주린 백성은 감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굶어 죽으나 맞아 죽으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창고가 가득 차면 예절을 알고, 의식이 넉넉해지면 영욕을 안다."
-관자 목민편
한 마디로 인간은 배가 불러야 예절도 알고 법도 지킨다.
리더라면 있는 듯 없는 듯 처신하라.
속마음을 드러내는 순간 주위에는 아부꾼과 예스맨 뿐이다.
"꽃은 울어도 소리가 들리지 않고, 새는 울어도 눈물이 보이지 않네"
-추구집
"왕은 신하들의 행실을 보고도 보지 못한 듯, 들어도 듣지 못한 듯, 알아도 알지 못한 듯 운신해야 한다"
-한비자 주도편
"왕이 싫어하는 것을 드러내면 신하들은 작은 일이라도 감추고, 왕이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면 신하들은 능력이 없는데도 있는 체 꾸미게 된다."
-한비자 이병편
군주는 자기 목소리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자기 눈썹도 보고, 자기 몸도 들어 올릴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여러 사람의 눈과 귀를 통해서다. 혼자만의 생각에 의존하는 리더가 되지 말고 여러 사람의 생각을 두루 듣고 판단하는 객관적 시각이 리더의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세상 사람을 자신의 눈과 귀로 삼으면 앉아서도 천하를 살필 수 있다. 천하의 보배를 알아보는 눈과 귀야말로 진짜 보배다. 이는 바로 최고를 꿈꾸는 그대가 반드시 가져야 할 눈과 귀이기도 하다.
<한비자>의 치세철학을 받아들여 천하를 통일하고 승자가 되었으나 진시황제의 제국은 불과 15년 만에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절제라는 제동장치를 잊어버린 탓에 권력의 최정상에서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사례를 우리는 오늘도 언론을 통해 숱하게 목격하고 있다. 너도나도 앞을 다투며 달려가는 길이라면, 그대는 발길을 멈춰라. 미련이 많을 때는 미련 없이 돌아서라. 인생에는 달릴 때가 있고 멈출 때가 있다. 가장 떠나기 싫을 때가 실은 바로 떠나야 할 때다.
'글을 닫으며-그대 안의 보물을 찾아'라는 에필로그도 인상적이다.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하며 읽어볼 필요가 있다.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정갈하다.
별은 멀고 현실은 가깝다....닿을 수 없는 별은 이룰 수 없는 꿈처럼 공허하다.
더 이상 세상에 무슨 아름다움이 있을까
구겨진 지폐 몇 푼을 깎자 못 깎는다 흥정을 하고 욕을 먹고 돌아오는 밤에도
별, 너는 나뭇가지 끝에 지상의 모든 빛을 흐리며 빛나고 있구나
이제 나는 알고, 슬프다
멀리서 반짝이기만 하는 것은
몇 억년 이후에라도 닿을 수 없는 것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양애경 시, <장사를 하며>
시장은 삶의 현장이자 전장이기도 하다.
장사는 '깍자, 못 깍는다'하며 한 푼을 다투는 치열한 생존경쟁이다.
욕까지 얻어먹으며 전쟁같은 하루를 끝내고 돌아오는 밤에도 별은 뜬다. 별은 나뭇가지 끝에서 지상의 소음을 내려다보며 홀로 빛나고 있다. 하지만 그 별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멀리서 반짝이기만 하는 것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닿을 수 없는 별은 이룰 수 없는 꿈에 불과하다. 그것은 슬픔이다.
한비자의 시대에도 별들은 아득하기만 했다. 천하는 어지럽고 나라는 기울어 가는데 권력의 주변에서는 공허한 말들만 오갔다. 쌀이 떨어졌는데 예절을 논하고, 칼이 날아드는데 인의만 들먹이고 있었다. 당파싸움으로 망한 조선이 그랬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공허험이 지금도 진행중이라는 데 있다. 밤하늘의 별은 여전히 빛나지만 청년백수들에게 그 별은 더 이상 아름다운 별이 아니다. 한비자가 필요한 이유다.
세상은 냉혹하다.
따지고 보면, 한비자 때나 마키아벨리 때나 지금이나 세상살이는 크게 변한게없다.
겉모습만 바뀌었을 뿐 약육강식의 살벌한 생존경쟁은 여전하다.
칼 대신 휴대폰을 들고다닌다고 해서 승자독식의 서바이벌 구도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한비자는 공허한 꿈 대신 현싷을 이야기 한다.
밤하늘의 별이 아닌 쌀을 이야기 한다.
과거는 오래된 미래라고 한다.
인간을 둘러 싼 환경은 변했어도 인간의 본성은 변한 것이 없다.
권력의 속성도 마찬가지다.
한비자는 ‘태산은 흙과 돌을 가리지 않았기에 높아졌고, 강과 바다는 작은 시냇물도 포용했기에 깊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한비자> 대체편에 나오는 이 말은 공교롭게도 한비자의 친구이자 원수인 이사의 <간축객서>에 나오는 말과 빼닮았다.
태산은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고,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를 가리지 않는다.
"한비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내 평생 여한이 없다!"
-진시황
“호랑이가 개를 굴복시킬 수 있는 것은 덩치가 아니라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때문이다.”
-한비자
책을 덮으며,
한비가 죽은 지 2000년이 지난 지금 그가 여전히 그리운 이유는 한비가 인간 본연의 마음에 존재하고 있는 어두운 심리를 적나라하게 까발렸기 때문이다. 누구나 갖고 있지만 드러낼 수는 없는 어둠 말이다. 인간 본연의 어둠은 인간사에서 생기는 모든 일들의 이치를 이해할 수 있게 했다. 그러기에 한비자는 인간을 다스리는 사람은 그런 인간의 어둠을 알아야 인간을 바로 다스리고 나라를 바로 다스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황제는 정직해서만도 안 되고, 인정이 넘쳐도 안 되고, 지혜롭기만 해도 현명하기만 해도 안 된다고 했다. 단지 정직한 척, 인정이 넘치는 척, 지혜로운 척 자신을 포장하라고 지적한다. 황제는 황제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황제의 권력을 바로 쓸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책에 나오는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다스리는 황제일 것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자신의 인생을 황제의 인생으로 만들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그런 뒤 황제의 인생에 더 욕심이 생긴다면 책<한비자>도 읽어보고 말이다.
-한비자 55편 요약 보기 : http://blog.daum.net/kjs1906/1803
-한비자 고사모음
*상아젓가락이 나라를 망친다
은나라의 주왕이 상아젓가락을 만들자 기자는 그것이 두려워서 이렇게 말하였다.
"상아젓가락을 만들면 국을 흙으로 만든 오지그릇에 담을 수는 없고, 반드시 뿔이나 주옥으로 만든 그릇이어야 할 것입니다. 주옥그릇이나 상아젓가락을 사용하게 되면 반찬은 콩이나 콩잎으로는 안되고, 반드시 쇠고기나 코끼리고기나 표범고기를 차려 놓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고기를 먹게 되면 아무래도 짧은 털가죽이나 초가집에서는 살 수 없는 노릇으로, 반드시 비단옷을 입어야하고 고대광실에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을 상아젓가락의 격에 맞추다 보면 천하의 재물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것입니다."
*능력은 상황에 따라 바뀐다
백락이 두 사람에게 뒷발질하는 버릇이 있는 말의 감정법을 가르쳐 주었다. 두 사람이 함께 외양간에 가서 말을 조사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어떤 말을 지적하고 뒷발질하는 버릇이 있다고 말하였다. 다른 한 사람이 그 말의 뒤로 돌아가서 세 이나 말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는데도 말은 뒷발질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뒷발질하는 버릇이 있다고 말을 한 사람이 자기가 감정을 잘 못한 것이 아닌가 하고 말하자 다른 한 사람이 말하였다.
"당신이 감정을 잘 못한 것이 아니오. 이 말은 어깨가 굽었고, 앞 무릎이 부어 있소. 원래 뒷발질 잘하는 말은 뒷발을 들어 그 체중을 앞발에 이동시키는 법인데, 이 말은 앞발이 부었으니 뒷발을 들 수가 없는 거요. 당신은 뒷발질 잘하는 말 감정에는 최고인지 몰라도 무릎 감정할 줄은 전혀 모르는군요."
생각해 보면 매사는 의당 그렇게 되어 가는 도리가 있는 법이고, 정세에는 불리한 경우가 있는 법이다. 말의 앞 무릎이 부어 있으면 무거운 체중을 지탱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지혜로운 자만이 알고 있다. 어쨌든 혜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원숭이는 영리한 동물이기는 하나 우리에 가두어 두면 돼지가 되고 만다."
따라서 능력이 있는 사람도 그 사람에게 불리한 정세에 놓아두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자기 발을 못 믿는 사람
정나라 사람으로 신발을 사려는 사람이 있었다. 먼저 자기 발의 길이를 재어 종이에 기록을 하였으나, 그 종이를 잊고 장에 갔다. 시장에서 신발을 보고
"신발의 치수를 적은 종이를 잊었다."
하고는 집으로 돌아와 종이를 들고 다시 시장에 나갔으나 장은 이미 파한 뒤였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여보시오. 신발을 신어 봤으면 됐을 게 아니오."
그 사나이가 대답하였다.
"치수를 적은 종이는 믿을 수 있어도, 내 발은 믿을 수 없소
*진리의 말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정나라 무공이 호를 공격하고 싶었다. 그래서 먼저 자기 딸을 호임금의 아내로 주어 그의 마음을 기쁘게 하였다. 그리고는 여러 신하에게 물었다.
"내가 전쟁을 하려 하는데 어느 나라를 공격하는 것이 좋겠는가."
대부 관기사가 대답했다.
"호를 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무공은 몹시 화가나서 "호는 형제의 나라이다. 네 어찌 형제의 나라를 치라고 하느냐." 하고 관기사를 죽여버렸다.
호의 임금이 그 말을 전해 듣고, 정나라가 자기를 친애한다고 생각하고 정나라에 대해 경계를 하지 않았다. 그러자 정나라가 이 틈을 타 호를 습격하여 빼앗아 버렸다.
송나라에 부자가 있었다. 하루는 비가 많이 내려서 담이 무너졌다. 그의 아들이 말했다.
"담을 새로 쌓지 않으면 반드시 도둑이 들어올 것입니다."
이웃의 늙은이도 역시 그렇게 말했다.
정말로 그날 밤에 도둑이 들어 많은 재물을 잃게 되었다.
그 집안에서는 아들은 매우 지모가 있다고 여기고, 이웃의 늙은이는 의심을 하였다.
이 두사람이 말한 것은 모두 이치에 맞는다. 그러나 심한 경우는 죽음을 당하고, 또는 도둑으로 의심을 받게 되었다. 그러므로 알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알리느냐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진(秦)나라의 요조는 틀림이 없이 진(晋)나라의 계략을 알아차렸지만, 진(晋)나라에서는 그를 성인이라 감탄하였어도 진(秦)나라에서는 진(晋)나라와의 관계를 의심받아 죽음을 당했던 것이다.
설득자는 이러한 것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
*이익은 애증보다 앞선다
왕랑은 말을 사랑하고 월왕 구천은 사람을 사랑하였다. 사람을 사랑한 것은 싸움에 쓰기 위함이요, 말을 사랑한 것은 타고 달리기 위한 것이다. 의사는 사람의 상처를 잘 빨아 주기도 하고 남의 피를 머금기도 하는데, 그것은 육친처럼 친애해서가 아니라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레 만드는 사람이 수레를 만들면 남이 부귀해지기를 바라고, 목수가 널을 만들면 사람이 일찍 죽기를 바란다. 수레 만드는 사람은 어질고 목수는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부귀해지지 않으면 수레를 사지 않을 것이요, 사랑이 죽지 않으면 관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죽어야 이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후비·부인·태자가 무리를 이루어 임금이 죽기를 바람은, 임금이 죽지 않으면 자기들의 권세가 성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정으로 임금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임금이 죽어야 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금된 이는 자기가 죽으면 이가 있게 될 자에 대하여 경계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해와 달이 겉으로는 밝은 빛을 둘렀지만 해와 달을 해치는 설여는 속에 들어 있다. 또 미워하는 자를 방비하더라도 화단은 사랑하는 자에게서 일어난다. 그런 까닭에 현명한 군왕은 사실을 참조하지 않은 일을 거론하지 않으며, 평소에 덕진 음식이 아니면 들지 않는다.
먼 곳의 일은 귀로 듣고 가까운 일은 눈으로 보아서 안과 밖의 과실을 자세히 살피며, 말의 서로 같고 다름을 살펴서 붕당의 대립 관계를 알아낸다.
일의 결과가 서로 부합하는가를 조사하여 진언한 일의 실적에 책임을 따진다. 그리하여 뒤에 나타난 결과를 가지고 지난번 진언한 말에 부응하는가를 살펴서, 법에 따라서 민중을 다스리고 여러 사람의 말의 단서를 가지고 서로 참조하여 살핀다.
선비가 요행으로 상을 받는 일이 없고, 자기의 직분을 넘어서 행동하는 일이 없게 한다. 마땅히 죽어야 할 자는 죽이고 죄 지은 자를 용서하지 않는다면, 간사한 자가 사욕을 부려볼 여지가 없게 될 것이다.
*권한은 빌려주어서는 안된다
요역이 많으면 백성이 고통스럽다. 백성이 고통스러우면 권세가 일어난다. 권세가 일어나면 부역의 면제가 많아진다. 부역의 면제가 많아지면 귀인이 부자가 된다. 이와 같이 부역으로 백성을 괴롭힘으로써 귀인을 부자되게 하며, 임금의 권세를 일으켜서 신하에게 빌려줌은 천하의 장구한 이익이 못된다.
그러므로. 부역이 적으면 백성이 편안하고, 백성이 편안하면 밑에 있는 신하에게 무거운 권한이 없게 된다. 신하에게 무거운 권한이 없으면 권세도 없어진다. 신하의 권세가 없어지면 덕이 임금에게로 돌아간다.
물이 불을 이긴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큰 가마솥에 물을 붓고 불을 때면, 물은 끓어올라 없어져도 불은 여전히 성하게 타오른다. 그리하여 물은 본래 불을 이기는 성질을 잃어버리게 된다.
법치로써 간사함을 금지할 수 있다 함도 또한 물이 불을 이기는 것보다 명백하다. 그런데 법을 지키는 신하가 가마솥과 같은 짓을 하여 법의 시행을 막고 있으니, 법은 홀로 가슴속에서만 밝을 뿐, 그래서 간사함을 금지하는 법의 직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상고로부터 전해 오는 말과 춘추의 기록을 보면, 법을 범하고 반역하여 일으킨 크게 간사한 일 중에 존귀한 지위에 있는 신하로 말미암아 일어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리고는 법령을 두루 갖추어 실시한다든지 형벌을 내리는 것은 언제나 신분이 낮고 천한 자들에게만 해당한다. 이리하여 백성들은 절망하고 호소할 데가 없다. 대신들은 서로 편당을 만들어 서로 두둔하면서 임금의 총명을 가리고 한동아리가 된다. 그리하여 속으로는 서로 친하면서도 겉으로는 서로 미워함으로써 사심이 없는 것처럼 나타내 보이면서 서로 귀가 되고 눈이 되어 임금의 빈틈을 노린다.
임금은 사람의 장막에 가리워져서 실정을 얻어들을 수가 없다. 임금이라는 이름은 있으나 실권은 없고, 신하가 법을 전단하여 제 마음대로 시행한다. 주나라의 천자가 이러한 임금의 실례이다.
임금이 치우치게 신하에게 권세를 빌려주면 상하가 위치를 바꾸게 된다. 이것은 신하에게 임금의 권세를 빌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
대체로 임금 된 이가 틈과 구멍을 막지 않고 적토와 백토로 장벽을 장식한다면 사나운 비와 빠른 바람을 만나면 반드시 무너질 것이다. 발등에 붙는 불을 끄지 않고 팽분·하육과 같은 용사가 죽을힘을 다해 지켜 주기를 바라며, 담장 안에서 일어나는 내란을 조심하지 않고, 먼 국경에 견고한 성벽을 쌓으며, 가까운 곳에 있는 현인의 진언은 채용하지 않고 밖으로 천리의 먼 곳에 있는 만승의 나라와 외교를 맺는다면 회오리바람이 한 번 일어난 때에는 맹분·하육 같은 용사도 미처 구제할 겨를이 없고, 외교를 맺은 먼 나라의 구원도 미처 올 시간이 없을 것이니 이보다 더 큰 화난은 없을 것이다.
지금의 세상에서 남의 임금 된 이를 위한 충성된 계책은 반드시 연나라 임금으로 하여금 노나라 사람을 좋아하지 말고 제나라 백성을 사랑하며, 근세의 일로 하여금 옛날의 현인을 사모하지 말게 할 것이며, 먼 월나라 사람으로 하여금 중국의 물에 빠진 사람을 구출하려고 하지 말게 해야 할 것이다. 그와 같이 해야만 상하가 서로 친애하여 안으로 공을 세우고 밖으로 이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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