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읽다/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

5. 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마키아벨리의 <군주론>

김부현(김중순) 2017. 12. 15. 11:00

<군주론, 君主論 Il principe>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의 <군주론>은 1513년에 쓰였지만 그의 생전에는 '금서조치'가 내려져 1532년 정식 출간되었다. 마키아벨리가 죽고 5년 후의 일이다.


출간 전부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책이다. 도덕이 지배하던 시절, 도덕과 정치는 별개라고 주장한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상)와 '어떻게 사는가'(현실)를 구별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라'


많은 사람들이 <군주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구절이다.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sm)'으로 불리는 동시에 마키아벨리를 '마키아벨리스트'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어설픈 속단이자 논리의 비약이다. 보고 싶은 부분만 보고 읽고 싶은 부분만 취사 선택한 결과다. 마키아벨리가 천성이 고약해서도 아니고 술김에 즉흥적으로 한 말도 아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나쁜 수단들을 무지막지하게 써도 무방하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쁜 수단을 탓하기보다는 그런 수단을 통해서나마 좋은 목적을 이루었느냐를 따지는 게 합리적'이라는 데 있다. 이 말은 신생 국가의 초기 질서를 확립하는 데 있어서 무질서함보다는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초기에 일시적으로 유용한 방법임을 여러 차례 주장하면서, 나라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도덕과 선으로 통치하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유지가 어렵고 결국 파멸한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 특히 권력자들은 이 구절을 오독하는 경우가 많다.


피렌체의 가난한 법률가 집안에서 태어난 마키아벨리는 아버지로부터 '가난과 고전'이라는 선물을 물려받았다. 아버지의 유별난 고전사랑 덕분에 어려서부터 고전읽기를 즐겨했다.

돈이 궁했던 아버지는 인쇄소에서 일을  하며 포도주 세 병과 식초 한 병을 주고 <로마사 전집>을 구해올 정도로 고전을 중요시했다.


이러한 인문학 지식을 기반으로 29세에 외교부 제2서기장으로 공직에 진출한다. 개천에서 용이 난 것이다.



외교관이자 군사전문가로 14년간 종횡무진 유럽 전역을 누비며 용병대장 체사레 보르자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이탈리아 정벌에 함께 동행했고, 프랑스 샤를왕과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독대를 하는 등 최고권력자들을 곁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소데리니 정권이 붕괴되고 다시 메디치가문이 집권하자 공직에서 쫓겨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반 메디치가 음모설'에 연루되어 투옥된다. '날개꺾기'라는 모진 고문을 당하다 무혐의로 풀려나 피렌체 외곽 산탄드레아의 허름한 고향 농장 집으로 쫓겨나 가택연금에 처해진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한 국가의 외교와 국방을 쥐락펴락 했던 마키아벨리는  졸지에 백수가 된 것이다.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며 촌놈들과 가끔 집 근처 산으로 새를 잡으러 다니기도 하고, 선술집에서 잡담을 하다가도 저녁이 되면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고전을 읽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렇게 2년 정도 빈둥거리던 어느 날, 좁은 방구석에 여섯 아이가 우글대는 모습을 보면서 불현 듯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 단테Alighieri Dante<신곡>이 유배를 통해 태어났듯, 마키아벨리에게 가택연금이 없었다면 <군주론>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쓴 이유는 개인적인 처세국가적인 사명이라는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공직에 다시 복귀하기 위해서 화려한 미사여구는 물론이고 마음에도 없는 빈 말들을 섞어 권력자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 <군주론>은 마키아벨리의 철학과 사상이 오롯이 반영된 책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절망의 끝에서 다시 공직으로 복귀하겠다는 일념으로 쓴 일종의 자기소개서이자 입사지원서였던 셈이다. <군주론>을 쓰는 내내 아마도 그는 군주여, 나의 능력을 인정해 주십시오. 나를 재취업시키면 당신을 유능한 군주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라고 혼잣말을 했을 것이다.


국가적 사명으로는 당시 여러 개의 도시국가로 분열되어 외세에 휘둘리며 격동의 정점에 서 있던 조국을 강력한 누군가가 바로잡아 하나의 통일국가로 나아갔으면 하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래서 혼란스러운 조국,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를 하나로 통일시키기 위해 다소 비정하고 과격한 방법들을 제시했던 것이다. 최고권력자에게 <군주론>을 바쳐 공직재복귀를 위해 백방으로 뛰던 중 마침내 기회가 왔다. 친히 자필서명 해서 정중하게 <군주론>을 헌정했지만 최고권력자 로렌초 데 메디치는 사냥개 한 마리를 선물 받고 좋아하면서도 <군주론>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은 채 마지막 희망이 물거품이 되자 마키아벨리의 상심은 극에 달했고, 이를 계기로 공직 복귀의 꿈을 접고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군주론>의 출발은 정치지침서였다.

그러나 사회가 세분화되고 정치원리가 사회 여러 분야로 그 활동성을 넓혀나가면서 갈수록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군주론>의 유명세는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경영자를 위한 강연의 재료로, 직장인들의 처세술로, 여성들의 사회생활 지침서로, 그리고 현실정치를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비판적인 책으로 다양하게 애독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핵심은 강력한 리더십내지 철저한 현실주의같은 단순명료한 문구로 압축되어 말하기 쉽고 듣기 편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군주론>의 이력서는 화려하다. 뜬구름 잡는 평화운동, 도덕논리에 매몰된 비폭력 담론, 교과서가 가진 도덕주의의 허점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마키아벨리는 역사적 사례들을 들어 경고한다. 마키아벨리가 강조한 몇 구절을 인용해 본다.



도덕을 앞세우면 악인들에게 당한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세 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먼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마라. 친구가 토지 투자로 몇 억을 벌었다, 대학 동창이 재개발에 투자해 얼마를 벌었다와 같은 영웅담을 들어도 흔들리면 안 된다. 투자를 해놓고도 자꾸 누군가와 비교하면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자금력, 연봉, 성공담 등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자꾸 딴 생각이 들게 된다. 스스로 '난 투자할 능력이 안돼!'라고 생각하게 되고 더 나아가 의욕까지 상실된다. 그러면 다시 시작하기 어렵다. “너는 너의 전투를 하라! 나는 나의 전투를 할 것이다!”라는 말처럼 자신만의 철학으로 길게 봐야 한다. 조급해하거나 비교하는 순간 투자의 승부가 어긋난다.


그리고 투자비법을 지나치게 믿지 마라. 시중에는 투자철학이니, 투자정석이니, 투자비법이니 하는 책들로 넘쳐난다. 최소한의 투자에 대한 기본만 알면 된다. 이러한 투자비법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써먹은 방법이다. 결국 투자는 자신의 철학으로 자신을 믿고 결정해야 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자신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투자의 타이밍을 조절하라. 한 두 번의 성공을 믿고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마냥 앞만 보고 달려서는 안 된다. 자금사정도 따져보고 정부정책이나 시장상황 같은 외부요인들도 파악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파트에 투자해서 성공했다고 토지, 상가, 재개발 등 문어발식 투자는 금물이다. 개별 부동산마다 환경도 다르고 투자전략도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수들의 밥이 될 뿐이다.


'부동산큐레이터'는 현재 부산 '감만1구역재개발지역'에서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같은 주택이라도 '언제 매입하느냐'에 따라 가격은 많이 다르다. 구역지정 전에 투자한 사람, 조합이 설립되고 투자한 사람, 시공사가 선정 된 뒤에 투자한 사람은 매입 가격이 다르다. 재개발이 진행될수록 위험은 작아지지만 수익률도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재개발지역에 대한 투자는 위험과 수익률을 동시에 고려한다면 사업시행인가에서 관리처분시점까지 투자 타이밍을 잡는 것이 상식적이다.


또한 부동산을 파는 시점에 따라 투자 수익은 하늘과 땅 차이다. 따라서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샀을 경우에는 목표 수익률을 정해 언제쯤 팔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매입하는 것이 좋으며, 매입 후에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경제 상황, 부동산 시장 동향, 지역 동향 등에 관심을 가지면서 매도 시점을 잡아야 실패가 없다. 이는 비단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 펀드 등 모든 투자 상품에 적용되는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할 수가 있다.


그리고 ‘투자수익’ 보다는 ‘투자수익률’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 예를 들어 5억 원짜리 A아파트가 1년에 1억 원이 오르면 언론에서는 ‘A아파트 1억 원이나 상승!’ 하는 식으로 호들갑을 떨고, 이를 접한 일반 투자자들은 그것을 보며 ‘우리 집은 그대로인데!’라고 의아해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휩싸인다. 수익률은 20%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1억 원짜리 아파트가 4천만 원 오른 뉴스는 신문에 잘 나오지 않지만, 수익률은 무려 40%나 된다. 만약 이 사람이 5억 원이 있었다면 2억 원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 투자수익보다 투자수익률이 높은 곳, 저평가된 지역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상)'와 '어떻게 사는가(현실)'를 구별하라



군주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논의의 대부분은 너무 이상적인 윤리와 의무의 틀에 갇혀 현실을 도외시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인간이 어떻게 사는가?'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는 너무 다르기에 현실을 무시하고 도덕을 고집하는 군주는 권력을 잃기 쉽다.<군주론 15장>


특히나 부동산 시장은 이해관계가 복잡한 인간군상이 살을 부비는 정글의 법칙이 통용되는 곳이다. 겉으로는 미소를 보이지만 유유히 흐르는 강물의 밑바닥처럼 내면은 치열하다. 현실을 무시한 도덕이나 이상은 발붙이기가 쉽지 않다.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때로 냉정함을 넘어 피도 눈물도 없다는 비아냥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의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이고 패자에 의해 부정된다.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로 잘 알려진 로버트 기요사키Robert Kiyosak<부자들의 음모>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금융상식을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한다. “분산투자 하지 말고, 저축도 하지 말고, 보험도 들지 말라고 한다. 모두 부자들의 호주머니를 채우기 때문이다. 미국 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보고도 여전히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라고 부추기고, 부자들을 위한 허가난 도박장, 주식시장에서 지금이 주식을 살 적기라면서 끊임없이 꼬드긴다. 한 때 미국은 노예에게 교육을 금지했다.


우리나라 조선 시대에도 양반 외에는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따라서 부동산 공부는 각자가 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부동산이나 금융교육을 가르치지 않는다. 교육부 탓이라기보다는 부자들 때문이다. 목장은 부자들이 운영할 테니 대중들에게는 소나 키우라는 것이다. 유능한 경영자보다는 유능한 직원이 되라는 암묵적인 교육 환경이 지배하고 있다. 한 푼 두 푼 모아 은행에 저축하면 부자들, 기업들이 모두 가져간다. 그리고 수 조원에 달하는 대출금을 떼먹고 잠깐 감옥 갔다 오면 끝이다. 결국 부자들이 떼먹은 돈을 메꾸려면 또 가난한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야 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런 환경에 적응하는 게 먼저다. 세상은 도덕책처럼 반듯하지만은 않다. 다소 불공평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속 편하다. 불평불만으로 삿대질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부자는 개미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 결과물이다.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당장 돈이 없어도 부동산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고전, 인문학으로 돌아가라



<맹자>관어해자 난위수 유어성인지문자 난위언(觀於海者 難爲水 遊於聖人之門者 難爲言)”이란 명구가 있다. “바다를 본 사람은 감히 물을 말하지 못하고, 성인의 문하에서 공부한 사람은 학문에 대해 말하기 어려워한다.” 넓이가 다르고 깊이가 전혀 다른, 새로운 차원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늘 해왔던 방식, 늘 써먹던 전략, 늘 만났던 사람들의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개 인간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 근거 없는 도덕적 우월감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방식이나 전략에 냉혹한 평가를 내리지만 자신의 방식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자신이 보는 것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고정관념의 포로들이다.


개울에서 물장구치던 사람은 한강을 건널 수 없다. 강의 깊이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흔한 기법이나 전략과 같은 외형에 집착하는 리더는 인문학이나 사람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유능한 리더는 인문학자여야 한다. 인간에 대해 가장 깊이 생각하고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효율성, 전략, 재무제표와 같은 모든 경영활동 뒤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 사람이 미래고 사람만이 지속적 성과를 낼 수 있다. 부동산을 움직이는 것은 부동산이 아니라 사람이다.


금과옥조처럼 신성시하는 부동산 관련 통계는 스스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하고 산출된 답을 해석하는 데서 가치가 발현된다는 점이다. 기술이나 통계는 무결점의 시스템이 아니다. 충분히 편향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 따라서 기술과 통계의 결점을 보완하는데 사람의 분석과 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아가 데이터를 정교하게 활용하고 의미있게 적용하는 데도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접근하는 '사고'의 힘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러려면 다양한 생각과 다방면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인문학이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단순히 데이터만 쫓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데이터와 함께 반드시 인문학이 병행돼야 하며, 인문학의 가치가 충분히 인정돼야 데이터도 빛을 발한다. 부동산이 직면한 여러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면, 데이터뿐만 아니라 인간적 맥락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필요하다. 기술이나 데이터가 지금보다 좀 더 인류와의 공존을 위해,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그 중심에 인문학이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핵심 문제 해결력은 다양한 경험과 인문학적 시각을 통해서 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숫자와 기술에 인문학이 더해질 때 비로소 잠재력이 폭발한다.



군주는 법과 힘을 겸비해야 한다


군주는 두 가지 방법으로 싸워야 한다. 하나는 법에 의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힘에 의존하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은 인간에 어울리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짐승에게 어울리는 것이다. 그러나 전자만으로는 불충분한 경우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종종 후자에 의지해야 한다. 현명한 군주라면 짐승의 방법과 인간의 방법 둘 다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군주론 18장>


가장 이상적인 것은 우리 모두가 군주가 되는 것이다.

'군주'를 투자자로 바꾸어보면 이해하기 쉽다. 마키아벨리는 이와 관련하여 역사적 사례를 제시한다. 먼저 알렉산더Alexander(그리스,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던 마케도니아왕)는 정말 선량해서 그가 한 많은 일이 칭송을 받았다. 재위 14년 동안 재판 없이는 단 한 사람도 처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포상에만 의지하는 유약한 인물로 평가받아 백성으로부터 경멸을 받았고 군대가 모반을 일으켜 결국 피살되었다.

반면 로마의 황제였던 세베루스Flavius Valerius Severus는 반대의 경우다. 권위와 힘을 모두 가진 아주 잔인하고 탐욕스런 군주였다. 군인들을 만족하게 하려고 백성에게 갖은 비행을 저질렀지만,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통치할 수 있었다.


마키아벨리 조언의 핵심은 “군주는 자기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때에 따라 선하지 않은 힘을 획득해야 하며, 상황에 따라 언제 그것을 사용하고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는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는 생각을 한다.


부동산은 선과 악이 뒤섞인 혼란스런 시장이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옳고, 본인이 살고 있는 곳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특히 소위 '부자동네'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부촌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와 사회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상권이 변하듯 부촌도 시대와 환경에 따라 바뀌어 왔고 바뀌어 가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한 지역 내에서도 차별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부촌에 대한 부동산 흐름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늘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철저히 준비하면 위험도 피해간다





현명한 군주는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일만이 아니고 먼 장래에 있을 분쟁까지도 고려해야 하며, 모든 노력을 기울여 이에 대처해야 한다. 위험이란 소모성 열병처럼 미리 알면 쉽게 대책을 세울 수 있지만 코앞에 닥쳐올 때가지 그냥 보고만 있으면 그 병은 악화되어 불치병이 된다. 따라서 초기에 문제를 해결하여 병의 싹을 잘라버려야 한다. <군주론 3장>



중국 최초의 편년체 역사서인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거안사위 사측유비 유비무환(居安思危 思則有備 有備無患)”이라는 말이 있다. 그대로 풀이하면, 편안히 지낼 때에는 항상 위태로움을 생각하여야 하고, 위태로움을 생각하게 되면 항상 준비가 있어야 하며,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으면 근심과 재난이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준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인물이 있다. 강태공이다. 사가들은 강태공이 위수 강가에서 자그마치 70년 동안 낚싯대를 드리우고 큰 때를 준비하며 기다렸다고 한다.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그가 낚시를 한 건 맞다. 낚시를 하게 된 이유는 자발적이지 않았다. 백수로 전락하여 빈둥거리다 심심풀이 땅콩 삼아 동네 여자와 바람이 났다. 불륜이다.

바람도 피워 본 놈이 피우는 법, 단박에 마누라한테 딱 걸렸다. 간통죄가 없던 시절이라 감방에 처넣을 방법이 없자 화가 난 마누라는 몽둥이로 남편을 두들겨 팼다. 늙은 영감이 바람을 피웠다는 것도 그렇지만 몽둥이질을 한 마누라도 대단하다. 몽둥이엔 삼십육계 줄행랑이 최고다. 위수 강가로 도망쳤다. 이 무렵 마누라도 다른 영감과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다. 마누라의 몽둥이를 피해 강가에 낚싯대를 드리운 채 고기는 잡지 않고 주야장천 책만 읽었다.


그러다 우연히 지나던 주나라 문왕의 눈에 띄었다. 벼락출세한 것이다. 강태공이 문왕을 만나 출세했다는 소문을 듣고 바람나서 집 나갔던 마누라가 달려왔다. 강태공은 모른 척 무시했다. 영감의 통쾌한 복수로 두 사람의 관계는 끝이 났다. 서양의 악처가 프라이팬으로 소크라테스를 두들겨 팬 크산티페였다면 동양의 악처는 몽둥이로 강태공 두들겨 팬 그의 마누라다. 둘 다 마누라의 몽둥이가 출세의 지름길이 된 것이다. 어찌 됐건 인간은 힘들고 괴로워도 희망만 있으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강태공도 마누라 등살에 못 이겨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낚싯대를 드리웠지만 그 언젠가에 대한 희망만은 잃지 않은 채 책 읽기에 매진했기에 문왕의 눈에 띄었던 것이다. 계속하다보면 어느 순간 지식이 지혜로 폭발하고 기회가 온다. 임계점을 뛰어넘은 것이다. 99%의 사람들이 임계점을 목전에 두고 포기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잊지 말자.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 자가 강한 자다."라는 말은 여전히 효과 만점이다.

부동산 환경도 이 경구를 거스를 수 없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매일 도전받고 있는 것은 어느 분야든 대동소이하다. 옛 고전이 필요한 이유다. 세월이 지나도 세상살이의 본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손가락 하나로 아파트가 거래되는 첨단 시대다. 이제 아파트는 부동산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내구성 강한 공산품으로 인식하는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중시하는 기본 뿌리는 변하지 않고 있다. 기본 뿌리를 바탕으로 조금씩 내공을 쌓아가자. 박노해의 시처럼.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나빠지고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좋아질 뿐

사람은 하루 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세상도 하루 아침에좋아지지 않는다

모든 것은 조금씩 조금씩 변함없이 변해간다.


어찌된 일인가?

부동산 짬밥이 늘어날수록 공자보다 마키아벨리에게 더 끌린다.

부동산 밥그릇이 많아지고 경험치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첫 발을 들여놓는 새내기들도 공통적으로 겪는 통과의례일지 모른다. 전쟁터에서 가장 많이 죽는 계급은 신임 소위라고 한다. 사관학교에서 배운 것을 곧이곧대로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도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만 하려다보면 돌부리에 걸려 자주 넘어지기 일쑤다. 부동산 교과서가 정작 부동산 현장에서 딱딱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협력과 참여를 외치지만 인간 군상이 살을 부비는 곳에서 이른바 '냄비속의 게' 같은 증상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게 한 마리를 냄비에 넣고 삶을 때는 뚜껑을 닫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게는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며 유유히 탈출한다. 그러나 여러 마리를 삶을 때는 뚜껑을 덮을 필요가 없다. 게들은 절대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용감한 게 한 마리가 냄비 위쪽으로 기어 올라가 탈출하려고 하면, 잽싸게 다른 게들이 힘을 합쳐 탈출하려는 게의 뒷다리를 물고 늘어져 다시 냄비 속으로 끌어들인다. 같이 죽는 물귀신 작전이다. 게를 어리섞다고 코웃음 칠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몇 년 간 마키아벨리에 빠져 지내다 1년 전 <마키아벨리처럼 출근하고 공자처럼 퇴근하라>는 마키아벨리 군주론 관련 책을 출간한 바 있다. '부동산 일을 하면서 무슨 군주론이냐, 뜬금 없다'는 주위 반응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고전은 고전이 아닌 현전(現典)이다. '고전에서 배우지 못하고 연도만 외우기 때문에 같은 역사가 반복된다' 말도 있지만, 그래도 역사는 시나브로 진화되고 있다. 

부동산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아우르는, 한 사회를 대별하는 종합 학문이다. 정부대책은 시도 때도 없이 바뀌고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피해를 보는 것은 십중팔구 서민들이다. 주택보급률은 103%를 넘었지만 집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전세집에 의존하고 있다. 공공성을 등한시한 채 지나치게 민간에 의존한 결과다.


혹자는 일본의 인구절벽에 따른 집값 폭락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 우리나라는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의견도 많다. 2030년까지는 꾸준히 지금 수준의 집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 천 명당 주택보유율'은 선진국의 400호에 한참 못미치는 360호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란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각종 통계를 보면 한 마디로 어지럽다. 딱 떨어지는 결론이 없다. 어쩌면 이러한 불확실성이 부동산 투자의 매력인지도 모른다. 이제 수학공식처럼 딱딱 들어맞는 곳에 이익은 없다. 불학실성이 많다는 의미는 종합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위치, 교통, 가격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것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군주론>은 오래된 서양 고전이지만 오늘날 우리의 정치, 경영, 인간관계 등 사회 현실에 놀랍도록 들어맞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그만큼 인간은 변화가 더디다는, 도덕이라는 가면의 두께만 두꺼워지고 다양해졌을 뿐 그 근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반증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군주론에서 말하는 잔인함이나 비도덕은 물리적인 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군주론은 복잡한 기만술이 아닌 간단명료한 방법론이다. 변화구가 아닌 직구다. 투수에게는 직구가 가장 강력한 무기다.


도덕보다는 밥을, 이상보다는 현실을 추구하는 실용주의 철학이다. 이론도 중요하지만 '현장'이라는 기본을 무시한 탁상적 투자비법은 갈수록 발 붙일 곳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