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읽다/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

14. 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공유지의 비극'은 인간의 이기심 때문이다

김부현(김중순) 2019. 2. 15. 10:06

예전에는 주말이나 휴일이 더 바빴던 부동산 사무실이 조금은 한산해졌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6차례에 걸쳐 행해진 주택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 탓이 크다. 그러나 정부 규제는 주택에 집중되다보니 상가, 토지 등 다른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 풍선효과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효과는 3개월을 못간다."는 말은 부동산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부동산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부동산 그 너머의 사람을 생각하는 것, 지표 너머의 군중심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철학은 결국 사람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상대의 감정을 잘 살피는 것이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던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이 지배하던 산업화 시대에는 조직에서 감정이라는 말은 천대시 되었다. 지시와 통제 그리고 명령으로 충분했다. 충성과 복종만이 살아남는 비결로 각광받았다. 소위 ‘들은 감정을 억누르고 잘 감추어야 하는 숙명 같은 능력(?)을 갖추어야 승승장구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상대를 배려하고 감정을 살피고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 능력인 시대다. 직원들의 감정을 잘 살피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없는 리더는 설 자리가 없다. 그런데도 산업화식 마인드를 가진 소위 '얼빠진 리더', '철학 없는 리더'들은 여전히 지시와 명령, 복종을 강요한다. 이른바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산업화식 리더십의 전형이다. 직원을 배려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이 없는 회사는 아무리 이익이 많이 나도 망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철학이 없는 기업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철학의 빈곤은 결국 인간을 '경제적인 부분'에만 올인하게 만든다.


바나나 100개를 두 마리의 원숭이에게 주면 바나나 때문에 서로 다투지는 않는다. 그러나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다르다. 100억 원을 가진다해도 만족하지 못한다. 1,000억 원을 가진 부자가 부럽기 때문이다. 1,000억 원을 손에 쥐어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1조 원을 가진 재벌에 비하면 자신은 턱없이 초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1,000억 원이나 1조 원이나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결코 경쟁을 멈추지 않는다. 물욕을 채울수록 더 큰 물욕을 원한다. 안타깝지만 더 많이 갖고 더 높은 지위를 얻는다해서 반드시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까지 얻는다는 보장이 없다. 물욕이 커지는 만큼 질투의 대상이 되어가고 주변에는 덕을 보려고 달려드는 불나방뿐이다. 암튼 인간의 물욕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 부동산이다.  수천 억원의 부동산을 가져도 더 높은, 더 비싼 빌딩을 원한다. 갈수록 더 고독하고 우울하고 불안해진다. 우울과 불안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약이 아니라 관심과 사랑이다. 철학의 다른 말이다.


빌딩의 높이만큼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건 아니다. 하버드 대학교 총장이었던 데릭 보크는 국민소득 15,000 달러일 때까지는 그렇다. 하지만 그 이상 수입이 늘면 행복은 경제력과 별 상관이 없다.”고 했다. 어린 아이에게는 돈보다 엄마가 중요하다.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지만 행복지수는 가장 높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부탄은 국가가 나서서 국민총생산보다 국민행복지수를 더 중요시하는 정책을 펼친 결과다. 철학의 부재는 만족과 행복감을 앗아가버린다. 마당에 직접 잔디를 깔고 담장을 고치는 소소한 행복을 잃어버리게 했다.

 

철학이 가장 필요한 곳은 학교다. 모든 학생이 대학 입시에 성공해서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에 다 입학할 수는 없다. 정원은 정해져 있다. 작금의 고등학교는 모든 학생들이 명문대에 진학할 것처럼 공부를 시키는 듯 하다. 꼴찌부터 일등까지 예외 없이 강제적인 교육을 시킨다. 학교문을 나서면 국영수, 심화, 보충으로 이어진다. 학생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오직 신기루 같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혹사하고 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일상의 연속이다. 모든 학생이 똑같은 미래를 살 수 없지만 '현재'는 천편일률적이다. 대학을 대별하던 '상아탑'이 무너지고 있다. 주요 대학들에서조차  '문사철' 관련 학과가 통폐합 되거나 없어지고 있다.


회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전히 일찍 출근하고 늦게까지 일할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 모든 게 과학적 관리법을 창안한 미국 경영학자 프레더릭 테일러 탓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는 작업자의 모든 동작을 쪼개어 얼마나 빨리 수행할 수 있는가하는 테크닉에 초점을 맞추었다. 산업화 시대에서는 생산성 향상의 일등공신이기도 했다. 그는 이런 황당한 말도 했다. “노동자들을 위해서라도 너무 빨리 부자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여가시간을 주고 급여를 많이 주면 게을러지기 때문이란다. 돈과 시간을 관리할 능력이 부족해서란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과 존 로크는 부동산에 대한 논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땅이 누구의 것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다. 나 자신이 땀 흘려 노력해 얻은 성과물을 내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땅은 원래부터 있던 것일 뿐, 인간의 노력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공기를 내 것과 네 것으로 가리는 일이 황당하듯 땅을 둘러싼 다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사실 땅이 개인의 소유가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나라들이 땅은 국가의 것으로 하고 있다. 북한이나 중국에서는 땅은 개인의 것이 될 수 없다. ‘토지공개념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은 했지만 저변의 생각은 같다.

얼마 전, 정부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으려하자 일부에서 공산주의 하자는 거냐!’며 난리를 피우기도 했다. 하지만 갈수록 토지공개념은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유재산을 헌법 가치로 내세우는 자본주의에서도 땅에 대한 국가의 적절한 개입은 한층 강화되어야 하고 강화될 것이다. 개인의 탐욕을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다. 인간은 스스로 절제할 줄 모른다. 절제하는 척(?) 연기를 할 뿐이다. 도덕적인 척(?) 위장할 뿐이다. 굳이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하는 책을 보라. 스스로 절제가 가능하다면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고 불러야 한다. 일찍이 칼 마르크스는 세상에는 결국 힘센 기업 몇 개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현실화되고 있는 듯하다. 그는 모두가 평등하며 필요한 만큼 쓰고 능력만큼 일하는 사회를 꿈꾸었는데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 땅이 왜 개인의 소유가 된 것일까? 인간의 얄팍한 이기심 때문이다.

개인의 땅은 남들이 함부로 하지 못한다. 주인은 땅을 잘 가꾸어 요긴하게 쓸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같이 쓰는 땅이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소유가 불분명해서 무엇을 하려 해도 다툼이 생길 것이다. 왜 당신 혼자만 쓰려고 하느냐면서 말이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공유지의 비극이다. 소유가 불분명한 부동산들은 대부분 관리가 잘 되지 않아 거칠고 황폐한 모습으로 바뀐다. 부동산은 소유주가 분명해야 제대로 관리되고 이용된다.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성장할수록 땅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도시도 부동산 급등에 따른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철학자 에릭 호퍼는 이런 말을 남겼다.

큰 도시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끈끈함이 생기기 어렵다. 너무 많은 사람과 마주치다보니 인간관계는 늘 데면데면하다. 반면 너무 작은 시골은 개성을 드러내며 살기가 어렵다. 조금만 별다른 행동을 해도 금방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각자 개성 있는 삶을 살아가면서 인간적 만남이 가능한 곳은 소도시다. 창의적 인물은 대개 소도시에서 나온다. 마음이 편해야 개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고 새로운 생각도 샘솟는다.” 창의적 천재들의 도시 예루살렘, 아테네 등이 대표적이다.


하루 삽질을 하면 일당 5만 원을 받는 노동이 있다.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위해삽질을 할 때와, “목구멍이 포도청이어서 삽질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이 철학을 하는, 해야 하는 이유다.


칸트는 '공인'일 때와 '자유인'일 때를 칼같이 구분했다. 예컨대 군인은 나라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 이때 자신의 본분은 군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 시간에는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펼쳐도 된다. 이때 그는 이성을 갖춘 인간이기 때문이다. 진리탐구의 대명사 소크라테스는 "철학은 놀라움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놀라움이 없으면 의문이 생기지 않고 의문이 없으면 정신활동도 필요가 없다. 정신활동이 없으면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없고, 철학적 사고를 하지 못하면 사고의 전환이 없다. 사고의 전환이 없다면 결국 삶에도 변화가 없다.


부동산도 일견 그렇다. 부동산 일을 5년 정도만 하면 열정도 호기심도 사라지고 타성에 젖게 된다. 소위 '좀 안다', '다 안다'라는 근거없는 병에 걸린다. 물론 경험은 소중하지만 아집과 독선으로 빠지는 것을 늘 경계해야 한다. '직장 생활의 반만 하면 부동산으로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부동산 시장의 변화에 대해 공부하기보다는 모래성에 불과한 자신의 경험만을 믿는다. 역설적이게도 경험을 하면 할수록 부동산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경험은 소중하지만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경험이 아차하면 장애물이 될수 있다는 점을 늘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