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읽다/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

11. 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부동산 시장은 찌그러진 깡통이다

김부현(김중순) 2019. 1. 18. 10:29

부동산 시장은 찌그러진 깡통이다

 

부동산은 경제는 물론, 사회현상 문화, 금융, 가치관 등을 아우르는 종합선물세트다.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세상은 투명해지고 정의로워지고 있지만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희뿌연 안개속이다. 투기세력들이 시장을 왜곡하고 정부정책은 애꿎은 서민중산층들을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쌈짓돈 모아 레버리지 대출을 활용하여 일어서보려는 서민들에게 차렷 자세를 강요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라고 해봐야 결국 대출옥죄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문제를 만들어낸 시스템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법인데 정부정책은 재탕, 삼탕이다. 과거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은 소방관, 경찰관이었지만 요즘은 빌딩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 탓할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본대로 들은 대로 말한다.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는 세간의 인식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8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100억 원 이상 자산가의 총 자산에서 빌딩·상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39.3%였으며, 50억 원에서 100억 원 사이는 25.5%, 30억원에서 50억 원 사이는 17.3%로 조사되었다. 이는 총자산이 많은 부자 일수록 빌딩이나 상가 등 건물을 많이 보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부자들의 건물 사랑이 그대로 증명된 셈이다. 자산이 많은 자산가 일수록 빌딩·상가 등 건물 투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투자 억제 정책에도 불구 오히려 한국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은 1년 새 크게 불어나는 반면, 집 없는 서민들의 전세대출은 크게 증가하는 등 사회적인 모순도 그대로 드러났다. 부동산에서 태어나 부동산에서 살다가 부동산으로 가는 게 인생이니 인간의 부동산 사랑을 지나치게 폄훼할 필요는 없다.


작금의 부동산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찌그러진 깡통이 되어버렸다. 죽기 살기로 공부해도 부동산 부자가 될 확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게임 룰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으로 돈을 번 소위 부자들은 부동산시장을 깡통처럼 찌그러트려 서민들이 발을 못붙이게 해버렸다. 시장의 공정한 심판자이자 감시자가 되어야 하는 정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규제정책들을 남발하지만 다주택자, 건설사 등 부동산 시장의 기득권층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투자시장을 주무르고 있는 유명 애널리스트들도 마찬가지다. 철지난 통계를 근거로 그들의 이익이 되는 쪽으로 가공해서 정보를 재생산하고 있다. 주식시장 전문가들 역시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같은 차트를 들고 전문가 행세를 하며 자신의 이익에 통계를 들먹인다. 오죽했으면 주식관련 보고서의 90% 이상은 친기업적인 시각에서 배출된 자료라고 하겠는가. 그들이 추천하는 종목을 벌떼처럼 달려가 산 개미들은 하룻밤만 지나면 주가가 폭락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시장 감시자의 역할을 하는 최후의 보루, 언론도 별다른 게 없어 보인다. 광고를 무기삼아 횡포를 부리는 건설사의 손아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이해관계자들은 가진 자’, ‘가진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기 때문에 애꿎은 서민중산층들만 죽을 맛이다. 레버리지를 이용해 부동산에 투자해보려는 작은 희망을 마치 투기세력인 마냥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 이들은 투기세력이 될 수도 없다. 진짜 투기세력은 은행 돈은 거덜떠 보지도 않는다. 은행 대출받아 부동산 투자할 정도가 아니라 장롱속에 쌓아둔 돈으로 투자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