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SKY캐슬’은 부동산공화국의 자화상이다
“한때 자발적인 근로의욕과 창의력, 높은 저축률, 뜨거운 교육열과 학습열, 모험적인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사람들이 땀 흘리고 절제하며 노동하고 기업을 일구고 자식을 공부시키며 공평한 경제성장을 이끌었는데, 이들은 다 어디가고 생산적 투자에는 관심 없이 비업무용 땅 사재기에 열을 올리는 기업, 대출받아서 갭 투자를 하는데 관심과 정력을 쏟는 회사원, 부동산특강 강사를 따라 ‘아파트 사냥 투어’에 나서는 주부, 건물주가 꿈인 중학생이 우리 사회의 상징처럼 떠올랐을까?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대구카톨릭대학교 전강수 교수의 <부동산공화국 경제사>라는 책 서문의 일부이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진보와 빈곤>의 저자 헨리 조지의 사상을 연구하는 학자답게 부동산문제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경제사를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한마디로 우리나라를 ‘불로소득의 나라, 정직한 사람들이 실패한 역사’라고 일갈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토지자산 가치는 4배 정도이다. 한국의 토지 전체를 팔면 GDP의 4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OECD 국가 중 토지자산 통계를 제공하는 주요 11개국 중 1위다. 호주가 3배, 일본은 2.5배 정도이다. 초등학생조차 장래희망이 건물주라 할 정도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대물림되면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를 보면서,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SKY캐슬’ 드라마와 오버랩된다.
스카이캐슬은 교육문제이기 이전에 부동산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성 강한 스토리와 파격적인 전개로 20부작 최종회 시청률이 23.8%로 역대 비지상파 최고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웠다. 0.1% 최상위층 학부모들의 입시전쟁을 그린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자녀를 키우는 모든 부모들의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부동산공화국이라는 비정상적인 뿌리가 없었다면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수 억 원을 들여 아이를 입시코디네이터에 맡기고 명문대학을 위해 학종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부동산 투자를 가장한 투기가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 스카이캐슬은 우리나라 대학입시의 자화상이자 부동산문제의 표상이다.
"그래, 우주보다 내 딸 생각해서 경찰서 갔어. 그게 왜 나빠?
내 새끼 우선하는 게 왜 나빠? 자식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게 엄마야."
어쩌면 한서진의 이 대사에 '세상의 모든 엄마'에 대한 면죄부가 깔려 있을지 모른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그 후유증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드라마의 결말을 두고도 말이 많다. 과연 방영 내내 호평을 받았던 작가는 어떤 생각으로 권선징악이라는 결론을 생각했을까. 왜 시청자들은 비지상파 최고의 시청률이라는 기록을 안겨주고도 최악의 결말이란 혹평을 쏟아내고 있는 것일까. 심지어 마지막 회를 좀 더 층격적이고 스릴 넘치는 결말로 재촬영하라는 요구가 청와대국민청원에도 등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부 시청자들은 본래의 목적이었던 입시비판이라도 제대로 했는지 반문하면서 오히려 드라마를 통해 입시코디라는 걸 알게 된 뒤로 자신의 아이도 코디에 맡겨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결국 소문이 현실이 된 것 아니냐는 불만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문제제기는 해놓고 결론은 문제가 없다는 식이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기자회견을 열어 “스카이캐슬은 학종의 민낯과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드라마”라며 “부모의 능력에 따라 대학 수준과 당락이 결정되는 학종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종은 사실상 학벌세습의 도구”라며 “부모의 돈과 정보력, 인맥을 활용해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는 것은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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