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돈’이라는 사상이 자본주의를 지배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더 확고한 명제로 자라잡고 있다. 국적을 불문하고 화폐가 발명되기 전부터 인간의 소유욕은 멈추지 않았다. 한 심리학자는 “인간의 욕망 중심에는 소유가 있다”고 했다. 모든 것을 '내 것'으로 소유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유욕은 죽기전에는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인간의 돈에 대한 집착은 본능인지 모른다. 정신의학자 빅토르 프랑클이 쓴 <삶의 물음에 ’예’라고 대답하라>라는 책에 나오는 일화다.
저자가 병원 진료실에서 만난 한 환자는 사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 자살을 결심한 적이 있다고 한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시외로 나가서 권총으로 머리를 쏘는 방법을 택했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을 정도로 늦은 시간이라서 택시를 잡기로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택시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을 마감하려는 판에 웬 돈 걱정인가 싶지만 사실이다.
커다란 재산도 아니고 택시비 몇 푼에 죽음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는 허망하고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그러니 돈은 목숨보다 더 강인한 생명력으로 지속되는 힘이 있다. 하지만 돈으로 점철된 지구가 위험하다. 지난 170년 동안 미국 탠지어섬의 66%가 해수면 아래로 잠겼다. 100년 후엔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바다에 잠겨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고 연이어 경고하고 있다. 특히 올해 지구촌 빙하 지역의 최후 보루라는 남극 대륙뿐 아니라 그린란드 빙하의 유실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졌다고 한다. ‘이젠 인류가 무엇인가 하기엔 너무 늦었을 수 있다’는 최후 통첩성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빙하를 본 적 없는 우리에게도 이제 먼 나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과학자들은 우리나라도 100년 후에는 서울 면적의 약1.6배가 바닷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한반도의 해안 마을이 대부분 사라진다는 의미다. 특히 항구 도시인 부산은 해수면이 1미터 상승할 경우 해수욕장이나 항만시설, 산업공단 등이 모두 침수 위험에 처하게 된다. 태풍으로 인한 높은 파도로 부산를 배경으로 한 재난영화 <해운대>가 실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름다운 바닷가를 끼고 있는 초고층 빌딩들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걸까.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달을 분양하는 회사가 있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약38만 킬로미터, 걸어가면 11년, 기차를 타면 79일 정도 걸리는 거리다. 달을 분양하는 회사는 '달나라대사관'이다. 본사(www.lunarembassy.com 루나엠버시)는 미국이지만 우리나라에도 ‘루나엠버시코리아’(www.lunarembassykorea.co.kr)라는 지사가 설립되어 있다. 해당 사이트에 가보면 먼저 달나라 땅 분양광고 문구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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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1980년 달 토지 소유권에 대한 법적 근거가 주장될 수 있음을 보장받기 위해 루나엠버시의 데니스 호프(Mr.Dennis M.Hope) 사장은 미국과 소련 정부뿐 아니라 UN에 소유권을 제기하여 탄생한 회사다. 1980년 이후로 달나라 토지 판매는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 약600만 명이 달 토지를 분양받았는데, 그중에는 3명의 미국 전직 대통령, 15명의 주요 배우들 그리고 의사, 변호사, 우주에 관심이 많은 학생, 택시운전사, 경찰, 30명의 NASA 직원들과 같은 개인뿐만 아니라 굴지의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프웨이’를 비롯한 1,300여개 기업들도 있다. 놀라지 마시라. 우리나라 사람들 9,600명 정도가 구입했으며, HOT의 장우혁도 구입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분양가격은 1에이커(약1,200평)당 한화 약3만 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더 나아가 이 회사는 달 뿐만 아니라 화성과 목성 등 태양계에 있는 다른 행성들의 땅도 취급하고 있다. 화성은 달보다 저렴해서 2,400평 정도를 22,00원에 살 수 있다. 구입자에는 공통적으로 딱 한 가지 요구 조건이 있는데, 새로운 땅에서 기존의 생명체들과 마찰 없이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속도 가능하다고 한다. 실제 토지 증서 이외에 부여받은 고유번호는 자신이 구매한 달 토지 소유권을 증명해 준다. 또한 달나라 부동산은 지금은 꿈같은 이야기지만 미래 세대에 가치 있는 투자로 현실화될 수도 있다. 아직까지 우리는 달에 살 수 없고 지속적으로 그 곳에 거주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우리가 태양계 내의 많은 행성과 달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몇 백 년 후에 달에 커다란 거주지가 생기는 것은 꽤나 현실적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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