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읽다/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

20. 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 : 허수경의 시 <골목길>

김부현(김중순) 2019. 3. 8. 09:37

골목길/허수경 

                   

ㅡ→  따라가다가 막다른 곳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나오는 퉁 불거진  사내를 만나거나

하얀 모시를 처맨 다 시어 빠진 여편네를 만났다                     

삶에게  묻는다 그런 것이냐

                     

보양의 탕 속에서 녹작지근해지거나 혹은                      

천기누설의 값을 치르고 몇 가지 길흉을 얻어내는 게 너냐?

어쩌자고 고여 있는 것들은 뚱둥해지거나 비썩 마르게 되는가?

                      

마음에게 묻는다 그런 것이냐                      

그 골목길 쓰레기통  옆에서 쥐껍데기 사라진 몸은 이빨 자국만 남긴다

버려진 욕망 같은 저 수박 껍데기

 

ㅡ→ 따라가다가 막다른 곳에서

두 다리를 오므리고 소리죽여 오줌누는 계집애를 만난다

오줌 줄기가 내어놓은 ㅡ→ 의 아련함, 무심함으로 슈퍼 라디오는 노래한다

라디오는 흐른다

                      

그런 것이냐,

견딜 수 없는 저열과 함께  ㅡ→ 쭉 따라 가는  게 너냐

그런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