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읽다/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

23. 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부동산투자에서 최악은 머뭇거리는 것이다

김부현(김중순) 2019. 3. 30. 11:14

부동산투자에서 최악은 머뭇거리는 것이다

   

허기지고 지친 당나귀 한 마리가 있었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른 당나귀 앞에 물 한 동이와 건초더미가 놓여졌다.

목마름과 배고픔이 당나귀를 괴롭히고 있었다.

당나귀는 물을 먼저 먹을까, 건초를 먼저 먹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계속 고민만하다 결국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죽는다.

 

물과 건초, 둘 다 그토록 원하던 것이었는데 왜 그랬을까. 결국 정도가 같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즉 물을 마시고 싶은 정도와 배가 고픈 정도가 같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프랑스 철학자 장 뷔리당(Jean Buridan)이 말하는 당나귀 우화이다황당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도 종종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정을 못하는 의사결정 장애를 겪고 있다. 짬뽕을 먹을 것인가, 자장면을 먹을 것인가에서 부터 일을 할 때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가,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할 것인가를 두고도 고민이다. 부동산에 투자할 것인가, 주식에 투자할 것인가 또는 아파트에 투자할 것인가 재개발구역에 투자할 것인가를 두고도 고민의 연속이다.


완벽한 준비보다 어설픈 행동이 낫다는 말은 투자에도 적용된다. 부동산투자 경험이 적을수록 완벽하게 준비해서 투자하려고 한다. 십중팔구 물과 건초를 두고 고민하는 당나귀처럼 고민만하다 결국 투자를 하지 못한다. 그리고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죄다 투기꾼으로, 사기꾼으로 몰고 헬부동산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시장이 미치면 같이 미쳐야 하고, 시장이 투기꾼화되어 가면 같이 투기꾼화 되어야 한다.


-부산시 개금역 일원


때마침 청와대 대변인이 서울 어느 재개발구역 상가를 매입해 '부동산투기'가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다 하루 만에 청와대를 떠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집값잡기 전쟁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작 본인은 몰랐고 아내가 한 일이었다는 어줍잖은 해명을 했지만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아무튼 재개발투자가 유망투자처라는 사실을 대별해 주는 듯하다. 재개발구역 상가를 매입하면 아파트나 상가를 선택해서 입주권을 받을 수 있고,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상가와 아파트를 동시에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파트 두 채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분양가 차익과 엄청난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 그래서 재개발투자를 도랑 치고 가재 잡는 1타 쌍피의 투자라고 하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곡소리를 내고 있지만 최근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발표(2018)를 보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대상 1,873명 중 70%가 재산이 증가했다. 평균 재산은 129000만 원이었으며, 10~20억원을 보유한 공직자가 481명으로 가장 많은 25.7%를 차지했다. 이들의 재산 증감의 일등 공신은 뭐니뭐니 해도 부동산이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대출규제를 통한 집값잡기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다주택자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결국 요란한 변죽만 울린 채 다주택자들의 판정승으로 결론 날 것이다. 정부의 목조르기에 다주택자들이 버티는 형국이다. 그도그럴것이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의 약70%가 다주택자들이다보니 실효성없는 보여주기식 재탕, 삼탕 정책에 불과하다. 그런데다가 우리나라 다주택자(2017) 상위 10명이 보유한 주택 수만 무려 3,756채나 된다.이를 상위 100명으로 확대할 경우 총 주택보유 수는 14,663, 상위 1%로 확대할 경우 14만 명이 보유한 주택은 총 944,382채로 1인당 6.7채를 보유한 셈이다. 공시가격기준으로 무려 2027,085억 원이다. 과연 정부가 다주택자들의 뜻을 거스를 용기가 있겠는가? 머지 않아 다주택자들의 KO승으로 끝날 것이다.


사실, 대다수 개미들은 부동산 투자를 할 여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종잣 돈이 있어도 투자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투자=투기꾼'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다. 그렇게 배웠다. 알게 모르게 부자들이 그렇게 학습을 시킨 탓이 크다. 부동산투자는 부자들이 할 테니 개미들은 안전한 은행에 적금이나 들라는 것이다. 피땀 흘려 은행에 저축한 개미들의 돈은 대기업이나 부자들이 대출받아 가져간다. 그들이 갚지 못하면 국민세금으로 메꿔주고 몇 년 감옥 갔다 오면 그만이다. 이 같은 일은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 잘 알려진 로버트 기요사키는 <부자들의 음모>에서 은행에 적금을 들지 말라고 했다.


실제 정부는 다주택자들의 대출을 옥죄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하고 있지만 다주택자나 부자들이 오히려 대출을 더 많이 받고 있다.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평균 부채는 7,500만 원 정도로 1년 전보다 6.1% 상승했는데 그 중 소득 상위 20%의 부채는 8.8%로 부자들이 더 대출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피해를 보는 사람은 다주택자들이 아니라 애꿎은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이다.

 

당나귀 한 마리가 물이 없는 깊은 우물에 빠졌다.

주인은 자신보다 무거운 당나귀를 건져 올릴 방법이 없었다.

주위 사람들이 말했다.

"우물도 말라버렸고 저 당나귀도 이제 늙었으니 그냥 파묻어 버리자."

주인은 당나귀가 아까웠지만 주의 사람들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결국 흙을 떠다 우물을 메꾸기 시작했다.

흙을 떨굴 때마다 당나귀의 울음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얼마가 지났을까.

당나귀 울음소리가 멈춰버렸다.

모두들 당나귀가 흙에 파묻혀 죽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하고 우물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당나귀가 멀쩡하게 서서 우물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당나귀는 자기 몸 위로 쏟아진 흙덩이를 털어가며 그것을 밟고 올라선 것이다. 그래서 자기 발밑에 쌓이는 흙더미를 타고 조금씩 조금씩 우물 위로 올라왔던 것이다. 당나귀는 자신을 묻어버리기 위해 사람들이 던진 흙을 이용해서 우물을 탈출했다.  


부자나 투자전문가들은 진짜 투자노하우를 쉽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가르쳐주기는커녕 훼방이라도 놓지 않으면 감지덕지다. 개미들의 돈으로 부자가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회만 되면 개미들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려고 한다. 자신을 죽이기 위해 흙을 퍼부은 사람들을 이용해 우물에서 탈출한 당나귀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니 돈도 빽도 알짜 정보도 없는 사람이라면 부자들 손가락질 할 시간에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우선이다. 모두들 입만 열면 위기라고 한다. 특히 개미들은 죽을 맛이다. 규제일변도의 정책 탓이 크지만 무슨으로 돌리자면 한도 끝도 없다. 정부 탓, 금리 탓, 대출규제 탓....


하지만 돌이켜 보라. 부동산시장이 과연 평안했던 시기가 있었던가. 과연 좋기만 했던 시기가 있었던가. 좋은 시절이 있었다면 그 때는 돈을 벌었는가. 개미들에겐 늘 위기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준비하지 않는 사람에겐 늘 그날이 그날일 뿐이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것이다. 진짜 위기는 위기인데도 ‘~만 하고 있는 경우다. 부동산투자의 첫 걸음은 공부다. 하지만 그 공부는 모죽毛竹이라는 대나무가 성장하는 것과 같은 지난한 과정이다. 모죽은 심은 지 4년 동안은 아무리 물을 주고 정성을 다해도 큰 변화가 없다가 4년이 지나면 하루 30cm, 쉬지 않고 성장해서 나중에는 30m까지 자란다. 4년 내내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뿌리를 뻗어 기초를 튼튼히 다졌던 것이다.


책을 읽을 때도 당장 결과를 바라기보다는 임계점을 넘겨야 한다. ‘책만 읽으면 되냐!’. ‘된다!’부자들, 성공자들, CEO들 및 역사가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들의 고급자동차 이면에는 엄청난 독서량이 깔려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한 권을 읽더라도 건성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 목숨 걸고 읽어야 한다. 눈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체득해야 한다. 시간이 나서 읽을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읽어야 한다. 인생을 마라톤으로 보면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시간을 내서 읽는 것과 시간이 나서 읽는 것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강의를 듣더라도 퇴근 후 피곤한 정신으로 들을 것이 아니라 그 강의에 오롯이 젖어들어야 한다. 일하다 지쳐 졸거나 휴식하는 마음으로 받는 교육은 그야말로 교육을 위한 교육일 뿐이다. 따라서 무료교육은 가급적 받지 않는 것이 좋다. 무료교육이라고 해서 강사의 자질이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 자세 때문이다. 1천만 원, 2천만 원 하는 부동산 강의를 듣기 위해 해외를 오가는 사람들, 특급호텔에서 매일 아침 수십만 원 하는 조찬을 겸한 부동산 강의를 듣는 사람들, 그들은 설렁설렁 강의를 듣지 않는다. 개미들은 꿈도 꿀 수 없다.


솔직히 부자들은 부동산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 입지가 어떠니, 정부 정책이 어떠니, 금리가 어떠니 하는 골치 아픈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 전문가에게 컨설팅 비용을 듬뿍 쥐어주고 골프치고 해외여행 가면 된다. 돈으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뿐이다. 직접 현장을 다니면서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다. ‘시간이 없어서라는 말을 하고 싶다면 부동산과 담을 쌓는 편이 좋다. 누구나 시간이 없다. 시간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공부가 안되어 있으면 얕아진다. 얕음은 결국 요행수를 부르고, 요행수는 본질을 놓치게 만든다. 본질을 놓치면 화려한 껍데기에 열광한다. 화려한 언변과 언론플레이로 무장한 전문가의 탈을 쓴 껍데기에 열광하게 된다. 껍데기가 화려하다고 오래가지 못한다. 묻지마 투자로 운 좋게 한두 번 성공할지 모르지만 결국 껍데기는 껍데기일 뿐이다. 부동산 공부는 돈을 벌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우선은 가진 종잣 돈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전세 살면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몰라 평생 모은 돈을 날린다는 게 말이 되는가. 재개발에 투자했다가 입주권을 못 받는다는 게 이해가 되는가. 부동산은 여전히 자본주의적 삶에 유용한 도구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