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완공된 부산 최초의 시민아파트인 영주시민아파트는 37개동 888가구였으나 1969년 인근에 300가구가 추가로 들어섰다. 대단지였던 영주시민아파트는 부산광역시 중구 영주동 73-1 일원에 위치한 ‘부산 주택정책의 상징’으로 불린다. 시민아파트는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관련이 있다. 정부가 1968년 12월 발표한 아파트 공급 대책은 1971년까지 2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대규모 국책과제였다. 2천 동을 목표로 국민의 주거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러나 빨리빨리 문화가 단기간에 기계처럼 찍어내는 아파트 공사에도 영향을 미쳐 멀쩡한 아파트가 탄생할 리 만무했다. 부실공사에 시공사와 공무원까지 비리에 가담하여 비리백화점이 된 것이다.
각 세대 당 전용 면적은 37.55㎡ 다. 요즘은 1인 거주자가 많아 소형 면적 물량도 필요하지만 당시에도 네 명이 들어서면 비좁은 공간이었다. 그러나 방 2개에 거실과 부엌, 화장실까지 한 공간에 모두 담겨 있다는 게 놀랍다. 최초 계약금을 납부하고 최장 15년 동안 잔금을 잘 납부하면 ‘내 집’이 되는 구조였다. 1970년 4월 8일 서울 와우아파트 붕괴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김현옥 시장은 1963년 부산직할시 초대 시장이었다. 불도저란 별명답게 주택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제시했는데, 산복도로를 만들어 판자촌을 허물고 시영주택을 짓자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그 영향으로 부산 중구 산복도로 일대에 영주, 좌천아파트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최근 들어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어 새로운 모습이 사뭇 기대된다.
건축된 지 40년을 훌쩍 넘긴 부산에서 오래된 아파트로 손가락 안에 드는 중구 영주시민아파트는 2018년에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됐다. '공유형 신주거문화 클라우드 영주'란 이름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영주시민아파트와 영주 배수지 등 산복도로 주변이 공공임대주택을 비롯한 신 주거지역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2017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공임대주택으로 개발하는 사업이 추진 중이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벌써 재난위험 건축물로 지정된 영주시민아파트는 이번 뉴딜사업으로 공공임대주택(244세대)과 함께 문화복합시설, 공공임대 상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영주동 일대 경사가 가파른 골목길 4곳은 '영주 오름길'이란 이름으로 초량 산복도로를 연결하는 것처럼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예정이다.
2019년 영주시영아파트 뉴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1등을 한 설계안은 테라스형 건물로 다시 짓자는 것이었다. 지하 2층, 지상 4층, 최고 높이 17미터. 기존 고지대 아파트의 경사면과 조망권을 그대로 유지해 3개 동을 재건축하고, 나머지 1개 동은 전시공간으로 개보수해 마을 기념관으로 보존하여 역사적 가치를 간직하자는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부산 고지대의 도심 재건축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지 뒷편으로는 숲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만들고, 놀이터를 새로 만들어 일과 휴식이 있는 마을 공동체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아파트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세계 최초의 아파트-로마의 인술라(Insula) (0) | 2020.04.23 |
---|---|
8. 부산의 아파트 역사를 찾아서, <5>영선아파트 (0) | 2020.04.21 |
6. 부산의 아파트 역사를 찾아서, <3>수정아파트 (0) | 2020.04.20 |
5. 부산의 아파트 역사를 찾아서, <2>좌천아파트 (0) | 2020.04.19 |
4. 부산의 아파트 역사를 찾아서, <1>청풍장아파트 (0) | 2020.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