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경영/꿈과 비전

꿈이 없는 백성은 망한다

김부현(김중순) 2009. 11. 19. 12:13

"자신을 속이지 마라.

하지만 자신을 속여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꿈을 이룰 때까지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꿈디자이너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의 주민등록증에 "나의 꿈은 ~이다"라고 표시해야 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면?

황당한 이야기인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인가?

물론 어떻게 생각해도 상관없는 일이다. 가까운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역시 돌아오는 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으니까. 하지만 꿈도 주민등록등본을 발급해 주는 것처럼 이른바 "꿈관리센타" 같은 것을 정부산하기관에 두어 우리나라 국민들 각자의 꿈에 대한 데이터를 관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소위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 본다. 꿈을 섹션별로 분류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연령대별, 성별 등에 따라 꿈이 어떠한지,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어떤 분야에 집중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면 교육이나 경제 그리고 각종 사회정책에 유효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해 주듯이 "꿈사명서"도 공인기관에서 발급해 주고 관리하면 어떨까?

 

만약 꿈을 바꾸고 싶다면 그 사유서를 제출하면 변경해 주는 그런 시스템 말이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아마 세계 최초의 시도가 될 것이다. 구약성서에도 "꿈이 없는 백성은 망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말은 '꿈이 없는 사람은 망한다'와 일맥상통한다. 만약 지구가 망한다면 그것은 자연재해 때문이 아니라 우리에게 꿈이 모두 사라지는 날이다.

 

따라서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회사에 입사할 경우 입사서류로 제출하고 있는 이력서를 "꿈사명서"로 대체할 수도 있다. 개인의 경력이나 이력 등도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보다는 훨씬 효율적으로 인재를 적재적소에 관리, 배치할 수 있을 것이다. 운전면허증도 좋고, 기능사 자격증을 발급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꿈사명서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금 발급되고 있는 각종 자격증들은 결국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skill' 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는 인적인프라가 강한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15개국 중 1위부터 10위까지는 지하자원이 많은 나라가 차지하고 있다. 지하자원이 없는 우리로서는 참으로 갑갑한 노릇이다. 하지만 지하자원이 없는 인적인프라가 강한 나라들이 5개국이 있다는 데 우리는 희망이 있고 용기를 가져야 한다. 바로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과 같은 나라들이다.

 

하지만 우리의 풍부한 인적자원이 특정 분야에만 몰리는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이 분야는 경쟁이 치열하고 나아가 불필요한 인적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반면 그렇지 않은 분야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적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통해 지금보다 한 단계 성장하려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체적으로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꿈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겠지만 이를 통해 사회구성원들에게 평생학습이나 자기계발, 그리고 인적자원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기반이 될 것이다.

 

오늘부터 스스로 각자의 주민등록증에 "나의 꿈은 ~이다."라고 표시해서 다녀 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이다. 국가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바로서야 가족이, 이웃이, 사회가, 그리고 국가가 바로 서게 된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나 하나쯤은 꿈이 없어도 되겠지."하는 안이한 생각에서부터 사회는 병들기 시작한다. 따라서 개인의 꿈이 없다는 것은 더 이상 그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옛날에 '왁자지껄'이라는 별칭을 가진 나라가 있었다고 한다.

목소리 큰 사람이 최고였다. 따라서 목소리가 제일 큰 사람이 왕이었고, 시끄러운 것을 좋아하는 나라였다. 사람들은 어디서든 마구 떠들었고 조금만 흥이 나면 냄비나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시끄럽게 소란을 피웠다. 사소한 일로 시비가 붙어도 목소리 큰 사람이 승자였다.

어느 날, 이 나라의 왕자가 생일을 맞이했다. 왕이 왕자에게 원하는 선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왕자는 세상에서 가장 큰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시끄러운 나라의 왕자다운 생각이었다.

 

왕은 대신들에게 명령했다. 사람들을 조용한 곳에 모아서 한꺼번에 일제히 "왕자님,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환호성을 들려주라는 명이었다. 명을 받은 대신들은 왕자의 생일날 궁전 근처 숲 속 넓은 공터에 모여 생일 축하를 외칠 축하객들을 초청했다. 이 소식은 삽시간에 퍼져 숲 속은 생일을 축하하러 온 사람으로 가득 찼다. 하객들도 각자 나름대로 계산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생일 축하를 외칠 때, 조용히 듣는다면 자신도 왕자가 받는 인생 최고의 선물을 받게 된다고 말이다.

 

나 하나쯤 외치지 않는다고 구름같이 모인 사람들 속에서 어찌 표가 나겠냐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노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하객들의 속내가 쉬쉬하면서도 가까운 사람들에게 퍼져나갔다. 드디어 무대에 왕자가 등장했다. 왕이 신호를 보내자, 나팔수가 생일 축하를 외치라는 나팔을 불었다. 모두들 숨소리를 죽였다. 모두들 세상에서 가장 큰 소리를 들으려고 집중했다. 갑자기 숲 속이 잠잠해졌다. 기다리던 "왕자님,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숲 속에서 새소리가 아름답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결국 '나 하나쯤'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빚은 결과였다. 우리나라는 집단주의 의식이 강한 나라다. 따라서 집단주의 의사결정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민주주의 의사결정의 중요한 요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문제는 집단이기주의다. 이기주의에는 건설적인 토론과 대화가 발을 붙일 수 없다.

 

내가 옳고, 내 가족이 옳고, 내가 다니는 회사가 옳다는 식의 이기주의보다는 바람직한 가치를 위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이기주의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기주의는 바로 급한 일에서 시작된다. 중요하고 소중한 가치보다는 눈앞에 닥친 가치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코비 박사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중 하나가 바로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간혹 우리는 '소중한 것'을 '급한 것'과 혼돈하거나 반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발등에 떨어진 급한 일을 끝내고 소중한 것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급한 일이 채 끝나기도 전에 더 급한 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채워져 가고 소중한 것은 자꾸 뒤로 밀리게 된다. 소중한 일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결국 죽음을 앞두고서야 후회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실제로 한 조사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해보고 싶은 일을 시도해 보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된다."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카누 선수인 미국의 빌 해븐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평생의 꿈인 1924년 파리 올림픽에 대표선수로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출전이 문제가 아니라, 자타가 공인하는 확실한 금메달 후보여서 그 누구도 미국 팀의 우승을 의심치 않았다. 올림픽 출전과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는 빌에게 사랑하는 아내가 반가운 소식을 또 하나 들려주었다. 그들의 아니가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출산 예정일을 따져보니 공교롭게도 파리 올림픽과 겹쳤다.

 

당시는 파리를 배로 오가던 시절이어서 편도만 2주가 소요되었다. 그는 고민했다. 아이의 출산을 지키느냐, 아니면 올림픽에 출전하여 금메달을 따느냐, 며칠간 고민하던 그는 감독을 찾아가 스스로 대표직을 사퇴했다. 모두들 난리였지만, 빌은 상황을 설명하고 아내를 지키겠노라며 단호히 물러났다. 특히 살아가면서 아이가 속이라도 썩일 때면 포기한 금메달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가 올림픽 출전을 포기한 지 28년이 지난 1952년, 헬싱키 올림픽이 진행되던 중에 전보 한 장이 집으로 배달되었다.

"사랑하는 아빠에게, 1924년 나의 출생을 위해 기다려줘서 고맙습니다. 아빠가 마땅히 탔어야 할 금메달을 제가 집으로 가지고 갑니다.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 프랭크." 아들 프랭크가 1만미터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당시 그에게 우선 급한 것은 올림픽 출전이었지만, 소중한 것은 아이의 출생이었다. 사실 어느 것을 더 우위에 두어야 하는가는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일에 대한 우선순위를 무 자르듯 구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튼 급한 일도 중요하고 해야 할 일도 중요하지만 더 늦기 전에 소중한 일을 시작하라. '급한 놈, 중요한 놈, 하고 싶은 놈' 중에서 가장 힘이 센 놈은 '하고 싶은 놈'이다.

 

"꿈이 없는 백성은 망한다 = 꿈이 없는 개인은 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