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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을 도둑맞은 구두쇠

김부현(김중순) 2010. 3. 10. 20:51

옛날 옛적 그리스에 한 구두쇠가 살았다.

그런데 이 사람을 가만히 보니 자기가 벌어들인 돈을 모두 황금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황금을 모두 녹여서 덩이로 만든 다음에 도둑들의 눈을 속이려고 황금덩이 겉에다가 돌멩이 색깔을 칠했다. 구두쇠는 이 돌덩이 아닌 황금덩이를 금고에 넣어서 자기만 아는 비밀 장소에 파묻어두었다. 그리고 틈만 나면 금고를 혼자 파보고 자신이 이룩한 이 거대한 재물더미를 바라보며 흐뭇한 웃음을 짓곤 했다. 황금을 사들이기만 하고 절대 쓰지 않는다는 이 구두쇠의 소문을 들은 한 도둑이 세밀한 관찰 끝에 보물이 숨겨진 비밀 장소를 알아냈다. 도둑은 금고를 파내서 품에 안고 얼씨구나 하고 도망을 쳤다.

몰래 숨겨둔 보물을 도둑맞았다는 사실을 안 구두쇠는 입고 있던 옷까지 마구 찢으며 울고불고 생난리를 쳤다. 비탄, 고통, 회한이 가득 찬 울음바다 그 자체였다. 구두쇠의 울음소리는 바람을 타고 올림푸스 산에까지 올라갔다. 그리하여 제우스 신도 이 사나이의 비탄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제우스는 가축장수로 변장해서 구두쇠 앞에 나타났다.

"황금이 얼마나 있으면 부인과 아이들을 먹여 살릴 수 있겠느냐?" 도둑맞은 황금 대신에 그만한 다른 황금을 갖다 줄 요량이었다.

"나는 아내도 없고 아이들도 없소이다. 나에겐 결혼 생활을 할 여유가 없어요."

그럼 지금까지 그 황금을 그대 자신만을 위해서 썼는가?"

"쓰다뇨? 오직 모아두기만 했죠."

"내 생각에 도둑을 잡거나 황금덩이를 다시 찾을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때문에 슬퍼할 필요는 없겠구나. 그냥 모아두기만 하면 할 작정이라면 어디서든 얼마든지 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어디 한번 돌멩이를 애지중지 해보지 그러나. 설마하니 돌멩이들이 입이 달려서 '난 황금이 아니요!'라고 말할 리도 없을 테고."

이 충고에 구두쇠는 별 멍청한 소리를 다 듣겠다면 욕지거리를 퍼부어 제우스 신을 쫓아내고는, 사라져버린 자기 보물을 두고 다시 애통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구두쇠는 길을 걷다가 자기 금덩이 하나와 너무나 똑같이 닮은 돌멩이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주워 금고 속에 넣어두었다. 그 후로 구두쇠는 금덩이와 닮은 돌멩이만 보면 모아 수집품 목록을 늘려갔다. 황금 대신 돌멩이를 모아놓고 혼자서 흐뭇해하던 구두쇠는 차차 광물학과 지질학, 기타 관련 학문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이윽고 구두쇠는 고생물학자가 되었다. 학문에 이렇게 사로잡히는 것은 가벼운 정도의 강박증이어서, 먼젓번의 그런 광기보다 사회적 질투심도 훨씬 덜했다. 그 구두쇠는 수많은 이웃들한테서 호감을 샀으며, 소문을 듣고 소크라테스까지 찾아와서 화석과 수석에 대한 강의를 들을 정도였다.

 

껍데기는 돈을 주고 살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흉내 내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외형적인 것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전문성은 피나는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