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읽다/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

2. 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

김부현(김중순) 2017. 12. 10. 14:59

'멍 때리기'라는 대회가 있다.

글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다’를 뜻하는 속어다. 속된 말로 정신이 나간 것처럼 한눈을 팔거나 넋을 잃은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사람이 우승자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누가 더 멍한지를 겨루는 멍 때리기 대회가 곳곳에서 열릴 정도다. 너무 자주 하면 환각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주장을 하는 전문가도 있고 정신 건강에 특효약이라고 하는 전문가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끔 시도해 보지만 정신줄을 놓는 경지에까지 도달해 보지 않았기에 어느 쪽이 맞는 지는 잘 모르겠다. 멍 때리려는 순간 더 많은 잡생각들이 판치는 머리통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오늘 다시 멍 때리기에 도전해 봤다.

역시 그 놈의 잡생각 뿐, 그 와중에 문득 생각한 생각의 잡생각's.....

언제까지 "역세권-풀옵션-원룸-우수학군"이라는 수학공식 같은 것으로 부동산 가치를 평가할 수밖에 없을까 라는 생각,

이런 앵무새 같은 이야기를 할려고 부동산 일을 하는 건 아닐텐데 라는 생각,

이런 공식은 네이버 부동산이 더 잘 알려줄텐데 하는 생각,

..... 생각을 생각해 보니 멍한 생각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틈만 나면 오래된 고전을 들고 폼 잡는게 취미 아닌 취미다 보니 가끔 억지글을 쓰기도 한다.

이 글이 그렇다.

고전은 오래된 책을 말한다. 그러나 고전은 고전이 아니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때 쓴 고전이 첨단시대인 오늘날까지 여전히 빛을 발하는 것을 보면 고전은 고전에 머물러 있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타고 그 근본을 유지하고 있다. 천 년이 지난 고전이 오늘날까지 우리의 생활과 삶에 성가시게 맴도는 이유는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의 근본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를 되풀이 하는 우를 후세들도 따라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부동산은 움직이지 않는 물리적 특성 때문에 부동산이라 불린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움직이는 동산이라 할 수 있다. 평당 2만 원 하던 버려진 논밭이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200만 원짜리 땅으로 바뀌기도 한다. 부동산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전문 용어로 효용가치에 따라 이용방법이 달라진다. 그래서 부동산 자체보다는 인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근거없는 믿음이 생긴다. 부동산과 인간의 만남, 부동산 인문학이다.


오륜서(五輪書)


오륜서는 1645년 일본의 미야모토 무사시가 쓴 아주 얇은 병법서다.

당시에는 지방 군벌들의 세력이 약화되고 취직을 하지 못한 백수 사무라이들이 이곳 저곳 방황하고 있었다. 무사시도 그들 백수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한 번도 전투에서 진 적이 없었지만 나이 50을 넘어서야 진정한 병법을 알게 되어 <오륜서>를 쓰게 되었다. 


 <오륜서>는 손무(孫武)의 <손자병법>, 카를 클라우제비츠(Karl Clausewitz)의 <전쟁론>과 더불어 '세계 3대 병법서'로 인정받고 있다. 1982년 미국에서 '일본 비즈니스 관리학의 진정한 예술'로 번역되어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삶도 전쟁터이고 전쟁의 연속이다.


부동산 투자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기본 지식, 자금, 타이밍, 협상력 등으로 결정되는 치열한 전투의 산물이다.


오륜은 '지(地), 수(水), 화(火), 풍(風), 공(空)'을 말한다.

즉 땅, 물, 불, 바람 그리고 하늘을 뜻한다.








단계


오륜서

부동산 투자법

1단계-地(지)


땅은 기본이다.


도(道)의 기본 즉, 병법의 기초를 다지는 것을 말한다.

병법의 기본은 '반드시 이기는 것'이다. 한 명의 적을 이길 수 있다면 모두를 이길 수 있다. 한 사람을 이긴다는 것은 천만 명의 적도 이길수 있다는 뜻이다.


불교의 도는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고, 유교의 도는 학문을 연마하는 것이며, 의학의 도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다. 무사는 일대 일로 싸우든, 무리를 지어 싸우든 간에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병법의 도는 승리의 도다.



부동산 투자 역시 이겨야 하는 게임이다.

이기기 위해서는 기본이 튼튼해야 한다. 부동산은 물론 관련 세금, 자금상황, 미래가치 등에 대한 기본 지식과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 한 번의 투자가 성공하면 계속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첫 투자가 중요한 이유다. 








2단계-水(수)

물은 유연성이다.


물은 담기는 그릇에 따라 형태가 변하고 상황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유연함을 지니고 있다.

진정으로 병법의 도를 터득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먼저 이론을 완벽하게 숙지해야 한다. 이때 물과 같은 유연한 마음을 기본으로 한다. 그 다음 그 내용을 바탕으로 아침저녁 끊임없이 수련해 기술을 익히고 연마한다면 틀림없이 병법의 도를 터득할 수 있다.




어떤 분야든 기초가 부실하면 유연성이 떨어지고 응용력이 없어 편법이나 지름길을 찾게 된다. 본격적인 투자 경험을 쌓는 과정이다.

아파트에 투자해서 성공했다고 한 곳에 집중해서는 곤란하다. 정부 정책이나 관련 법규 등의 변경에 대비하여 투자의 유연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상황에 따라 상가, 토지 등의 분야로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3단계-火(화)

불은 전환점이다.


전투는 불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가 하면 일순간에 꺼질듯이 작아지기도 한다. 작전 없는 전투도 없지만 작전대로 전개되는 전투도 없다.

변화무쌍한 전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미세한 변화도 꿰뚫어 볼 수 있는 날카로운 안목을 기르고, 소소한 징후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세심함을 갖춰야 한다. 전투는 태양을 등지는 것이 유리하다. 







한 번 투자에 성공했다고 해서 계속 이어질 수는 없다. 내실을 다지고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혜안을 갖추지 못한다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정책변경으로 멀쩡한 토지가 도로에 편입되기도 하고  재개발에 수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가 또 다른 투자 기회 즉, 터닝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국가 탓을 하고 있기보다는 새로운 투자처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부동산은 소유는 개인이 하지만 공공성이 강하다.

각종 세금을 부과하고 건폐율, 용적율을 정하고 토지이용계획을 정하는 등 국가의 개입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부동산을 일컬어 등기부등본상 소유자는 개인이지만 진정한 소유자는 국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4단계-風(풍)

바람은 흐름이다.


병법의 기본은 변함없지만 미세한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빠른 게 능사가 아니라 상황에 맞는 속도가 중요하다. 많은 유파가 발을 빠르게 움직이라고 가르치지만 그러한 움직임이 항상 좋은 건 아니다.

싸움을 할 때는 평소에 길을 걷듯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군사를 움직일 때도 마찬가지다. 적군의 허점이 보이면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신속하게 움직이되 대열이 무너지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또한 상대방이 빠르게 공격해올 때는 오히려 느긋하게 대응해 끌려다니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어느 분야에서든 흐름을 타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부동산은 시간에 따라 변하는 지역 특성, 시세, 토지이용상황 및 상권 변화 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공부에 왕도가 없듯이 부동산 투자도 왕도가 없다. 시시각각 변하는 여러 환경에 맞서야 하는 종합 예술이다.


"한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있고 여러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지만, 여러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링컨의 말처럼 지름길은 없고 편법은 오래가지 못하며, 꼼수는 더 큰 화를 부른다. 속도보다는 시대를 아우르는 방향성이 중요하다.




5단계-空(공)

하늘은 근본이다.


땅이 기본이라면 하늘은 근본이다. 도의 경지는 무한하다.

병법은 시작과 끝을 알 수 없고 하늘과 같이 안과 밖의 구분이 없다. 기본 병법에 머물러 있지 말고 새로운 경지의 도를 추구해야 한다. 땅에서 시작하여 흐르는 물, 타는 불, 부는 바람의 이치를 모두 터득하면 궁극적으로 하늘의 무한한 도를 추구하는 것이 병법의 길, 하늘의 경지에 이르는 길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처럼 상대를 알면 전투에서 승리한다. 부동산투자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 부동산부자들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운이 좋아, 부모 잘 만나 성공한 것 같지만 내면을 보면 치열함과 눈물의 결과물이다. 과거에는 운으로 간혹 투자 대박을 이루어내기도 했지만 지난일이다. 시대가 달라졌다. 개천에서 용꿈을 꾸기보다는 먼저 개천에서 뱀대가리가 되자.

정보의 홍수 시대, 더 이상 부동산 투자에 요행은 없다. 

발품만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