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읽다/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

1. 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고수와 하수

김부현(김중순) 2017. 12. 9. 13:04


어느 분야에서든 고수의 향기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겉만 보고도 단박에 핵심을 집어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 직관의 고수들이다. 직관보다 더 깊게, 오랫동안 외형을 관찰하여 해결책을 집어내는 능력자들, 통찰의 고수들이다. 직관 그 너머에 통찰이 있는 것이다. 직관과 통찰은 시간과 깊이의 차이, 즉 내공의 정도로 구분된다. 통찰력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직관을 얕보면 큰 코 다친다.

아인슈타인은 직관과 직감, 사고 내부에서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심상이 먼저 나타난다. 말이나 숫자는 이 녀석의 표현 수단에 불과하다.”고 했다. 사실 아인슈타인은 수학을 잘하지 못했다. 단순한 수학공식조차 동료들에게 물었을 정도였다. 수학자들은 먼저 떠오르는 생각을 수학에 적용했으며, 수학부터 정리하고 생각을 도출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지만 아인슈타인은 해냈다. 수학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유레카를 외친 것이다.

 

직관을 넘어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은 상당히 깊이 있고 전문적인 내용을 간단하고 쉽게 설명한다. 부동산 고수다. 흔히 분야를 막론하고 고수, 하수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바로 통찰력에서 좌우된다. 그 주제에 대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았는지, 노하우가 얼마나 축적되어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같은 상황을 두고 고수와 하수는 다르게 생각하고 서로 다른 모습으로 행동하고 결국 상반된 결과물을 내놓는다.

 

오쇼 라즈니쉬는  <권력이란 무엇인가>에서 "직관의 인간으로부터 통찰이 나온다. 그러나 그 통찰은 오직 지성인에게서 이해를 얻을 수 있다. (.....) 나는 이것을 실력주의(meritocracy)라고 부른다. 궁극의 실력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가장 낮은 단계에 영향을 미치며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도록 돕기 때문이다. (.....) 모든 대학과 학교들은 정치학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 정치학만 가르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정치학뿐만 아니라 정치술을 가르쳐야 한다. 학문은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그대는 실용적인 정치학을 가르쳐야 한다."


부동산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란한 말과 이론보다는 실용적인 현장경험이 중요하다. 임장활동이다. 임장활동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현장을 가기 전에 무엇을 집중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사전 체크리스트가 없이 무턱대고 간다는 데 있다. 그러다보면 정작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고 오는 우를 범한다. 지역분석을 등한시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장을 보고 단박에 부동산을 평가하고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은 하루아침에 갖추어지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직관력에 통찰력이 더해져야 비로소 진정한 고수가 된다.


고수와 하수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미분양이라는 단어를 접하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드는가. 미분양은 피해야 할 대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하수일 확률이 높다. 고수들은 오히려 투자의 기회를 엿본다. 시기를 저울질하다 미분양 물량이 감소하는 타이밍에 맞춰 저렴하게 취득한다. 미분양이 해소되기를 기다려 본래 가격을 회복하거나 새 집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 가격에 반영되면 매도한다. 그러나 하수들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다. 미분양은 일단 피하고 물러난다. 미분양이 해소되어 가격이 정상화되면 그 때 매입 타이밍을 잡는다. 이 같은 일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부동산큐레이터'는 현재 부산 감만1재개발구역에서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재개발에 대해서도 고수와 하수는 다르게 접근한다. 일반적으로 재개발은 구역지정-조합설립-시공사선정-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철거-입주의 단계를 밟는다2007년 구역이 지정되어 10여 년간 진행되어 왔다. 일정보다 조금 늦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대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1만 세대에 가깝고, 조합원 수가 2,700여 명에 이르는 뉴스테이 연계형 대규모 재개발 구역이다. 예상 일정보다 조금 늦어지는 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정상적이다. 20173월 시공사가 선정되고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다. 통상 시공사가 선정되고 사업시행인가 무렵이 되면 재개발은 진행된다고 보는 것이 무방하다.


그런데도 '재개발이 안 되면 어떡하냐?, 투자위험은 없냐? 수익률은 높은가?'와 같은 질문들을 한다. 한 마디로 난처하다. 확실한 대답을 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조합, 시공사, 관할 구청, 어느 누구도 확실하게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곳곳에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여러 재개발지역에 대한 진행과정을 토대로 향후 일정을 예상해 보는 것이 최선이다. 무조건 위험이 싫다면 재개발지역에 갈 필요도 없고 투자할 이유도 없다. 재개발은 다소의 위험과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위험을 피하면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는 없다. 수익률은 위험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하수들은 재개발 지역에서 재개발지역에만 집중한다.

이러한 투자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다. 재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부동산 가격도 오른 상태이다. 소위 P(매입가와 감정가의 차액)가 붙어 있다. 또한 투자하고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장기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고수들은 재개발 지역은 물론 그 인근 지역에도 투자를 한다. 재개발이 진행되어 관리처분단계가 되면 재개발구역에 거주하고 있던 조합원이나 세입자들이 이사를 가야 할 시기가 되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주택이 된다. 재개발로 집을 구해야 하는 수요는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므로 기존 주택 가격은 상승하기 마련이다. 또 재개발이 완료되면 주변 환경이 좋아지면서 덩달아 기존 재고 주택도 수혜를 입을 수 있으므로 매도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 정책이나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하수들은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매수를 꺼리게 된다. 그래서 매매시장은 더 얼어붙는다. 하지만 고수들은 때가 왔다는 듯 기지개를 켜고 매수에 나선다. 매수자 우위시장이므로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고 향후 차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하수들은 부동산 시장이 상승하면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하다 더 오를 것 같다는 생각에서 덜컥 매입한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더 내릴 것 같다는 생각에 갖고 있던 집을 처분한다. 여기서도 고수들은 반대로 움직인다. 집값이 떨어질 때 저렴한 가격으로 집을 사고, 집값이 오르면 팔아서 수익을 낸다. 그리고 다시 집값이 하락하는 지역을 끊임없이 찾는다.


부동산 투자에서 위기를 위기로 보면 그 위기를 돌파할 해법을 찾기 어렵다.

늘 준비만하다 기회만보다가 투자는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투자 경험담만 이야기하게 된다. 

위기를 기회로 보면 투자기회는 도처에 널려 있다.

부동산 고수는 사람을 연구하고, 부동산 하수는 부동산을 연구한다.

부동산 고수는 숲을 보고, 부동산 하수는 나무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