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읽다/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

8. 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부동산은 지표가 아닌 심리다

김부현(김중순) 2019. 1. 9. 10:23

부동산은 지표가 아닌 심리다

 

어느 순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비관적인 시각을 가질 때,

더 이상 증시붕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다수 군중의 움직임에 역행해서 행동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모두가 주식을 팔 때, 또 모든 상황이 최악으로 보일 때 사야 한다.

반대로 모두가 앞 다투어 주식을 살 때 매도해야 한다.

 

존 템플턴John Templeton<영혼이 있는 투자>에 나오는 말이다.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내려면 대중의 반대편에 서라는 것이다. 주식시세 전광판이 온통 빨강색으로 뒤덮이고 언론이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내면 개미들은 주식을 투매한다. 이때 기관들은 싼 값에 사들인다. 개미들이 가는 곳은 무덤이고 개미들이 가지 않는 뒤안길에 꽃길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투자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집값잡기와 대출규제, 세율 인상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언론도 덩달아 찬물을 끼얹자 화들짝 놀란 개미들은 기가 확 꺾였다. 부동산 관련 정책과 언론기사는 곧이곧대로 믿을 게 못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투자철학이 없다보니 우왕좌왕하는 사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언론에 부화뇌동한다

 

부동산시장은 인간의 욕망과 불안이 분출하는 심리적 공간이므로 종종 비합리적, 비이성적으로 움직인다. 지금도 공급증가, 금리인상, 정부의 조르기 정책 등을 악재로만 보면 부동산시장은 쥐죽은 듯 고요해야 한다. 하지만 특정 지역과 단지에는 수백 대 일의 청약경쟁률을 보이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개미들은 의아할 뿐이다. 입지나 계량화된 수치에 지나치게 관심을 둔 나머지 그 너머의 대중심리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정부의 규제, 대출억제, 금리인상에 언론들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지금은 때가 아니라며 대중의 편에 묻혀가려고 한다

 

모두가 침체기라고 하는 지금 부동산에 투자하겠다고 나서보라.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보라. 대부분 도시락 싸들고 말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내면 시장은 좋지 않았는데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부동산은 그 나라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근간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부동산이 빠진 경제는 시체에 불과하다. 시장실패 여부를 떠나 국가가 일정 부분 시장에 개입해야 하고 개입할 수밖에 없다. 침체기가 되면 부양책을 또 지나치게 과열되면 누르기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영원한 침체기도 영원한 활황기도 없다.


부동산시장도 하나의 작은 사회다.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살을 부비며 각자의 몫을 챙기려는 고도의 심리전이 펼쳐지는 곳이다.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지역에 수요가 늘어 가격이 상승하면 별다른 이유 없이 관심을 가진다. 내가 모르는 무슨 호재가 있으니까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호재도 없고 확신이 들지 않지만 친구도 사고 이웃집 순이네도 사니까 덩달아 동참하게 된다. 최근 일부 분양단지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입지도 입지지만 그보다는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모방과 경쟁 심리에 따른 영향이 크다. 특히 개미들은 군중들이 하는 행동에 동참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피해의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원숭이마을에 사과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하지만 그 사과는 너무 높고 가시덩쿨이 있어서 원숭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하루는 용기 있는 원숭이 한 마리가 근처에 있던 시소를 타고 올라가서 사과를 맛있게 먹었다.

냠냠

그런데 시소는 움직이지 않았다.

약간 뻑뻑한 시소여서 삐거덕거리는 소리만 날 정도였다.

그런데 이를 본 다른 원숭이 한 마리가 시소위에 올라 역시 사과를 먹고 내려왔다.

밑에서 바라만 보던 원숭이들은 먼저 올라간 원숭이를 보다가 우루루 한꺼번에 시소에 올라 사과를 먹으려고 했다.

그러던 찰나 뻑뻑했던 시소는 갑자기 몰려든 원숭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곤두박질치게 된다.

한꺼번에 올라갔던 원숭이들은 사과를 먹지도 못하고 추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시소위의 원숭이이야기인데 웃어넘길게 아니라 투자와 관련한 대중심리를 빗댄 비유다. 청약통장, 갭 투자 열풍, 꼬마빌딩, 똘똘한 한 채와 같은 집단적 변화가 일어나면 개미들은 참지 못하고 동참하게 된다. 따라서 부동산시장이 움직이는 것은 지표 너머의 심리다. 매도자와 매수자간의 심리싸움 결과에 따라 어느 한 방향으로 가격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것도 사실에 근거한 실체보다는 심리적 요인이 그 이면에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