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읽다/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

10. 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TV를 끄고 부동산 책을 펼쳐라

김부현(김중순) 2019. 1. 12. 09:48

그 사람을 알려면 위기 때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준비를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라고 한다. 좋을 때 웃고 슬플 때 우는 건 강아지도 한다. 모두들 입만 열면 위기라고 한다. 규제일변도의 정책 탓이 크지만 무슨으로 돌리자면 한도 끝도 없다. 정부 탓, 금리 탓, 대출규제 탓. 하지만 돌이켜 보라. 부동산시장이 과연 평안했던 시기가 있었던가. 과연 좋기만 했던 시기가 있었던가. 좋은 시절이 있었다면 그 때는 돈을 벌었는가. 개미들에겐 늘 위기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준비하지 않는 사람에겐 늘 그날이 그날일 뿐이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것이다. 진짜 위기는 위기인데도 ‘~만 하고 있는 경우다. 부동산투자의 첫 걸음은 공부다. 하지만 그 공부는 모죽毛竹이라는 대나무가 성장하는 것과 같은 지난한 과정이다. 모죽은 심은 지 4년 동안은 아무리 물을 주고 정성을 다해도 큰 변화가 없다가 4년이 지나면 하루 30cm, 쉬지 않고 성장해서 나중에는 30m까지 자란다. 4년 내내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뿌리를 뻗어 기초를 튼튼히 다졌던 것이다.

 

책을 읽을 때도 당장 결과를 바라기보다는 임계점을 넘겨야 한다. 한 권을 읽더라도 건성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 목숨 걸고 읽어야 한다. 눈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체득해야 한다. 시간이 나서 읽을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읽어야 한다. 인생을 마라톤으로 보면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시간을 내서 읽는 것과 시간이 나서 읽는 것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강의를 듣더라도 퇴근 후 피곤한 정신으로 들을 것이 아니라 그 강의에 오롯이 젖어들어야 한다.

일하다 지쳐 졸거나 휴식하는 마음으로 받는 교육은 그야말로 교육을 위한 교육일 뿐이다. 따라서 무료교육은 가급적 받지 않는 것이 좋다. 무료교육이라고 해서 강사의 자질이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 자세 때문이다. 1천만 원, 2천만 원 하는 부동산 강의를 듣기 위해 해외를 오가는 사람들, 특급호텔에서 매일 아침 수십만 원 하는 조찬을 겸한 부동산 강의를 듣는 사람들, 그들은 설렁설렁 강의를 듣지 않는다. 개미들은 꿈도 꿀 수 없다.

 

솔직히 부자들은 부동산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 입지가 어떠니, 정부 정책이 어떠니, 금리가 어떠니 하는 골치 아픈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 전문가에게 컨설팅 수수료를 듬뿍 쥐어주고 그 시간에 골프치고 해외여행 가면 된다. 돈으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뿐이다. 직접 현장을 다니면서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다. ‘시간이 없어서라는 말을 하고 싶다면 부동산과 담을 쌓는 편이 좋다. 누구나 시간이 없다. 시간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TV보는 시간 10분의 1만큼이라도 부동산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가 안되어 있으면 얕아진다. 얕음은 결국 요행수를 부른다. 요행수는 본질을 놓치게 만든다. 본질은 놓치면 화려한 껍데기에 열광한다. 껍데기가 화려하다고 오래가지 못한다. 껍데기는 껍데기일 뿐이다. 부동산 공부는 돈을 벌기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우선은 가진 종잣 돈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전세 살면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몰라 평생 모은 돈을 날린다는 게 말이 되는가.

 

여전히 정부는 다주택자들의 팔을 비틀고 있지만 정작 다주택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다주택자들을 보면, 총 임대주택 907만 호 중 3주택 이상 소유자가 600만 호나 된다. 전체의 3분의 23주택자 이상 소유자들이 가지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그야말로 다주택자들의 놀이터다. 이런 판국에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잡을 수 있겠는가. 다주택자들의 뜻을 거스를 용기가 있겠는가.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전쟁을 왜 하는가. 결국 더 좋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특히나 인구 밀도가 세계3위인 우리나라에서 좋은 땅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가히 전쟁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부동산시장이 미쳐 있었다. 시장이 미치면 욕할 것이 아니라 같이 미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단순히 부동산이 아니다. 경제의 근간이자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기둥이다. 부동산은 더 이상 부자나 투기꾼들의 전유물도 아니고 불로소득도 아니다. 부동산과 담을 쌓은 채 돈만 밝히는 부자라고 욕해봐야 말짱 도루묵이다.

 

천하가 희희낙락한 것은 모두 이익을 위해 모여들기 때문이고, 천하가 흙먼지가 날릴 정도로 소란스러운 것은 모두 이익을 찾아 떠나기 때문이다.”

 

부자들의 부에 대한 철학을 담은 사마천의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나오는 말이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유방이 건국한 한나라 초까지 상업과 공업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 놓은 책인데 무려 2천 년 전에 씌어졌지만 부의 철학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돈을 의미하고, ‘은 돈을 불리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는 부자가 되려면 결국 세상의 이치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돈의 원리와 흐름을 알려면 결국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부동산 지표나 입지와 같은 기술적인 공부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 너머의 인간심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자>에도 창고가 가득차야 예절을 알고 입을 것과 먹을 것이 넉넉해야 영욕을 안다고 했다. 예의염치는 재화가 여유가 있을 때 생기고 여유가 없으면 사라지는 것이다. 경제적인 여유는 마음의 여유를 만들고 행동에서도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준다. 따라서 밥을 못 먹는 사람에게 도덕 운운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가난 구제는 국가도 못한다지만 굶주린 백성은 감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굶어죽으나 맞아죽으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 살면서 학교 교과목에 금융이나 부동산이 없다는 것이 의아할 뿐이다. 다른 주요 선진국들은 어릴 때부터 경제, 금융, 부동산과 같은 공부를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부동산공부는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필수이자 상식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스스로 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