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양치기 소년이다
약 219년 전 프랑스혁명을 통해 새로 정권을 잡은 급진파 로베스피에르Robespierre는 절대왕정을 무너뜨린 국민들이 정부에 거는 기대가 컸기 때문에 무언가 국민들에게 줄 보상이 필요했다. 당시 국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집이 아닌 비싼 우유가격이었다. 주식主食인데 비싸서 먹기 힘드니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반값 우유' 정책을 발표하자, 국민들은 거리로 광장으로 뛰쳐나와 환호했고 서슬퍼런 총칼이 무서웠던 도·소매상들은 줄줄이 우유가격을 절반으로 내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낙농농가들이 사육을 포기해 버린 것이다. 우유를 생산하려면 젖소가 필요하고 젖소를 기르려면 사료 값이 든다. 사료 값에다 약간의 이윤을 붙여 팔았는데, 가격을 절반으로 낮출 수가 없었다. 젖소가 줄어드니 우유생산이 줄고 가격은 이전보다 더 폭등했다. 국민들의 불만은 다시 고조되어 혁명 전야제 같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위기를 느낀 로베스피에르는 이번엔 건초 값을 반값으로 내리라고 지시한다. 건초생산농가 역시 건초 생산을 중단해 버린다. 건초 값이 폭등하니 불난 데 기름 부은 격으로 우유가격은 더욱 폭등한다. 우유가격을 안정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유유가격 폭등의 장본인이 된 로베스피에르, 쿠데타로 그가 사람들을 처형한 바로 그 단두대에서 처형되고 만다.
시장은 언제나 옳고 사람은 어쩌다 옳다는 말이 있다. 정부가 섯불리 개입하면 시장을 교란시켜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사례다. 시장실패에 대응해 정부가 나서는 것은 당연하지만 잘못 개입할 경우 오히려 시장실패보다 못한 '정책실패'를 가져오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한 달 보름 만에 전 정부의 부동산 완화정책을 뒤집는 6.19 부동산 대책을 야심차게 내놨다. 그 후로도 11.3대책까지 규제 일변도의 정책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핵심은 다주택자들의 대출을 옥죄어 서울 아파트 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다주택자나 부자들이 대출을 더 많이 받고 있다.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평균 부채는 7500만 원 정도로 1년 전보다 6.1% 상승했다. 그 중 소득 상위 20%의 부채는 8.8%로 부자들이 더 대출을 많이 받는 부채의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결국 피해를 보는 사람은 다주택자들이 아니라 애꿎은 서민중산층과 실수요자들이다.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나서 ‘집은 끝났다’면서 집을 팔라고 압박했지만 결국 버티기에 들어간 다주택자들의 판정승으로 끝나자 국민들도 정부정책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효과는 3개월을 못 간다는 세간의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 8.2대책 1년 후 받아든 성적표를 보면 낙제 수준이다.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는 더 심화되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잠시 눈치를 보는가 싶더니‘나 잡아봐라’하며 6.6%나 올랐다. 8.2대책 시행 전 1년간 상승폭보다 더 높은 수치다. 반면 애꿎은 지방은 회복 불능일 정도로 하락했다. 전국에서 하락폭이 가장 큰 경남 거제의 경우 무려 20.52% 떨어졌다.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 8.2대책 전 1년간 5.1% 올랐던 아파트값이 1.97% 떨어졌다. 부동산은 정부의 정책보다 금리나 자금의 유동성 변화, 국민들의 심리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사실 우리나라의 부동산시장은 다주택자나 기득권층, 투기꾼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실수요자들도 당장 직면한 문제다. 다주택자나 기득권층들이야 집값이 떨어지면 손절매하고 빠져나갈 수 있는 자금력이 있지만 실수요자들은 마땅한 출구전략이 없어 정책에 휘둘릴 수밖에 없어 이래저래 개미들만 죽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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