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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역사골목길 6선

김부현(김중순) 2019. 3. 8. 10:18

부산의 역사골목길 6선

     

1. 용두산 서남쪽 문화터 골목길


근대역사박물관~대각사(초량 어학소)~새부산 예식장(부산상품진열관)~고갈비골목(왜관 가마터, 부립병원)~광복동(용두산 에스컬레이터)~용두산 미술관(용두산 신사)~국수 골목~구두 골목~소화장, 청풍장 아파트(피난시 국회의원 숙소)

 

일제 강점기 시대의 역사들이 담겨있는 골목길 코스이다. 1908년 동양척식회사의 부산지점인 근대역사박물관을 출발해 일본 사람들이 한국말을 배웠던 초량 어학소 자리가 있던 대각사로 이어진다.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로 순조가 직접 하사금까지 내렸다는 부산상품진열관은 새부산 예식장터에 자리잡고 있었다. 1970~80년대 청년문화의 중심지였던 고갈비 골목에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일제 시대 가마터 이야기가 함께 숨쉬고 있다. 1914년 일본 거주민을 위한 건립된 부립병원 이야기도 고갈비 골목에서 나눌 수 있다. 6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킨 소화장, 청풍장 아파트에서 이 코스는 끝난다.

 

2. 초량왜관 동관~영화관 터 골목길


영주시장~영선고개~40계단~인쇄골목~백산기념관~초량 왜관 터(동관 뒷골목)~부산경찰서 터(일본책 골목 사거리 계단)~은행 골목(통술집 골목)~에덴삼계탕(에덴 다방, 음악다방 골목)~광복로(영화관 골목)-피프 거리

 

1678년 초량 왜관시절부터 현재로까지 시간 이동을 하는 역사 골목의 하일라이트 코스다. 영주 시장을 출발해 영선고개, 40계단, 백산기념관 등을 지나면 부산 역사의 심부인 왜관 시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현재 부산호텔 입구 쪽이 왜관 터에 해당된다.

부산호텔 뒷골목으로 빠지면 부산경찰서 터를 만나게 되며 예전 법원, 관공서 직원들이 퇴근 후 삶의 이야기를 펼쳤던 통술집 골목도 있다.

음악다방에 대한 추억이 어려 있는 자리인 에덴삼계탕을 지나면 광복로에 극장들이 즐비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흥미롭다.

일제강점기 시절, 영화골목 이야기는 현재의 부산국제영화제 거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3. 동광동 골목길


세관박물관~40계단~인쇄골목~남성여고 담장 길~부산기상대~복병산공원~광일초등학교(연향대청 터)~보수동책방골목~부평시장~깡통골목~죽 골목~자미원 화랑

 

6·25 피난 시절의 향수가 어린 골목들이다. 아직도 부산에는 이 시절을 생생히 기억하는 이들이 많아 세대가 함께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골목길이다. 부산시 지정 기념물이었으나 지금은 사라져 버린 부산세관의 옛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세관박물관을 출발해 1910년 만들어진 르네상스 형식의 기상대 건물까지 걸어간다.

복병산 공원을 지나면 역사의 이야기가 담긴 연향대청 터에 도착한다. 일본 사신이 부산에 오면 동래부사가 임금의 하사품을 들고 맞이한 곳이 연향대청. 보수동 책방골목은 피난 시절 먹고 살기 위해 피난짐에 지고 왔던 책을 팔았던 장소이며 깡통골목 역시 미군 PX에서 흘러나온 깡통 식품을 사고 팔던 장소였다. 부평시장은 1910년 부산 최초로 만들어진 공설 시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4. 자성대 골목길


자성대~영가대~남문시장~정공단~일신여학교~증산~증산성

 

조선시대 부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현장들이다. 처음 이름이 부산진지성이었던 자성대는 증산에 있는 부산진성이 모성이라면 이 곳은 자성에 해당된다고 해서 부르게 된 이름이다. 동서의 산을 따라 성벽을 쌓고, 바닷물을 끌어들여 참호를 20m쯤의 넓이로 만들어 배가 바로 성벽에 닿도록 되어 있었다.

이 곳에는 영가대가 함께 있는데 1624년 선위사 이민구가 일본 사절을 접대하기 위해 부산에 왔다가 이 정자를 보고 안동의 옛 이름인 영가를 따서 영가대라고 이름 지었다. 이곳에서 조선통신사 일행의 안전 항해와 무사 귀환을 비는 제사를 올렸고, 경치가 빼어나 시인묵객들은 많은 시를 남기기도 했다. 이 곳을 출발해 남문시장을 지나면 정발 장군의 사당이 있는 정공단까지 걸어 간다. 일신병원이 있는 일신여학교 자리를 지나면 증산공원까지 이른다. 증산 공원에 이르는 길은 산책길 코스로도 좋다.

 

5. 옛 동래부사 왜관 행차길  


부산역(모래사장, 해정)~남선창고, 백제병원~청관~영주시장~영선고개~영선산(부원아파트)~장춘관(갑을여관)~()조선키네마 터~40계단~왜관 북쪽 담벼락(대청로)~광일초등학교(연향 대청 터)

 

일본 사신이 오면 동래부사가 연향대청에서 사신을 접대하기 위해 행차했던 길이다. 모래사장이었던 예전 부산역을 회상하며 출발한다. 지금은 흔적이 사라져버린 초량 뒷길의 남선창고는 부산 최초의 창고로서 많은 사연들이 숨어 있다.

함경도 지역 명태들을 가져와 이 창고에 보관하며 유통시켰다는 사연에서 '명태 고방'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곳 옆에는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 병원인 백제병원을 만날 수 있다. 현재까지 건물이 남아 있어 그야 말로 역사의 더께가 쌓여 있는 곳이다.

청나라 사람들을 위한 치외법권 지역인 청관을 지나면 일본 사람들이 영선산을 깎아 만든 영선아파트가 있고 한국 최초의 영화 제작소였던 조선키네마 주식회사 터에도 재미난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6. 읍성을 따라가는 동래 역사길


충렬사~동장대~인생문~북장대~북문~서장대~동래항교~송공단~동래부 동헌

 

동래 읍성의 성터를 따라 걷는 길이다. 충렬사를 출발해 뒤쪽 산에 자리잡은 망루 동장대로 올라간다. 동장대 길을 따라 걸으면 복천박물관과 맞닿은 길 위에 인생문을 만난다. 인생문을 지나면 사람을 위한 길이 아니라 차를 위한 바쁜 길(?)로 바뀌어 아쉬움이 많다. 복천박물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북장대, 북문, 서장대를 차례로 만나며 전통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동래향교까지 이른다. 동래항교를 따라 동래 시장에 이르면 송상현 장군을 모신 송공단을 만난다.

송상현 장군에 대한 역사적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듯 싶다. 그러나 송공단이 좀 더 의미있게 다가 오는 건 임진왜란 때 목숨을 걸며 왜군과 싸웠던 노비를 기린 비석이 있다는 점이다. 반상의 규율이 엄격했던 시절임에도 노비를 위해 비석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동래부 동헌이 있던 자리까지 돌아보고 나면 동래의 역사 코스가 완성된다.

-<부산일보>, 2009.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