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일몰제로 좌불안석인 지자체들
'도시공원일몰제'란 정부, 지자체 등이 공원을 설립하고자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사유지를 20년이 넘도록 도시공원으로 조성하지 않을 경우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이다. 즉, 지자체가 도시계획시설(공원, 도로, 철도, 학교 등)로 지정한 사유지를 20년이 넘도록 매입하지 않고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될 경우, 공원으로서 기능을 상실시켜 토지 소유주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자료 : 국토교통부, 한국일보
과거 지자체들은 도시계획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예산을 들여 도로를 내고, 학교를 지었지만 유독 도시공원은 조성계획이 계속 뒤로 밀리면서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사유지 매입을 제때 하지 못했다. 이에 공원부지 내 토지 소유주들은 자신들의 땅이 장기간 방치된 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넋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1999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지자체가 개인 소유의 땅에 도시계획시설을 짓기로 하고 장기간 이를 집행하지 않으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도시계획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 그 단초가 된 것이다. 따라서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토지에 대해 공원 조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를 해제하는 ‘도시공원일몰제’ 상한 기간이 2020년 6월 30일이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예산 마련에 대한 어려움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대책을 미루다 기간이 임박함에 따라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뽀족한 해결책 없이 각 지자체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말죽거리 근리공원의 한 토지주는 “서울시가 도로에 인접한 극히 일부의 토지만 따로 사들여 그 뒤쪽 지역을 맹지로 만들고, 이를 통해 토지 가격을 떨어트린 후 매입하려는 꼼수를 부린다”고 주장하는 반면, 서울시는 “당연히 매입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여건이 안되는 상황에서 단계적으로 이를 수용하기 위함일 뿐”이라며 반박하면서 토지 소유주와 지자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양 측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한 관계자는 일몰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지정은 중앙부처에서 해놓고 관리는 지자체에서 알아서 하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실효 대응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20년 7월 일몰(실효)되는 도시공원 가운데 사유지 40.3㎢를 모두 매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방정부가 미집행된 도시공원의 사유지 전체를 사들이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2020년 7월 1일부터 공원에서 해제되는 서울 시내 도시공원은 모두 116곳이다. 서울시를 비롯해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예산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서울시는 토지를 분할해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와 토지주들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금이라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의 책임에서 국가가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동안 도시공원 지정 토지주들은 재산세 등을 내며 개인 땅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왔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처럼 더 이상 이를 국가가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실제로 서울시 관계자는 일몰제로 토지주와 지자체의 갈등이 일어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도시공원 지정은 당시 국가에서 하고, 이에 대한 예산과 관리는 중앙부처에서 지자체에 떠넘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도시공원 지정 토지에 대해 당연히 모두 사줘야 하는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매입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해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가에서 도시공원 토지를 지정했으면 중앙부처가 매입을 하고 지자체에 넘겼어야 하는데, 지정만 하고 토지 매입과 공원시설 건립은 지자체에서 알아서 하라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한 “우리가 내는 세금의 대부분은 중앙부처로 들어가고, 지자체는 중앙부처에서 예산을 찾아서 쓰는 게 대부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토지를 매입하고 공원을 만들려면 관리비와 공사비도 발생하는데, 도시공원 토지 지정은 중앙부처에서 하고 이와 관련한 지원은 한푼도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래놓고 헌제판결이 난 이후 20년 동안 뭐했냐고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예산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연합뉴스>
부산의 도시공원일몰제는 해결책이 있나?
코 앞에 다가온 도시공원일몰제를 앞두고 이제서야 부산시도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지만 다른 지자체처럼 뾰족한 해결책은 없어보인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얼마 전 황령산봉수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난개발 방지와 시민행복 공간 확보’를 위해 도시공원일몰제 대상 공원을 지켜내겠다고 밝혔지만 물음표만 가득하다.
현재 부산에는 공원 54곳, 유원지 11곳, 녹지 25곳 등 모두 90곳 74.56㎢가 도시공원일몰제 대상이다. 부산시는 올해 이기대공원, 청사포공원, 에덴유원지 등 매입비 380억원을 편성해 일몰제 대상 사유지 매입을 추진 중이다. 그리고 2022년까지 매년 1000억 원가량 확보해 모두 4천420억원의 재정을 공원일몰제 대상 사유지 매입에 사용할 계획이다. 재정투입분 4420억원은 시 자체예산으로 최대한 조달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지방채를 발행하거나 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은행제도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부산시는 일몰제 대상 사유지의 30%를 개발하고 나머지 70%는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는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비(토지보상비·공원조성비 등) 6200억 원가량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부산에서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대상으로 확정된 곳은 온천공원, 명장공원, 동래사적공원, 사상공원, 덕천공원 등 5곳 2.25㎢이다. 부산시는 재정 투입 외에도 개발제한구역 등 법령과 제도에 의한 규제, 국·공유지 공원재지정, 국가예산 차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원일몰제에 대비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부족한 도시공원을 확충하고 미세먼지 저감과 도심 열섬화 방지를 위해 강과 산을 잇는 그린 네트워크 사업을 펼치는 등 공원과 녹지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국제신문>
최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평가와 대안 로드맵’ 세미나를 보면, 일몰제에 대한 정부의 자세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관련 부처들이 대부분 참석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오지 않았다. 발제자나 토론자 공히 국토교통부를 질타했다. 전국시민행동 관계자의 범정부대책기구가 있느냐는 물음에 국토부 녹색도시과장은 없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아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예컨대 도시공원 일몰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국 시민사회환경단체 실무책임자와 대통령 간담회에서도 국정과제가 아니기 때문에 의제 채택이 되지 못했다. 중앙부처가 외면하고 방치하는 도시공원 일몰제의 심각한 상황을 혹이라도 짧은 시간 대통령께 직접 건의하고자 했던 바람조차도 무산됐다. 대통령은 일몰제로부터 눈과 귀를 닫은 걸까. 그렇지 않을 거다. 전달 통로의 부재나 관련 부처의 보고 누락에 더하여 중앙 언론의 소극적 보도 태도 등이 한몫했다고 본다.
현재대로라면 정부는 답이 없다. 오히려 국토부는 일몰 해제를 종용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와 환경단체가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국·공유지 존치도 국토부는 선해제 재지정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일몰 대상 중 국·공유지는 전국적으로 26%를 차지하고 부산은 50% 수준이다. 어떻게 보면 국가가 도시공원 부지를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땅을 팔아먹기에 급급한 것이 중앙부처다. 지자체에 따라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국·공유지 존치만으로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 50% 국비 지원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국토부는 일몰제 대책이라며 지방채 발행 이자의 50%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 실적은 전국적으로 79억 원에 불과하다. 주지하다시피 현행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 대 2이며, 평균 재정자립도는 55.8%이지만 30% 미만이 수두룩하다. 앞가림하기도 벅찬데 수조 원의 돈을 마련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이런 구조라면 20년은 고사하고 100년이 가도 불가능한 일이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2019.3.29자 부산일보 기고 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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