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읽다/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

26. 부동산에 뛰어든 인문학-부동산 투자의 90%는 심리전이다

김부현(김중순) 2019. 6. 19. 11:09

“만약 주식을 소유한 사람이 심리적 혹은 경제적 압박감으로 주식을 매도 하려고 하는데, 돈을 가진 매수자는 매수할 마음은 있지만 꼭 사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다면 그 주식은 떨어진다. 그러나 돈을 가진 사람이 급하게 매물을 찾고 주식을 가진 사람이 당장 팔아야 할 압박감이 없다면 주식은 상승한다.”

 

 

‘투자의 대부’로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Andre Kostolany의 저서 <투자는 심리게임이다>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 ‘주식’을 ‘부동산’으로 바꾸어도 별 차이가 없다.

결국 주식시장이든 부동산시장이든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돈+심리’로 대별된다.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부동산은 인간의 욕망을 담고 있는 풍선과도 같다. 욕망의 크기에 따라 풍선이 부풀어 터지기도 하고 쪼그라들기도 한다.

대부분 워렌 버핏이나 피터 린치라는 이름은 익히 들어봤겠지만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생소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우상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헝가리 출생으로 철학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유럽의 버핏', '투자의 신'으로 불리지만 그가 투자의 신이 되기까지는 두 번의 파산을 겪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출간된 그의 투자총서 3권,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실전투자강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인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곁에 두어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그의 책은 단순히 주식시장의 지식을 전달하지는 않는다. 화려한 문체와 철학을 전공한 덕분인지 인문학적 식견을 토대로 투자와 인간심리를 능수능란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한 편의 문학이자 소설 같은 책이다.

 

또한 그는 “투자는 내가 똑똑해서 수익을 내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음으로 더 큰 수익을 낸다.”고 했다. 따라서 똑똑하지는 못할지언정 어리석지는 않을 정도의 공부는 필요하다. 물론 공부를 많이 해도 투자에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공부를 하지 않으면 대개의 경우 실패로 귀결된다. 그 공부의 정점은 결국 심리학이다. 투자에서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경제학의 기초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 그리고 '심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의 지표나 통계와 같은 기술적 정보도 중요하지만 결국 심리가 부동산 시장의 큰 흐름을 결정한다는 것이 이른바 ‘투자의 귀재’들이 강조하는 것이다.

결국 돈이란 다른 사람의 호주머니에서 강제성 없이 내 호주머니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자발적으로 돈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자세히 보라. 위대한 투자자는 위대한 인문학자다. 위대한 투자자들에게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학습 DNA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책상에 앉아 정해진 시간에 하는 공부가 아닌 '일상으로서의 학습'이다. 앞서간 사람들의 경험과 이론에 살을 붙이고 색을 칠해서 자신만의 투자 철학과 기준을 만든다. 그 어떤 학습도 처음에는 다른 사람을 따라하면서 시작된다. 모방에서 출발하여 노력과 시간이 축적되면 비로소 자신만의 창조가 나온다.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청년들에게 경영학은 금방 배울 수 있으니 인문학을 전공하기를 권유한 일화는 유명하다.

따라서 투자의 고수들은 심리학이나 인문학 공부를 하지만 초보들은 부동산 지표나 통계를 공부한다. 기업실적이 뛰어난 미국 CEO들은 인문학 책을 끼고 다니지만 우리나라 CEO들은 경영학 책을 끼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결코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물론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은 차트를, 그리고 부동산 시장의 투자자들은 지표나 통계로 대별되는 기술적 정보를 활용한다. 모르긴 몰라도 투자의 귀재들도 이러한 기술적 정보들을 활용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적 정보들을 보조자료로 보느냐, 아니면 의사결정의 핵심자료로 삼느냐이다. 물론 기술적 정보들은 사람들의 어제와 오늘의 움직임이 어떠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 뿐이다. 그것으로 끝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내일의 정보로 활용하고 있다면 그것은 짝퉁 정보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수학적으로 정말 정확하게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주식시장도 부동산 시장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 심리라는 불확실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허가난 도박장’, ‘자본주의의 꽃’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부동산 투자에서 기술적 정보로 부자가 되었다는 사람을 본 적도 없고 만난 적도 없다. 내가 아는 한 기술적 정보를 맹신한 사람들은 한 두 번 운 좋게 돈을 벌기도 했지만 머지않아 모두 거지가 되었다. 그래서 증권시장에서는 차트를 분석하여 밥벌이 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젊어서는 전문가, 늙어서는 거지’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증권사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단타매매자들의 수수료다. 부동산 역시 장기보유가 원칙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큰돈을 번 억만장자는 “내가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결코 분별력 때문이 아니다. 항상 시장에서 꾸준하게 오래 버틴 결과이다.”라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성격이 급하기로 유명하다. 지구촌에서 둘째 가라면 서럽다. 그 덕분에 전쟁의 폐허속에서 급속한 산업화를 통해 먹고 사는 걱정에서 탈출했고, 겉으로 보기에는 민주화도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햇빛이 있으면 그늘이 생기는 법, 머리는 복잡해지고 마음은 텅텅 비어 가고 있다. 그 여파로 조현병, 치매 등 정신과 마음을 앓는 병이 증가하고, 자살율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혼자 죽지 않고 가장이라는 허무맹랑한 논리를 내세워 아이들과 함께 죽는다.

   거기다 세상은 그간 우리의 산업화를 이끈 성공한 방법들을 모두 버리라고 하지만 우리는 들은 척도 않는다. 방법을 새롭게 바꾸는 차원이 아닌 구조적인 개혁을 요구하지만 대부분 겉포장에만 혈안이다. 청년들의 능력은 하나같이 스티브 잡스 수준이지만 이들을 받아들일 일자리는 태부족이다. 나이와 경험이라는 현란한 포장지로 포장을 한 기성세대들이 주요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그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무기는 ‘경험’이다. 솔직히 그들이 말하는 경험은 더 이상 지식도 지혜도 아니다. 그들의 경험은 이미 기계가 대부분 대체하고 있다. 단지 먼저 태어났기 때문에 앞서 경험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렇듯 스피드로 무장한 우리의 국민성이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른 산업화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이제 그 스피드에 기반했던 산업화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성공의 이유와 실패의 이유가 같다는 말이 있다. 결혼한 이유와 이혼하는 이유도 같다고 한다. 과묵한 성격에 끌려 결혼했지만 과묵함 때문에 이혼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초스피드 산업화를 이루다 보니 우리도 모르는 사이 다른 선진국들은 우리들에게 온갖 임상실험 같은 짓을 하고 있다. 새로운 물건이나 휴대폰, 자동차가 나오면 가장 먼저 우리나라 사람들을 상대로 테스트를 하고 실험을 한다. 생뚱맞은 ‘얼리어답터’니, ‘변화적응력’이 높다느니 하는 그럴듯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말이다. 모두가 급하다 보니 다른 나라들처럼 오래된 식당 하나 제대로 없고 명품 하나 없다. 이러한 성급한 국민성 탓에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에서 유독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다.  

  그리고 고스톱이든, 포커게임이던, 주식투자든 부동산투자든 투자에 있어서 최대의 불행은 첫 투자에서 돈을 땄을 때이다. 왜냐하면 그 다음에 그는 미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없이 했는데 덜컥 돈을 따다 보니 ‘별 게 아니다’라는 건방진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정상적인 가치판단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주식투자 붐이 일었던 과거 은행 대리 때 월급을 반쯤 털어 모아 귀동냥으로 닥치는 대로 주식을 사 모으던 시절에는 미친 인간으로 변해 있었다. 주식의 ‘주’자도 모르고 투자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사 놓기만 하면 주식전광판이 파랗게 변하는데 굳이 머리 싸매고 주식차트 공부를 할 필요가 없었다.  매일 매일 시세판을 보며 점심도 주식시장이 문을 닫은 3시에 먹곤 했다. 술자리가 많아지고 씀씀이는 커져만 갔다. 일상은 헝클어졌고 월급은 하찮게 느껴졌고 업무가 제대로 될리도 만무했다. 그러나 불과 1년 6개월만에 빈털털이가 되었고 전직을 했다. 그 후로는 주식시장 근처에는 얼씬거리지도 않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정도에서 멈춘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한다. 대출까지 받아 그야말로 알거지가 된 동료들도 있었으니까. 우스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돈을 벌었을 때는 떠벌리고 다니지만 돈을 잃었을 땐 입을 닫는다. 그들은 항상 발바닥에서 사서 머리꼭대기에서 팔았다고 한다. 스스로를 천재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허풍쟁이라 생각한다. 지금 돌이켜봐도 추억이라고 하기엔 그저 가슴이 시릴 뿐이다. 그로부터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부동산 일을 하지만 당시의 실패를 거울 삼아 기반을 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주식시장과 그 바탕이나 큰 흐름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만나는 사람들마다 문재인 정부들어 부동산 규제책이 연이어 발표되고 대출도 막히는 통에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불확실하다고들 한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언론들은 일제히 절망적인 기사들로 대중들을 선동한다. 이에 대중들은 가랑비에 옷젖듯 빠져든다. 물론 정부정책이나 대출, 금리와 같은 지표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돌이켜 보라. 부동산 시장이 과연 평안했고 확실한 적이 있었던가. 늘 상승과 하락의 시소를 타왔다. 부동산 시장이 확실하고 가격이 상승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부동산시장이 아니다. 이같이 겉으로 드러난 정책이나 지표보다는 오히려 투자자들 스스로가 떼로 모여 뉴스에 부하뇌동하고 시시콜콜한 잡담으로 시장을 흐리는 것이 진짜 문제다. 그렇게 흙탕물을 만들어 놓고 낚시를 하려니 고기가 잡힐리 만무하다.  거듭 말하지만 증권시장이든 부동산 시장이든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이 존재하는 게 당연하다. 거래량이 증가하면 대중들이 몰려 오를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정반대다. 거래양 증가는 폭락의 전조증상이다. 객장에 아기를 엎은 아주머니들이 나타나면 끝물이라는 격언이 있지 않은가.

 

   시장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이때다 싶어 요란하게 등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결국 신의 영역이다. 그러한 신의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주식시장, 부동산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전문가는 과거의 현상에 대한 전문가이지 미래의 전문가는 아니다. 과거와 달리 정보가 시시각각 변화는 통에 전문가가 존재하기가 어렵다.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전문가에서 ‘ㄴ’받침 하나만 빼면 아무 것도 모르는 전무가가 된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코스톨라니는 이렇게 일갈했다.

 

“전문가들은 두 눈을 가린 검투사와 같다.

이들의 예측은 거의 설득력이 없고 현란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어쩌다 맞출 수는 있지만 원숭이보다 확률이 낮다.

따라서 믿을 게 못 된다.

그들의 주고객은 투자의 새내기들 뿐이다.

그들의 말 중 90% 이상이 광고나 조작이다.”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의 역사 역시, 밀물과 썰물처럼 상승과 하락, 폭락과 폭등의 반복이었다. 밀물과 썰물은 정확하게 예측이 가능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상승과 하락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그 기저에 사람들의 종잡을 수 없는 심리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부동산은 더 이상 부동산이 아니라 동산화動産化되고 있다. 인간의 필요나 욕망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사회 수준이나 경제 성장 속도에 따라 변한다. 영원할 것 같았던 ‘합리적 경제인’이라는 정통 경제학의 명제는 경제학자가 아닌 심리학자에 의해 처참히 무너졌다. 경제와 관련하여 인간은 결코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그 어떤 수치나 기술도 결국 산출된 답을 해석하는 데서 가치가 발현된다. 기술이나 통계는 무결점 완성체가 아니다. 충분히 편향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 기술과 통계의 결점을 보완하는 데 사람의 분석과 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아가 데이터를 정교하게 활용하고 의미있게 적용하는 데도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단순히 데이터만 쫓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데이터와 함께 반드시 인문학이 병행돼야 하며, 인문학의 가치가 충분히 인정돼야 데이터도 빛을 발한다. 부동산이 직면한 여러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면 데이터뿐 아니라 인간적 맥락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필요하다. 기술이나 데이터가 지금보다 좀 더 인류와 의 공존을 위해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그 중심에 인문학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물론 수치화된 지표가인간심리를 반영한 결과일 수 있지만 그것은 합리적 시장이거나 이성적 판단을 한다는 전제에서 가능하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이 정부정책도 별 약발이 없고 비이성적 과열 시장으로 요동치는 것도 지나치게 지표와 수치에 매몰된 나머지 그 너머의 인간행동과 심리를 간과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게 못으로 보이고 도끼를 든 사람에게는 장작만 보인다. 어떤 분야이건 핵심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인문학적 시각이 가미되어야 길러질 수 있다. 부동산 시장도 지표나 입지 같은 하드웨어적 시장에서 심리나 사람을 중시하는 소프트웨어적 시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군중심리학>의 저자 구스타브 르봉은 "대중은 무지하다"고 일갈했다. 그는 천재들 100명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으면 이들은 이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감정에 의해 지배된다고 한다. 인간은 이성적 동물인 동시에 감정적 동물이지만 돈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대개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 증권회사 애널리스트인 A는 몇 날 며칠 시장을 분석하고 고민하다 내일은 반드시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팔겠다고 다짐을 했다.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한 그는 객장에 가득한 사람들을 보고 시장이 여전히 낙관적이라 생각하고 주식을 파는 대신 더 산다. 이성이 아닌 감정에 지배를 받는 것이다. 진정한 투자자는 생각이 깊은 사람이다. 미쳐 날뛰는 군중들과 인터넷 가격정보로부터 떨어져 있어야 한다. 증권사나 언론, 네이버부동산에서 알려주는 기계적인 가격에 집중하는 사람은 결코 큰 돈을 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