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읽다/부동산스토리

63. 조정지역 지정은 동단위로 세분화해야 한다

김부현(김중순) 2020. 11. 29. 11:02

조정대상지역(조정지역)은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과 더불어 부동산 규제대책의 3대 축이다. 부산도 2020년 11월 20일자로 해운대, 수영 등 5곳이 조정지역으로 재지정되었다. 조정지역으로 지정되면 대출규제와 다주택중과, 비과세를 위한 거주요건 등의 규제가 가해진다. 통계를 보면, 역대 정부의 부동산 규제대책의 효과는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정부도 일시적인 대책이라는 걸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왜 규제지역 지정을 반복하는 것일까. 일시적이나마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서 일시적으로나마 효과가 있는 게 부동산 규제 대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금동원력이 풍부한 사람들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요, 공염불일 뿐이다.

 

아무튼 부산의 조정지역 재지정을 두고 말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조정지역을 구단위로 뭉텅거려 지정하다보니 애꿎은 피해자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조정지역으로 지정된 해운대, 수영이라고 모든 동네가 집값이 오른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같은 구에서도 동별로 편차가 심하다보니 상대적 박탈감이 큰 동네가 속출하고 있다.

 

수영구 망미동의 어떤 아파트는 불장에도 불구하고 1년간 겨우 3천만 원 오르는데 그쳤고 그나마 거래도 활발하지 않았는데도 조정지역으로 지정되자 반발이 거세다. 해운대의 경우 반송동, 반여동 등도 집값은 별로 오르지 않았지만 해운대라는 이유만으로 조정지역에 포함되자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www.hankyung.com/realestate/article/202011280917e

 

"4년간 1000만원 올랐는데 규제지역이라니"…불만 속출하는 부산

"4년간 1000만원 올랐는데 규제지역이라니"…불만 속출하는 부산, 수영·해운대구 일부 지역 "몇년째 집값 그대로" 세부 행정구역 따라 집값 편차 커 규제 지정 단위 시·자치구다보니…지역주민

www.hankyung.com

 

그럼 왜 정부는 조정지역을 동단위로 세분화하지 않는 것일까? 먼저 행정편의와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동별로 핀셋 규제를 하려면 행정력 낭비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파트 단지별로는 할 수 없다하더라도 최소한 동별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또 다른 이유는 정부에서 주택가격동향 수집 단위를 구별로 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9월말, 늦어도 10월 중 읍·면·동 단위 행정구역에 대한 주택가격동향 상세 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정부는 시·군·구 단위의 주택가격동향 조사를 해왔다. 따라서 그동안은 동별로 핀셋 규제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던 것이다. 늦었지만 읍·면·동 단위의 정규 예산을 공식적으로 편성해 주택가격동향을 조사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정부가 이처럼 읍·면·동 단위의 주택가격동향을 지표화하는 이유는 결국 투기과열지구와 조정지역 등 규제지역의 지정과 해제를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주택 시장의 가격변동 폭이 전혀 다른데도 같은 도(道)나 구(區) 안에 있다는 이유로 규제지역에 묶여 주민들의 반발을 사는 지역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동단위로 세분화하면 지금보다는 지정과 해제가 용이해질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동단위로 세분화되면 말이 없을까? 그 이후에는 동단위가 아닌 아파트 단지별로 더 세분화하라는 요구가 나올 것이다. 같은 동이라도 인근 아파트 단지와 가격 차이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머리는 아프겠지만 애꿎은 1명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금번 부산의 조정지역 재지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정작 해당 지역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처음 지정때와는 달리 학습효과도 있었고 또 어느 정도 예상했던 터라 시장의 충격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제 관심사는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인지, 조정지역으로 재지정된 곳이 언제 해제될 것인지에 관심이 몰린다.

 

추가 조치로는 해운대나 수영이 투기과열지구로 더 강화될 것인지와 현재 지정된 조정지역이 언제 풀릴지 여부다. 해운대 등은 조정지역 지정에 따른 효과가 미미할 경우 투기과열지구 지정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지정된 조정지역은 당분간 해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라는 정치변수보다는 실제 수치적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한 해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도 학습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작년 조정지역 해제 후 1년간 부산 부동산시장의 소용돌이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조정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조정지역으로 추가 지정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추가 지정된다면 1순위는 정량적 수치만 봐도 부산진구가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제로금리로 인한 사상 최대의 유동자금 규모만 보더라도 일부 지역, 단지의 아파트 가격은 불패신화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엘씨티, 마린씨티, 남천삼익비치, 시민공원촉진을 비롯하여 에코델타시티가 '똘똘한 한 채'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누가 부산의 대장이 될 것인가? 어느 아파트가 평당 1억을 먼저 찍을지가 관심사이지 조정지역 여부는 큰 관심사가 아니다. 이미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나서 규제로 통제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났다고 봐야 한다. 욕망으로 점철된 인간 심리가 그 저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와 통제는 인간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일 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욕망은 이성 그 너머에 있는 인간 본성이다. <사진 : 엘씨티, 남천삼익그랑자이더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