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읽다/부동산스토리

62. 서울의 부자들은 한강변으로 모이고, 부산의 부자들은 바닷가로 모인다

김부현(김중순) 2020. 10. 27. 15:42

오랫동안 부동산 시장을 지배해온 원칙이 있다.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라는 말이다. 부동산의 물리적, 외형적 측면인 부동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만 실제 아파트 가격은 입지, 학군, 역세권, 로열층 등으로 결정되고 그것이 프리미엄과 집값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이제 부동성의 입지 외에 인간 심리와 욕망 등과 같은 객관적 측정이 불가능한 측면들이 아파트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인천공항에 내려 영종대교를 거쳐 올림픽대로를 타고 오면서 가장 먼저 놀라는 것이 한강변을 따라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다. 그중 대표적인 사람이 우리나라를 일컬어 ‘아파트공화국’이라고 불렀던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다. 그녀는 한강변을 따라 자리 잡은 아파트들과 어우러진 경치를 보는 순간 한국의 아파트에 매료되어 박사학위까지 받은 인물이다. 자신이 살던 곳과 너무 다른 주거문화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10년간 서울의 아파트 문제만을 파고 들어 우리보다 더 아파트를 잘 아는 인물이 되었다. 실제 국내 유수의 기관에서 강연 러브콜을 꾸준히 받고 있고 각종 학회 등에도 참석할 정도다.

 

우리는 한강변이 아파트 숲으로 변하는 것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외국인들의 눈에는 하나의 작품이다. 혹자는 아파트 공화국이라며 빈정대기도 하지만, 아파트 공화국이 어때서? 우리가 아파트를 선호해서 대도시 국민의 60%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주택 역사의 산물이자 문화로 보는 것이 옳다. 아파트는 한강의 기적, 압축 산업화와 현대화의 산물, 우리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이다. 단순히 주거 그 이상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부자학>의 저자 와틀즈는 “부에 대한 욕망 자체가 인간의 생명력”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어쩌면 부에 대한 욕망은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부에 대한 욕망이 없었다면 자본주의의 역사는 지금처럼 진일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자들 사이에서는 입지나 학군보다‘조망’과 ‘물’을 중시하는 트랜드를 보이고 있다. 조망권과 물이 곧 돈이자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가치 판단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제 부자들은 물가로 모인다.

Water+View=Rich. 최근 들어 바다나 강이 보이는 물가의 조망권이 고급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조망권=프리미엄=부의 가치’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같은 지역이라도 ‘물+조망’ 여부에 따라 많게는 수억 원 이상의 가격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법원 판결에서도 ‘조망권이 주택가격의 약 20%를 차지한다’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어 조망권의 가치를 법적으로도 인정한 바 있다.

 

 

서울 한강

 

조망권 프리미엄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2016년 창원대학교 대학원에서 발표된 경영학 박사학위 논문 ‘내륙도시와 해안 도시의 조망권 가치 비교 연구-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2016년, 정태윤)에 따르면 내륙도시인 서울에서는 산 조망권(11.89%)보다 강 조망권(18.19%)의 프리미엄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수도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은 서울의 브랜드와 가치를 높이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강은 강 양쪽에 늘어선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는 핵심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강이 가까우냐 아니냐에 따라, 한강이 보이느냐 아니냐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천양지차를 보이는 것만 봐도 그렇다. 결국 한강이 부동산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으로 등장한 것이다.

 

 

한강변 아크로리버파크

 

해안 도시인 부산은 어떨까?

바다와 접한 부산 해운대의 경우, 바다 조망권이 무려 47.91%까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된다고 보았다. 부산에서는 산 조망권(-10.49%)이나 강 조망권(8.21%)보다도 바다 조망권(22.66%)이 아파트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해운대 엘씨티

 

 

해운대 엘씨티에서 본 마린시티

 

실제로 주택시장에서는 강이나, 바다 조망이 가능한 단지들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포동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시세를 이끌어가던 랜드마크 ‘반포자이’가 한강 조망이 일품인 ‘아크로리버파크’에게 랜드마크 자리를 내줬을 정도로 물조망권이 각광 받고 있다. 부산 역시 해운대 바닷가의 엘씨티아파트는 40억을 호가하고 있다.

동백섬 인근 마린시티 역시 신고가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게다가 광안리 해수욕장 앞 남천삼익비치 재건축단지도 평당 4천만 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고, 핵심 바닷가 라인은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한강변 아파트와 부산 바닷가 아파트가 연일 고공행진을 하는 것처럼 선진국 강변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남천삼익재건축-그랑자이더비치 조감도.GS

 

미국 뉴욕의 허드슨강(Hudson River)과 영국 템즈강(Thames River), 프랑스 파리 세느강(Seine River) 역시 도심을 흐르는 강으로 강변에는 수많은 주택가들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적인 도시에다 경관이 빼어난 만큼 강변 아파트들의 시세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비싸다. 층수와 전용면적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저 20억 원에서 최고 2500억 원까지 형성돼 있다고 한다.(이코노믹리뷰, 2017.8.21.)

 

미국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와 허드슨강 주변에 들어선 주상복합타운은 전 세계의 부자들이 입주하는 부촌의 입지를 굳힌 지 오래다. 미국 뉴욕주 동부를 흐르는 허드슨강은 하구에서 뉴욕주와 뉴저지주의 경계를 지나 뉴욕만으로 들어간다. 맨해튼 허드슨강변의 중간 사이즈(전용면적 66㎡) 아파트의 경우 평균 15억~20억원 초반대에서 거래된다. 침실 하나와 화장실, 거실로 구성된 아파트로 한국에서는 소형 아파트다.

 

템즈강 역시 영국 아파트 값을 치솟게 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영국 잉글랜드 중남부를 흐르는 템즈강은 길이 336㎞, 유역면적 1만3400㎢로 영국의 수도 런던은 이 강을 끼고 양안에 발달했다. 런던 나이츠 브릿지에 위치한 아파트 ‘원 하이드 파크(One Hyde Park)는 템즈강 조망권 덕택에 비싸기로 소문난 아파트다. 86세대가 입주한 이 아파트 매매가는 이미 2013년에 2억3700만달러(한화 2500억원)를 기록했다. 영국 수퍼리치들이 거주하는 대표 지역인 켄싱턴 남쪽 위치하고 있는 데다 인근에는 하이드파크와 켄싱턴 가든을 비롯해 템즈강이 흐르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세느강변은 역사가 오래된 건축물들과 현대에 새롭게 건축된 독창적인 건물들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역사적‧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1991년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세느강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아파트들은 2000년대부터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매물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팔리는 인기몰이를 했다. 아파트 매매가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2000년대 세느강변 아파트들의 평균 매매가는 전용면적 247㎡가 267만유로(36억원)였다.

 

그리고 부산에서 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물의 도시, 한국의 베네치아, 미래의 스마트시티를 꿈꾸는 에코델타시티다. 그 어떤 수식어가 붙어도 어색하지 않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세 줄기의 강이 모이는 세물머리를 중심으로 첨단산업과 AI기술이 접목된 스마트시티 주택단지와 공동주택이 들어설 미래의 첨단신도시다.

 

 

한국의 베네치아, 에코델타시티

 

또한 부산 역사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인 원도심의 북항재개발로 인한 '바다뷰+조망'이 가능한 북항 일대도 주목해볼 지역이다. 오랫동안 부산항의 배후 역할을 해왔지만 슬럼화되어 화려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우암~감만 부두가 이전하고 영도 앞바다가 정리되면 북항과 연결되는 원도심 최대의 아름다운 바다라인을 형성하게 된다. 그 바닷가를 따라 들어서는 아파트단지는 명품주거단지로 변신할 것이다.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곳이다.

 

 

 

인간이 강, 바다, 하천가에 거주하고 싶은 욕망은 진작부터 있었다.

일찍이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에서 거친 파도가 유능한 사공을 만든다고 했다. 실제 고대문명과 세계 종교의 발상지는 하나같이 광야의 쓸모없는 황무지 땅이었다. 6천여 년 전 이집트 문명을 일으킨 민족은 아프리카 북쪽에서 수렵생활을 하던 사람들이었다. 강우 전선이 북쪽으로 이동하게 되자 살던 곳이 모두 사막화되면서 세 부족으로 뿔뿔이 흩어져 모두 사라졌지만 맹수와 독사들이 우글거리는 나일강 지역으로 이동하여 농경과 목축, 어업으로 생활방식을 새롭게 바꾼 부족들은 찬란한 이집트 문명을 만들어냈다.

나일강의 범람 시기를 알아내기 위해 천문학과 태양력을 발전시켰고, 나일강이 범람했다가 물이 빠지면 온통 쑥대밭으로 변하는 토지를 나누기 위해 기하학과 측량술이 발달했다. 나일강 범람을 막기 위한 제방술도 발달했다. 나일강의 거친 환경과 싸우다 보니 찬란한 인류사적 문명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물은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했고 인류의 DNA에는 물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에서도 ‘2025년 이후 미래 주거트랜드’에 대해 발표했는데 결과를 보면, 집을 구매하는 데 있어서 바다 또는 강+조망의 주거쾌적성이 35%로 최우선 고려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들은 쾌적성을 중시하는 반면 그 자녀들인 에코세대는 직주근접,학군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쾌적성이 미래의 주거트랜드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한강변, 부산은 바다+광안대교 조망이 좋은 아파트일수록 가격오름세가 가파르다. 해수남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다와 조망이 가능한 희소성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