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읽다/부동산자료

인구가 감소해도 집값이 하락하지 않는 이유

김부현(김중순) 2023. 1. 18. 16:37

우리나라의 인구수 정점은 2020년이었다. 향후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보기 때문에 2020년 인구를 최고치로 봐도 무방하다. 2020년 5,180만명이었다가 2021년 19만명, 2022년 20만명이 감소해 5,140만명이다. 문제는 갈수록 감소폭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데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까지 줄어든다면 경제 전반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생산가능인구는 전체 인구에서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만 솎아내 산출한 통계다. 그런데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마당에, 60대는 청춘이라는 판국에, 65세가 되면 일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게 말이 되나 싶다. 생산가능인구 중에서도 현역군인, 의무경찰, 공익근무요원, 형이 확정된 수감자 등을 제외하면 72.9%, 3,561만명 정도만 실제 생산가능인구다.

언급했듯이 인구감소 그 자체는 분명 경제 전반에 부정적 요인이 되지만, 집으로 한정할 경우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집값이 내린다, 아니다. 인구가 줄어도 곧장 집값이 하락하지 않는다 등등....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하면 정말 집값이 하락할까? 인구감소가 집값하락에 영향을 준다면, 집값하락을 상쇄할만한 요인이 있다면 집값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구감소에 따른 집값하락을 상쇄해줄 요인들을 보자.

 

1. 공급이 부족하다.

 

필수재인 집, 우리나라 집값은 워낙 고가여서 공급과잉시 경제 충격을 고려해 정부와 건설사가 공급을 일정수준으로 조절하는 측면이 있다. 인구감소를 논하기 전에 우리나라는 집 자체가 부족했고 현재도 부족한 상태다. 자유시장경제하에서는 대개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지만 집은 좀 다르다. 엄청난 공급과잉 상태라면 인구가 줄면 집값이 하락한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집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정부에서 지나치게 공급을 통제한 결과 늘 공급이 부족했고, 그러다 보니 그동안 집값이 올랐던 것이다. 

우리나라 집이 부족한 단적인 예로 OECD 기준을 보자. 질적 측면을 반영한 주택공급의 적정량을 산출하는 통계는 OECD 기준인 '인구 1000명당 주택수'이다. OECD에서는 1000명당 462채를 적정수준으로 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인구1000명당 주택수'(2021년)는 423.6채, 서울은 402.4채 수준에 불과하다. OECD 기준 462채에는 40채가 부족하다. 40채는 작은 수치가 아니다. 이를 우리나라 5천만 명에 대입해 보면, 200만 채의 주택이 부족하다. 200만 채는 서울의 전체 아파트 171만 채보다 더 많은 수치다. 현실화 되기는 어렵겠지만 어쨌던 집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2. 평균수명이 늘어난다.

 

평균 수명도 집값에 영향을 준다. 과거에는 평균 수명이 60~70세 였지만, 갈수록 수명은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 수명주기를 30년으로 가정할 경우, 60세에 사망한다면 평생 2채의 아파트가 필요하지만, 90세에 사망한다면 3채가 필요하다. 따라서 수명 연장은 주택수요를 늘리는 측면이 있다. 

 

3. 은퇴자들이 주택수요층이다.

 

우리나라 통계는 15~64세를 생산가능인구로 분류한다. 즉 65세부터는 일 안하고 놀고 먹는 백수로 보는 것이다. 65세가 넘어도 여전히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인구가 감소하면 집값이 폭락한다는 측에서는 일본을 자주 언급한다.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알수는 없다. 그러나 일본의 부동산 버블은 우리와는 출발 자체가 다르다. 일본은 기업들이 제품생산은 뒷전이고 상업용 빌딩을 매입하는 데 열을 올렸다. 당시 일본 은행들은 감정평가액의 120%까지 대출을 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내 돈 한 푼 안들이고 빌딩을 사재기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상업용 빌딩이 아닌 주거의 필수재인 집이다. 게다가 LTV, DTI 등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대출을 규제해 왔다. 따라서 일본의 버블을 따라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인 일본의 단카이 세대들은 은퇴하면서 수입이 없자 집을 마구 내다 팔아서 그 돈으로 생활하려고 은퇴자들은 주택 매도층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은퇴자들은 은퇴한 이후에도 월세를 받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집을 구매하는 든든한 주택 매수층이라는 점이다. 다주택자의 대부분도 은퇴자들이다. 그동안 온갖 규제로 다주택자들을 괴롭혔지만 다주택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4. 가구수가 분화된다.

 

집은 가구 단위로 소비된다. 과거처럼 4인 가구에서 3인, 2인, 1인으로 분화되면 가구수 분화가 인구감소로 인한 집값하락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벌써 최소가구 단위인 1인 가구가 40%에 이를 정도로 가구 분화가 한계점에 다가가고 있다. 더 이상 가구 분화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과거에는 4인 가구가 집 한 채에 살았다. 물론 지금도 4인 가족도 있고 그 이상도 있다. 대세가 그렇다는 말이다. 그 후에는 자녀들이 분가하여 2인 가구로 분화되다가 이제 1인 가구가 대세가 되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정점에 올랐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때가 되면, 1인 가구가 다주택자로 전환된다. 혼자 살아도 사계절을 집 한 채에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여름집, 겨울집, 별장 등과 같이 '1인가구의 다주택자 전환'으로 집이 2채, 3채 필요해진다. 자동차 댓수 증가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를 보일 것이다. 자동차하고 집하고 같냐고 묻지는 마시라. 다르다. 하지만 인간의 소비패턴이나 심리, 욕망 측면에서 보면 자동차 사듯 집을 살 것이다. 통계학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인간의 욕망은 통계로 수치화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통계 그 너머에 있다.

 

5. 1인당 주거면적이 증가한다. 

 

영화를 보면, 주인공은 혼자 살면서도 100평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게 인간의 심리고 욕망이다. 혼자 살아도 넓은 평수에 살고 싶은 것이다.

주요국들의 '1인당 주거면적'(2019년)을 보면, 미국은 20평, 영국, 일본, 중국은 12평인데, 우리나라(2021년)는 9평에 불과하다. 1인당 주거면적은 '인구 1000명당 주택수'와 더불어 주택의 질적 측면을 중시하는 통계다. 이제 우리나라도 말로만 세계 6위다, 7위다, 10위다, 할 것이 아니다. 국민소득 4만불 수준에 맞게 더 좋은 집에서 더 넓은 평수에서 살 수 있도록 주택의 질을 중시해야 한다. 언제까지 주택보급률이라는 양에만 매달릴 것인가? 

 

6.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보이지 않는 손, 시장경제하에서는 대개의 재화는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집은 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엄청난 공급이 아니라면  가구 분화가 남는 공급량을 흡수한다. 어느 동네에 집이 2채 필요한데 4채를 공급했다. 통계학적으로는 2채가 남는 초과 공급이므로 2채는 영원히 비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일정 시점이 지나서 가보면 비어 있어야 할 나머지 2집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4인 가구가 2인 가구로 분화된 것이다. 부모 따로, 자녀 따로 사는 것이다. 

 

7. 자가보유율이 낮다.

 

우리나라의 여전히 집없는 사람들이 많다. 무주택자들이 주택 수요층으로 대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가보유율(2021년)은 60.6%이다. 일본 61.2%, 영국, 프랑스 65.1%, 미국 65.3%, 캐나다 66.3%, 그리고 이탈리아 72.3%, 호주가 65%다. 주요국들과 비교해도 자가보유율이 턱없이 낮다. 이유는 하나다. 집값이 비싸서다. 왜 집값이 비싸냐?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 집이 왜 부족하냐? 정부의 인위적인 공급량 조절과 건설사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이외에도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니 말도 안되는 궤변이라고 치부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수준의 주택공급량으로는 인구가 줄어도 그것을 상쇄할 요인들이 충분하기 때문에 인구감소가 곧장 집값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구감소가 집값 하락에 영향을 주려면 공급이 넘쳐날 때 이야기다. 집을 충분히 짓고 나서 걱정할 일이다.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집이 턱없이 부족한데 여전히 정부와 언론은 충분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집을 더 지으면 빈집이 증가하여 사회적 문제가 된다느니, 미분양이 나서 경제가 나빠진다느니.... 온갖 이유를 댄다. 

내 빈집 걱정을 왜 국가가 하나? 내가 걱정해야지.

미분양 난 걸 왜 국가가 걱정하나? 건설사가 걱정해야지.

가격이 비싸고 품질이 좋지 않으니까 미분양이 생기는거다. 닭장 수준으로 지어놓고 언론 플레이로 품질 대비 싸다고 자화자찬 하고 있다. 지금도 언론과 건설사들은 미분양 운운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그동안 옵션품목 늘려 분양가 올리다가, 다음에는 발코니 확장 해준다면서 가격 올리다가, 최근에는 하이앤드라는 이상한 괴물을 들고 나와 또 공사비와 분양가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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