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읽다/부동산자료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쓰고, '주택거래허가구역'이라 읽는다

김부현(김중순) 2025. 3. 9. 09:55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글자 그대로 그 대상이 토지인데 왜 아파트 규제로 변질되었나?

얼마 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린 서울 강남의 집값이 계속 치솟고 그 상승세는 인근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거나 예정되어 있는 아파트 값이 연일 천정을 뚫고 있다. 주변에서 자주 묻는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토지에 대한 규제인데 왜 아파트 값이 뛰느나!"고. 일반인들이라면 생각할 수 있는 궁금증이다.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변질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진행과정을 보자. 

2020년 6월, 서울시는 이른바 '잠삼대청(잠실, 삼성, 대치, 청담)'을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지정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토지에 주로 적용됐던 규제가 도심 및 주거단지에 처음 도입되었다. "투기수요가 유입될 우려가 높다는 판단에 따라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했다. 도시지역 기준 2020년 6월 당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의 면적이다. 즉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면적을 법령상 기준면적의 10%로 하향했다. 따라서 지자체장이 10~300% 범위에서 별도 지정이 가능하게된 것이다. 도시지역 주거용지의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하는 면적이 법령은 180㎡ 초과인데 서울시가 이를 10%로 낮춰 18㎡ 초과시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허가대상 기준면적(2020.6.), 단위 : ㎡

구분 법령 서울시
주거지역 180 초과 18 초과
상업지역 200 초과 20 초과
공업지역 660 초과 66 초과
녹지지역 100 초과 10 초과

당시 주택단지에 대해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한 것에 대해 여러 반대 지적이 나왔던 터라 이때만 해도 주택이 아닌 토지거래허가 성격이 강했다. 아파트의 경우 대지지분을 기준으로 적용하다보니 적용이 안되는 소형주택들이 속출했다. 예를 들면 한창 열풍이 불었던  잠실 리센츠 전용 27㎡의 경우 대지지분은 13㎡ 에 불과하다보니 기준면적을 초과하지 않아 토지거래허가 없이 집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지지분이 18㎡를 넘지 않는 소형 연립, 다세대로 수요가 몰려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가만히 있을 정부가 아니다. 2022년 3월 국토교통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토지거래 허가대상 기준면적'을 개정했다. 허가대상 기준면적을 최소화했지만 도심에 위치한 소형 연립, 다세대주택 등의 경우 허가대상에서 제외되어 제도의 실효성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기준면적을 조정한 것이다.


토지거래 허가대상 기준면적(2022.3.), 단위 :

구분 법령 서울시
주거지역 60 초과 6 초과
상업지역 150 초과 15 초과
공업지역 150 초과 15 초과
녹지지역 200 초과 20 초과

개정 강화된 기준을 보면, 주거지역은 180㎡에서 60로, 상업지역은 200㎡에서 150㎡, 공업지역은 660 에서150 그리고 녹지지역은 100 에서 200 ㎡이다. 유독 주거지역 면적만 대폭  줄였다. 서울시는 이 기준을 10%로 하향하여 주거지역은 6㎡ 초과, 상업지역은 15㎡ 초과시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그동안 기준면적을 하향하긴 했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토지거래허가제의 모습을 갖추려는 눈물겨운 꼼수가 있었다. 그러나 마침내 2023년 11월 그 본색을 드러내게 된다. 주택거래허가제로의 변신은 2023년 11월에 마침표를 찍는다. 당시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잠실·삼성·청담·대치동의 토지거래 허가대상을 아파트 용도로 한정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아닌 주택거래허가제란 것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다. 대놓고 토지거래허가제를 주택거래허가제로 써먹는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2023년 11월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허가구역 대상을 다른 용도는 모두 폐지하고 아파트 용도로 한정한다고 발표했다. 강남구 청담, 삼성, 대치와 송파구 잠실에 한해 일정기준을 초과하는 아파트 용도의 경우 토지거래허가를 받도록 했다. 따라서 아파트를 제외한 상업용 부동산, 다세대·다가구주택 등은 허가 없이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한마디로 토지거래허가제가 아닌 주택거래허가제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대규모 개발 예정지인 토지에 적용되던 토지거래허가제가 실제로는 주택거래허가제라는 탈을 쓰게 된 것이다.

꼼수의 꼼수로 점철된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그러면 결과는 어땠을까? 해당 지역 집값은 안정이 됐을까?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의 경우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첫해 최고가는 23억5000만원이었다. 최고가 기준으로 2021년 27억, 2022년 26억7000만원, 2023년 25억, 2024년 27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허가구역에서 풀리자 최근에는 30억에 팔렸고 가격은 계속 천장을 찍고 있다. 아파트 실거래지수 역시 지난 2020년 2·4분기부터 2024년 4·4분까지 서초구는 35%, 강남구는 32%, 송파구는 27% 상승했다. 거래량이 조금 감소하긴 했지만 집값 안정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집값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참고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대개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할 경우 지정된다.

부동산 가격 급상승 지역 단기간에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상승한 지역
대규모 개발 예정지 신도시나 재개발 재건축이 활발히 진행되는 지역
보존이 필요한 지역 농림, 산지 등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을 필요가 있는 지역
투기 우려 지역 비거주자가 대거 진입해 투기성 거래가 발생하는 지역

부산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있다. 부산은 토지거래허가제의 본래 목적인 주택이 아닌 토지에 한해 지정된 곳이 있다.  


부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지역

가덕도 지역
가덕신공항과 공항복합도시 예정지를 포함한 가덕도 전역이 2021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신공항 오픈 때까지 계속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강서구 대저동
강서구 대저1동 549번지 일원의 기업형임대 주택공급촉진지구 0.653㎢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2023년 5월 24일부터 해제되었다.

강서구 송정지구
강서구 송정지구(제2에코델타시티 포함)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되었다.

물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경우에도 매매는 할 수 있다. 다만 도시지역의 주거지역 180㎡ 이상, 상업지역 200㎡ 이상, 공업지역은 660㎡ 이상 그리고 비도시지역의 농지 500㎡ 이상, 임야 1,000㎡ 이상일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당 구역에서 기준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하려면 사전에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 없이 매매할 경우 소유권 이전이 제한된다. 게다가 허가받은 토지는 2년에서 5년 동안 허가받은 목적대로 사용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를 받게 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된 강서구 송정동 일대의 지형도면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에서 부동산에 손을 대면 댈수록 집값은 상승했다. 세계적으로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가장 많은 대한민국, 하지만 정부의 손은 마이더스의 손이 아니라 마이너스의 손이다. 차라리 월급 받고 가만히 있는게 국민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지. 또 부동산이 좀 기지개를 켜면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조정지역이 등장할 것이다. 부동산 투자는 상승장이던 하락장이던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지금도 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듯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끌'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강남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지난 2월 5대 은행 신규주담대출이 1월에 비해 34.3%나 급증했는데 이는 지난 10개월만에 최고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던 당시에도 집값폭망론자들이 득실거렸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