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읽다/부동산스토리

59. 정부 정책을 믿지 말되 맞서지는 마라

김부현(김중순) 2020. 1. 14. 16:36

우리나라에서 여러 분야의 정책 중 정부가 개입하여 일시적이나마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부동산이다. 돌이켜보면 장기적으로는 별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 정책은 투자를 위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부동산 정책은 한 마디로집값 잡기에 초점을 두었다.

전쟁의 폐허에서 속성산업화라는 급속한 경제성장기를 겪으면서 집값은 급등했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 집값 폭등의 달콤한 열매를 맛보지 못했고 특정 소수의 전유물로 전락했다. 역대 어느 정부를 봐도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이 없고 같은 정책이 정권을 넘나들며 반복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나라들도 겪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욕망의 덩어리로 둔갑한 부동산의 특성상 정부가 개입하여 가격을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 유지 차원에서라도 집값이 상승하면 가격을 누르는 시늉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썰물과 밀물이 반복되는 정부 정책에 맞서거나 비토하기보다는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정책을 오히려 활용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정부 정책이 늘 일관성이 있고 오락가락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투자의 기회도 사라진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그 틀 안에서 정책을 분석하고 예측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우리가 정부 정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 역대 정권별 부동산 정책

구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부동산정책 주택200만 가구 건설 계획 부동산실명제 도입 양도소득세 감면, 전매 제한 폐지 종합부동산세 신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도입 부동산 관련 세제완화 가계부채관리, 청약조정대상지역 지정
집값
변동률(%)
전국 43.3 -2.0 19.3 24.1 13.0 8.6
서울 42.2 -2.8 33.2 42.9 1.9 7.5
주택공급량(가구) 2718012 3125797 234629 2538118 2276092 2446743
부동산 기조 규제 완화 완화 규제 완화 완화

-자료 : 주택산업연구원 

<>에서 보듯이,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 핵심기조는 크게규제완화로 대별된다. 경제의 근간이 되는 부동산은 적절한 가격 상승은 내수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만 가격이 폭등하면 규제할 수밖에 없다.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제와 완화로 구분해 보면, 노태우-규제, 김영삼-완화, 김대중-완화, 노무현-규제, 이명박-완화, 박근혜-완화, 문재인-규제(2019.9.현재)로 대별된다. 이 중 가장 강력한 규제는 노무현 정부였고, 문재인 정부도 이에 뒤지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도 전체적인 기조는 규제 위주로 이어갈 것이다.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완화-완화-규제-완화-완화-규제로 이어지면서 규제와 완화가 반복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은 경제의 근간이고 경제를 움직이는 동력은 결국 건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건설 경기는 정부 정책으로 호황과 불황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이다. 따라서 역대 정부들도 이러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서면 건설경기를 부양해 경기를 회복시키는 토건정책을 펼쳐왔던 것이다. 실제 1980년대 급속한 산업화로 집값이 폭등하자 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억제책을 내놓았고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경제가 곤두박질치자 당시 정부는 반대로 강력한 부동산 부양책을 발표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와 완화를 반복하기는 했지만 기조는 완화에 두었다. 이명박 정부가 각종 세제감면을 통한 주택거래 활성화에 중점을 두었다면, 박근혜 정부는 201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이라는 규제책을 내놓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LTV(Loan To Value ratio, 담보인정비율)DTI(Debt To Income ratio, 총부채상환비율)을 완화하는 기조를 유지했다. 

부동산 정책의 패턴이나 시장 상황을 보면 문재인 정부는 전체적으로 노무현 정부에 버금가는 강력한 규제 위주의 정책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이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화풀이로 그쳐서는 곤란하다. 부동산 정책은 풍선효과가 가장 심한 분야다. 공급량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가격만 규제할 경우 일시적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에 비례하여 엉뚱한 곳에서 풍선에 바람이 채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